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긴한 볼 일이 있어 오장동 인근엘 갔었다. 오장동하면 냉면, 그 중에서도 함흥냉면으로 유명한 동네다. 10여 년 전 함경남도 모 시의 시지市誌를 만들 때 그곳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함께 편찬 작업을 했던 분들이 그곳 출신이었기에. 그 가운데 주간을 맡았던 H교수는 연 전에 타계하셨다. 만날 때마다 섞임 냉면을 들면서 반드시 살아생전 고향 땅을 밟고야 말겠다며 다짐하곤 했었다. 그렇지만 조물주의 부름엔 어쩔 수 없었던지 고향에 가시지도 못하고 홀연히 이승과 작별했다.
이날도 80대 중반의 J회장을 만나 곧 발간될 책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마침 군민회 사무국장도 합석해서 점심식사와 함께 막걸리를 마셨다. 그 시간, 티비에서 미국 대통령선거를 중계했다. 예상외로 트럼프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며 ‘홧김’에 세 통이나 마셨다. 아마도 나 혼자 두 통 이상 마셨으리라.
식사 후 헤어져 사무실로 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가는데 조그만 간판이 눈에 띄었다. ‘다락’이란 커피전문점이었다. 겉보기엔 초라한 집이었지만 커피 한 잔에 이천 원이란 게시물을 보고 마음이 끌려 들어갔다.
무척이나 협소한 가게였다. 아예 1층엔 좌석이 없고 계단이 놓인 2층 다락이 찻집이었다. 그래서 상호가 ‘다락’이었던 게다. 예순 전후로 보이는 여자 주인장이 상냥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푸근한 미소였다.
주인장께 양해를 구하고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혼자 마시기 미안해서 주인장도 한 잔 드시라고 권했지만 사양했다. 대개의 경우 사양 않고 잘도 마시는데 의외였다.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커피 한 잔을 비웠다. 주인장은 시종일관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맘속으로 생각했다.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 모처럼 거리에서 따스한 ‘미소’를 만났구나. 해서 상호도 2층 ‘다락’이 아니라 다락茶樂이었구나.
흐뭇한 오후 한 때였다.
데레사
2016년 11월 12일 at 1:29 오전
그런분들 때문에 세상이 살맛 나는겁니다.
마시고 매상 올리면 될텐데 손님에게 바가지 씌우지
않을려는 그 심성이 참 곱네요.
미국도 한국도 정치때문에 어지럽습니다.
바위
2016년 11월 18일 at 11:58 오전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요즘은 왠지 글도 쓰기 싫고 블로그 열기도 싫습니다.
세상이 뒤숭숭하니 그런가요.
환절기에 건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