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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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향엔 산딸기가 한창이다. 해마다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한 달여간 산딸기가 나온다. 산딸기는 대개 야산에서 군락을 이루는데, 이걸 재배농가는 잘 기르고 가꿔서 한 달 정도 열매를 따낸다. 고향 진주의 경우, 비봉산 너머 ‘사봉’이란 곳에서 많이 나왔다. 산딸기나무는 가시덤불을 방불케 하는데 가시에 손을 찔려가며 열매를 따낸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시장에 산딸기가 나면 어머니는 몇 관을 사와서 귀한 흰설탕을 뿌려 우리에게 먹였다. 물론 맏이인 나는 동생들보다 더 큰 그릇으로.ㅎㅎ

산딸기는 복분자와 여러 모로 다르다. 산딸기가 야생에서 자란 자연산이라면 복분자는 사람이 밭에서 기른 양식 열매다. 색깔도 산딸기는 선홍 빛이지만 복분자는 검다. 맛은 내 소견으로 짐작컨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복분자는 산딸기보다 한참 떨어질 것이다.

이틀 전 고향의 산딸기를 버스 편으로 받았다.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찾아오기가 귀찮아 택배로 부치면 했지만, 생산자는 신선도를 보장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터미널까지 나갔다. 우선 10kg을 사서 자식들과 사돈 댁까지 조금씩 나누었다. 지인들까지 챙긴다면 한 번 더 수고를 해야 할 것 같다. 집에 와서 설탕을 뿌리지 않고 먹었다. 달콤한 그 맛에서 고향의 향기를 만끽했다.ㅎㅎ

산딸기를 보면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 한 해도 걸르지 않고 산딸기를 챙겨주셨다.  43년 전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왔을 때도 해마다 산딸기를 사서 보내주셨다. 그 때는 거의 대부분을 발효시켜 먹었다. 산딸기 무게 만큼 설탕을 섞어 밀봉해 놓으면 금방 발효가 되었다. 대개 일주일 정도 지나 뚜껑을 열면 달콤한 향기와 함께 알코올 냄새가 풍겨왔다. 한 여름날, 이 발효액에 얼음을 띄워 한 잔 들이키면 금새 무더위를 잊게 해주었다.

아마도 지금쯤 이른 아침 진주 서부시장에 가면 산딸기를 함태기에 가득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리라. 검게 탄 얼굴에 투박한 고향 사투리로 손님을 맞고 있을 할머니들의 정겨운 목소리가 불현듯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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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6월 4일 at 5:43 오후

    고향의 맛은 언제나 그립죠.
    저도 산딸기 좋아 합니다.
    먹음직 한데요.

    • 바위

      2017년 6월 4일 at 9:58 오후

      산딸기는 진짜 고향의 맛입니다.
      그것도 한 달 정도밖에 맛볼 수가 없지요.
      자주 방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앞으론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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