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에서 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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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오전, 고교 동창 산악모임인 88산우회의 정기 산행을 관악산에서 가졌다. 애초 계획은 인근 삼성산 산행이었지만 회장도 빠지고 프로등반가 장 사장까지 다른 약속으로 참석 못해 걷기 편한 관악산 코스를 택한 것이다.

오전 열 시 반, 2호선 신림역 3번출구에 모인 일행 일곱은 서울대 행 시내버스에 올랐다. 도림천을 따라 이어진 버스길은 붐빌 시간이 지났건만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30여 분 만에 관악산 입구에 도착했다.

관악산길을 들어섰지만 웬걸 분위기는 썰렁했다. 그래도 4월 초순인데 개나리나 목련꽃이라도 구경하겠거니 기대했지만 좌우로 늘어선 벚나무는 아직 꽃망울조차 맺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시야를 푸르게 적셔주는 소나무마저 없었다면 무척이나 삭막한 산행이 될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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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팔각정에 앉아 커피와 견과루를 나누며 잠시 동안 혼탁한 작금의 나라 시정에 대해 저마다 깊은 우려를 토해냈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었다.

다리가 불편한데도 참가한 최 교수가 적당히 산행을 마무리 하고 여의도 잘 아는 중국식당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왔던 길을 버리고 산 중턱의 무장애로로 코스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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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관악산의 봄을 만났다. 바위 틈새에서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숨어 있던 진달래 꽃을 만난 것이다. 아! 이 꽃마저 없었다면 우리의 산행은 엄청 삭막했을 것이다.

진달래야! 참으로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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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하산 후의 뒷풀이는 즐거움 그것이었다. 우리는 서울대 입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여의도 역까지 갔다. 거기서 다시 도보로 20여 분을 걸어 D반점에 도착했다. 그날 따라 여의도는 벚꽃축제 기간이었지만 우리가 걸었던 윤중로 어디에도 벚꽃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도한 주흥에 취해 깜박했다가 빈접시뿐인 식탁을 찍을 수밖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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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셋의 즐거운 모습을 잠시 빌려왔다.

친구들이여, 즐거웠다. 항상 건강들 하기를.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4월 7일 at 3:14 오후

    일본도 올 해는 꽃이 늦어서 축제는 하는데
    꽃은 없었어요.
    우리 동네도 이제 피기 시작 하네요.

    • 바위

      2017년 4월 7일 at 4:16 오후

      올해는 꽃이 늦는가 봅니다.
      우리동네 개나리는 거의 보름 정도 늦었거든요.
      일본 잘 다녀오셨으니 이젠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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