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독수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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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그 동안 날씨가 더웠던 탓도 있었지만, 왠지 글도 쓰기 싫은 나태함도 있었으리라. 드비쉬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나른함)’이랄까. 그런 감정도 가졌었다. 하지만, 8월 초부터 흥남철수작전 기념문집 작업을 시작하면서 내 나태도 바뀌어졌다. 그 책을 연내에 출간해야 하는데 할 일이 너무 많아서다. 해서 음주도 많이 줄였다.ㅎㅎ

하지만 오늘 저녁에는 술을 한 잔했다.  사실, 예정엔  없었지만 마셨다. 내일부터 이틀 동안 아내가 ‘동네 탁구’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내일 밤에는 집에서 생선회를 사다가 한 잔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저녘 무렵 처조카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작은 처형이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는 전갈이었다. 끔찍이도 언니를 생각하는 아내는 안절부절이었다. 올해 81세인 처형은 6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여의도에서 혼자 살고 있다. 6, 70년대 진주 경상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던 처형에게 아내와 결혼하기 전 먼저 면접시험을 치러기도 했다. 그후 처형은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행히도 처형이 링거를 맞고 상태가 좋아져서 퇴원한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아내는 처형 댁으로 가서 오늘 밤 처형과 함께 밤을 지새울 터이다. 해서 꼼짝 없이 나는 독수공방을 할 수밖에 없다.

석류주를 한 잔 따르니 풍악이 빠질 수가 있나. 오늘은 브람스의 교향곡 4번 ‘가을교향곡’을 들어야겠다. ‘소풍’의 시인 천상병 씨가 가장 좋아했다는 음악이다. 그는 KBS 1 FM(당시)을 붙들고 아내에게 왜 브람스 4번 교향곡이 안 나오느냐고 졸랐다는 얘기도 있다.

술을 한 잔하면서 고등학교 단톡방에 이런 사연을 올렸다. 그리운 친구들에게서 답신이 왔다.

이것도 또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 아, 이젠 자야겠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9월 5일 at 7:58 오전

    오랜만입니다.
    음악과 술 한잔~~
    편하게 사시는 모습이 좋아 보여요.
    처형께서 좋아지셨다니 정맡 다행입니다

    • 바위

      2016년 9월 5일 at 10:52 오후

      오늘도 아내가 여행간 탓에 혼자 한 잔하고 있습니다.
      좀 외롭지만 자유스럽네요.
      어제, 오늘 계속 ‘독수공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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