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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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기분좋은 친구 만나서 대낮부터 막걸리 몇 잔했다.

전에는 술이라면 경상도 말로 ‘이마에 신짝’을 붙이는 친구였지만, 병 앞에선 어쩔 수 없나보다. 충무로 밀면 집에서 막걸리 두 병 시켰지만 친구가 한 잔, 나머진 내가 다마셨다. 계산도 지가 하고.

중부시장에서 안줏거리 몇 개를 샀다. 했더니 주인장이 문어 자투리를 한 봉지 넣어주었다. 집에 와서 꺼내보니 양이 꽤된다. 초고추장에 버무렸더니 멋진 안주가 되었다.

석류주 한 잔을 따뤄놓고 있었더니 고교동창 다톡방에서 계속 신호가 온다. 그래도 안주 차려놓고 키타로나 셸리 맥로린 음악 듣다가 갑자기 슈베르트의 음악이 생각났다. 그것도 ‘겨울나그네’가 아닌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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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는 31세의 짧은 나이에 3개의 연가곡을 남겼다. 그것도 거의 인생 말년에. 첫 작품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는 1823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작곡했고, ‘겨울나그네’는 죽기 1년 전인 1827년, 마지막 ‘백조의 노래’는 1828년에 작곡했다.

‘겨울나그네’를 좋아하지만 종종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를 듣는다. 오늘 같이 기분이 꿀꿀한 날. 아마도 사랑했던 여인들과의 결혼을 이루지 못 한 슈베르트의 ‘한’이 담긴 듯해서이다.

얼마나 안타까워서였을까. 슈베르트여. 결국은 그 울분을 못 풀어 죽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그의 ‘한’을 딛고 한 잔하면서 그의 ‘불후의 명곡’을 듣는다.

8 Comments

  1. 초아

    2016년 7월 8일 at 8:09 오후

    제 블로그에 남긴 덧글에 대한 답변입니다.
    이제야 보았기에 응답글을 올렸지만,
    행여 보시지 못하실까봐서 이곳에서도 올립니다.
    *
    제가 올리는게 아니라 어쩔수 없지만,
    저도 민망스럽고, 부끄럽습니다.
    저로써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바위님 지겹게하여 죄송합니다.

    • 바위

      2016년 7월 10일 at 8:51 오후

      제 좁디좁은 소견이었습니다.
      심려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할 수 있으시다면, 제 덧글 삭제해주십시오.
      거듭 사과드립니다.

  2. Jody

    2016년 7월 19일 at 11:33 오후

    What a plseruae to find someone who thinks through the issues

    • 바위

      2016년 7월 21일 at 12:23 오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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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26일 at 5: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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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위

      2016년 7월 28일 at 11:20 오전

      감사합니다.

  4. snowfield

    2016년 11월 29일 at 10:25 오후

    바위님,
    정말 오랜만에 이곳에서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평안하셨지요?
    얼마만인가요..거의 1년이 되가는것 같아요.
    위블로그 이전후로 들어와보니 너무 생소하고 글올리는게 까다롭고 번거로워서
    그만 포기하고 지금까지 방치한채 놔둔 상태였답니다.

    예전의 블로그시절이 생각나 오늘 들어 왔는데…
    역시 전과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그래도 꾸준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보여 반갑기도 합니다.

    이젠 음악도 전처럼 들을수가 없나 봅니다.
    여러모로 아쉬움만 남네요.
    그때가 좋았는데….

    그럼 잠시나마 인사드리며 생각나면 또 들러 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바위

      2016년 11월 30일 at 12:26 오후

      설원 님, 반갑습니다.
      좋은 글 다시 만나길 기원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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