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고생하며 우면 산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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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 오전, 매주 산행을 함께하는 고교 동창 친구들과 사당역에서 만났다. 이날은 인근 우면산을 등산하는 일정이었다. 길에서 우면산을 바라보니 야트막한 게 동네 뒷동산 수준이었다. 오늘 등산은 쉽겠구나 하고 마음을 놓았지만 이게 오산이었다.

이날은 새해들어 두 번째 산행으로 열 명이 함께했다. 지난 연말 일 때문에 자주 빠졌던 나는 벌충이라도 할 심사로 산행에 앞장 섰지만 가파른 초입을 10여 분 걷다보니 그게 이나었다. 산 입구에서부터 헉헉 거리는 게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전날 과음의 여파였을까. 아랫배까지 싸리한 게 아무래도 고생께나 할 것 같았다. 결국 B팀으로 분류되는 몇 몇 친구들과 한참이나 뒤쳐저 먼저 간 친구들을 기다리게 만들었고, 식은땀에다 턱에까지 숨을 헐떡이며 우면 산길을 걸어야만 했다.

우면산牛眠山은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쪽으로는 사당역과 남태령역을 끝으로 관악산과 연결 되었고, 동쪽 끝은 양재역, 북쪽은 서초동과 방배동, 남쪽은 우면동과 송동마을, 형촌마을에 위치한 산이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공사로 양재역과 서초동까지 연결되어 있던 우면산 중도가 완전히 허물어지면서 서초동에서 우면동으로 바로 갈 수 있었고, 2004년 우면산터널이 뚫여 서초동과 과천시를 오가는 시간이 5~10분으로 줄어들었다. 그해 7월에는 우면산 남쪽에 자연생태공원이 만들어졌다.

배려 깊은 친구들은 정자나 쉼터에서 몇 차례나 기다려주었다. 항상 고소한 땅콩을 준비해오는 김 청장은 이날도 내게 땅콩 한 주먹을 쥐어주었다. 만날 때마다 내게 흰소리를 날리며 시비를 걸어오는 이 교수도 이날은 커피 대신 따뜻한 약차藥茶를 건네주며 속을 다독거리게 해주었다. 그밖에도 친구들은 과자나 과일을 푸짐하게도 싸갖고 왔다. 아, 고맙고 정다운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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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우면산 둘레길을 고생, 고생하며 2시간 30여 분을 걸었다.  하산길은 예술의 전당 코스였다. 큰길로 나와 건널목을 건너니 길가에 ‘백년옥’이란 간판이 보였다. 오늘의 뒷풀이 장소였다.

이 집은 두부요리로 소문난 식당이었다. 우리는 여러 종류의 두부를 취향대로 시켜 한 잔씩 마셨다. 술도 취향대로 소주, 맥주, 막걸리였다. 게다가 이날 식대는 6개월 임기 회장으로 선임된 석우 친구가 부담했다. “회장하다가 기둥뿌리 빠지겠다”는 너스레를 떨어가면서.ㅎㅎ

힘들었지만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우면산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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