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신의 한 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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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는데 친구 C로부터 연락이 왔다. 고교 동창인 친구 R이 지난 토요일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친구 C의 말인즉슨 R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몇몇 친구들과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단다. 며칠 전 R과 만났을 때도 친구들과 점심이나 하잔 얘길 들었지만, 항상 건강이 좋지 못해 기를 펴지 못 하는 친구를 생각하며 차일피일 미루었던 참이었다.

C와 전화를 마치고 인근에 있는 R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직원들은 없고, 몇 달 전부터 근무하는 딸과 함께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딸이 얼른 커피 한 잔을 타왔다. 이 딸과 같은 명문 K대를 나온 둘째 아들은 권력기관에 있다. 하지만 우리 친구들은 그런 쪽에 전혀 관심이 없다. 사정해야 할 일이 없으니까.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가 ‘담석증’ 수술 얘기가 나왔다. 나도 지난 07년도에 담석증으로 몇 달 고생하다가 수술을 받고 완치 되었다. 말하자면 나도 ‘쓸개 없는’ 사람이다. 처음엔 소화불량으로 생각했다. 좀 과식했다고 생각되면 여축 없이 아랫배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통증이 왔다. 떼굴떼굴 구를 정도로 통증이 엄청났다. 당해보진 못 했지만 아이 낳는 통증보다 더 심한 통증이란다. 이것도 의사가 말해주어서 알았다.

지난 07년 9월 점심을 먹었는데 같은 증상이 왔다. 마침 사무실에 나온 아내와 집 동네 대형 병원인 S병원으로 갔다. 통증을 참으며 응급실에서 거의 한 시간여를 기다려 진찰을 받았는데 인턴들의 의견은 동네 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할 수없이 동네 D병원으로 갔다.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고 별별 치료를 받다가 거의 네 시간여 만에 가라앉았다. 해서 다음 날 그 병원에서 나름 정밀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담석증이었다. 내과부장이 부르더니 자기가 수술을 잘 해주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까지 해주었다. 그래서 그 동네 병원에서 담석 제거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자식들이 야단이었다. 왜 집 옆에 굴지의 대형 병원을 두고 동네 병원에서 수술을 받느냐며 말렸다.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먼 지방에서 일부러 그 병원에 진료 받으려고 밤을 도와서 오는데, 나는 마을버스로 5분 정도 걸리는 대형 병원을 옆에 두고 어리석은 짓을 한 것 같았다. 해서 그 대형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내 병명을 알려주었더니 진료날짜와 함께 교수를 지정해주었고 동네 병원의 검진자료를 가져오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며칠 후 담당 교수를 만났고 필름을 보고는 당장 입원하라고 했다. 사흘 후 수술을 잘 마쳤다. 퇴원할 때 조직검사 결과를 알려줄 터이니 일주일 후 오라고 했다. 갔더니 다행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쓸개는 떼어냈지만 수술 받은 지 10여 년이 된 이날까지 먹고 마시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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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친구는 그게 아니었다. 친구는 하도 통증이 심해 사무실 근처의 꽤 큰 병원 응급실에 가서 바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수술이 잘 못 되어 복수가 차고 해서 재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노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딸내미가 못 보는 쪽으로 내 앞에 옷을 걷고 배를 보여주는데, 길이 20센티 정도 되는 수술 자국이 뚜렷하게 보였다. 내 아랫배엔 아무 자국도  없는데. 게다가 죽을 때까지 그로 인한 약을 먹어야 된다고 했다. 나는 아무 약도 먹지 않는데 말이다.

친구들과 수요일 점심을 약속해 놓고 돌아서는 내 가슴이 답답했다.

어떤 의사는 아무 자국 없이 약도 안 먹어도 되는데, 어떤 의사는 재수술에다가 심한 흉터자국까지 남겨 놓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고통까지 주었다.

이걸 어찌 말해야 하나. 내가 재수 좋고, 친구는 재수가 나쁜 것일까.

아니면 이것도 ‘신의 한 수’인가.

 

6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6월 21일 at 9:06 오전

    수술뿐만 아니라 모든게 다 그렇더라구요.
    같은 병원에서 같은 의사에게 했어도 사람마다 다르고
    그냥 운에 맡겨야 될것 같습니다.

    이제 수술날이 곧 닥아오니 은근 걱정도 되고
    한편 기대도 되고 그래요.
    그래도 잘될거라고 믿어요.

    • 바위

      2016년 6월 21일 at 12:03 오후

      그러고 보니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데레사 님 수술은 잘 될 것입니다.
      많은 이웃분들이 응원하고 기도하니까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2. journeyman

    2016년 6월 30일 at 11:16 오전

    저도 신장 문제로 수술을 받았는데 병원마다 의사마다 방식의 차이가 있더군요.
    어느 의사는 복강경으로 한다고 하고 어느 의사는 개복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복강경은 수술 자국도 크지 않고 회복도 빠른 데 비해서 개복은 수술 자국도 크게 남고 회복도 오래 걸리지요.
    반대로 복강경은 시야가 좁기 때문에 개복으로 해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수술하려거든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하나 봅니다.

    • 바위

      2016년 7월 1일 at 11:17 오전

      물론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정황들이 다르니까 정답은 없겠지요.
      그렇지만 잘 못된 시술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걸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의사를 잘 못 만났다거나 복불복이라고 하기엔 상처가 너무 커그던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3. Kristen

    2016년 7월 10일 at 10: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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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위

      2016년 7월 12일 at 1:26 오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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