내겐 풍성한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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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아내가 풍성한 식탁을 차려주었다.

진주 식 장떡에다가 조기조림, 지난 주 강화도에서 사 온 순무김치와 어제 고향에서 가져온 가죽나물까지 차려졌다. 육고기를 가급적 피해온 내겐 풍성한 만찬이었다. 조기조림엔 방아잎까지 넣어 그 맛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그 매콤하면서도 짭조름한 국물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게 눈 감추듯 할 것 같다. 여기에 석류주까지 곁들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아내가 내게 ‘진수성찬’을 차려준 이유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다음부턴 멋대로 고향 가지 말고 술도 좀 절주하라는 경고일 터이다. 그걸 알고 먹으니 사실 목구멍으로 쉽게 넘어가질 않는다.

아내는 내게 고향 가고 싶으면 도망치듯 가지 말고 미리 이야길 하란다. 그렇지만 내가 가고 싶다고 말하면 곱다시 보내주나. 쉽게 허락이 안 떨어지니 일탈의 행동거지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론 미리 양해를 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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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식 장떡이다. 부추(고향 말로 ‘소풀’이다)와 청양고추,방아잎에 된장을 풀어 반죽을 했다. 매콤한 맛에 방아향기가 더해지니 고향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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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향에서 사 온 가죽나물을 데쳐서 말리고 있다. 이걸로 가죽자반을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침이 저절로 샘솟는다.

어쨌거나 내겐 그 무엇보다도 풍성한 만찬이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5월 13일 at 4:35 오전

    장떡을 옛날에는 밥 하는 솥뚜껑 안에다 붙혔지요.
    그러면 밥이 되면서 장떡도 익고….
    요즘은 그냥 후라이팬에 구우면 쉬워요.
    우리 고향에서도 많이 해먹었거든요.

    가죽나물을 서울에서는 안 팔더군요.
    경상도 쪽에서만 먹는건지….. 가죽자반 먹고 싶어요.

    • 바위

      2016년 5월 13일 at 9:39 오전

      예전에는 밥솥에서 장떡을 쪄냈습니다.
      호박잎에 싸서요. 밥이 시퍼랬지요.ㅎㅎ
      가죽나물은 운좋게 만났습니다.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더니 특유의 향기가 진동했습니다.
      풀을 먹여서 부각을 만드려면 워낙 손이 많이 가서
      튀겨서 먹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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