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고구마가 주었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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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아내가 찐고구마를 내게 건네주었다. 반을 뚝 자르니 주황 색 빛이 나는 게 한 눈에 봐도 먹음직했다. 하지만 아내의 호의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고구마라면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먹었으니까.

내가 초등학생 시절이었던 50년대는 우리집에 고구마가 지천이었다. 할아버지가 도동과 초전에 큰 밭을 갖고 있었기에 가을녘이면 고구마가 여남은 가마니 들어왔다. 우리는 심심하면 고구마를 깎아먹었고, 어머니는 저녁마다 찐고구마를 밤참으로 내왔다. 저녁 때면 수제비나 국수로 끼니를 때웠던 우리(나와 동생들)는 고구마를 있는대로 먹었다. 그래서 새벽녘이면 가슴께로 치밀어오르는 신물로 한동안 고생께나 해야했다. 해서 고구마는 요즘 내게 별로다.

그래도 한겨울, 살풋이 언 생고구마의 맛은 대단했다. 살얼음이 약간 낀 언[氷]고구마를 깨물었을 때의 그 맛을 요즘의 아이스크림에 비유할 수 있을까. 인공적인 요즘의 맛과 자연적인 그때의 맛을 비교할 수 없으리라.

고구마가 처음 나오는 즈음인 8월 초쯤 여동생은 바실바실하게 잘 쪄진 고구마를 양은냄비솥에서 꺼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밤고구마는 이미 껍질이 반쯤 벗겨진 상태였다. 이걸 보고 활짝 웃으며 만세를 불렀던 셋째 동생 생각이 난다.

그래도 아직은 내게 고구마는 추억의 먹거리일따름이다.

4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7월 31일 at 10:03 오후

    저는 고구마를 아주 좋아합니다.
    찐고구마나 군고구마나 다요.

    너무 더워서 매일이 힘듭니다.

    • 바위

      2016년 8월 3일 at 3:02 오후

      고구마가 나쁜 게 아니라 어릴 적 하도 많이 먹어서 이젠 좀 그렇습니다.
      많이 회복 되셨지요?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저도 매일이 고역입니다.

  2. enjel02

    2016년 8월 1일 at 12:11 오전

    요즘 고구마는 웰빙식품으로 얼마나 좋은데요
    끝부분에 양은 냄비에 껍질이 절반은 벗겨진
    밤고구마 맛있겠어요 눈으로 맛보고 갑니다

    • 바위

      2016년 8월 3일 at 2:59 오후

      고구마를 좋아하시네요.
      저는 어릴 때 하도 많이 먹어서 이젠 쳐다도 보기가 싫습니다.
      그래도 고구마는 좋은 작물이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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