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드보르작과 왈츠를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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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작(Antonin Dvora’k, 1841~1904)은 내게 있어 각별한 작곡가였다. 고등학교 시절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들으며 그의 음악에 반했었다. 지금 나오는 음악 ‘슬라브춤곡’도 좋지만, 그의 현악4중주곡 ‘아메리카’를 듣고는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2악장의 그 흐느끼는 듯한 음률은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2악장을 능가하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해서 보헤미아(체코) 푸줏간의 아들, 약간은 험악하게 생긴 그의 얼굴보다는 그 서정적인 음악을 더 사랑했다.

고2 때, 고전음악에 입문하면서 그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내게 많은 도전을 주었다. 하여 그 유명한 첼로협주곡을 비롯해서 그의 음악은 무엇이든 주워들었다. 브람스가 그의 첼로협주곡을 듣고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첼로가 그처럼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할 줄 알았다면 나도 한 곡 작곡했을 것을. 안타깝게도 브람스는 첼로협주곡을 작곡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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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잠자리에 들려다가 우연히 채널 146번을 켰더니 낯익은 곡이 흘러나왔다. ‘클래시카’ 채널인데 고품격의 연주회를 보내주는 방송이다. 흘러나온 음악은 드보르작의 교향곡 8번 G장조 작품 88번이다. 1962년 국민음악연구회에서  간행한 ‘세계명곡해설대사전’을 보니 이 곡은 교향곡 4번으로 되어 있다. ‘신세계’는 5번이고.

어쨌거나 지금은 8번으로 불려지는 이 곡은 출판상인 짐록과의 입다툼 뒤에 영국 노베르에서 출판되어 ‘영국교향곡’으로도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성격은 영국적이라기 보다 오히려 드보르작의 교향곡 가운데서도 가장 보헤미아의 국민적인 색채가 짙은 곡으로 꼽힌다. 또 전체의 구성이 독창미에 넘쳐 즉흥적인 면도 있다. 그래서 이 곡을 교향시라고 부른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 곡은 1889년 11월 8일 프라하에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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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의 백미白眉는 제3악장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에 있다. 빠르지만 우아하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8분의 3박자지만 왈츠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지극히 서정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춤곡이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턱수염을 잔뜩 기른 드보르작과 달밤에 한 판 춤이라도 추고 있는 듯한 감흥을 느낀다. 참으로 아름답고 정감 넘치는 곡이다.

모처럼 드보르작과 한 밤중에 왈츠를 춘 기분이다.

2 Comments

  1. 최 수니

    2016년 5월 14일 at 11:42 오전

    저도 음악을 좋아하지만
    바위님은 정말 음악을 좋아하시는군요.
    다른 글도 다 보지만
    바위님의 음악에 관련된 포스팅은 더 열심히 봅니다.
    드보르작과 한 밤중에 왈츠까지 추시는 그 기분 알 것 같습니다.

    • 바위

      2016년 5월 14일 at 11:04 오후

      과찬의 말씀 들으니 괜히 민망해집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 몇 자 올렸지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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