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찾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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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늦은 밤, 유투브에서 음악관련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뜻밖의 앨범을 발견했다. 테너 피터 피어스가 노래 부르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벤자민 브리튼이 반주하는 슈베르트의 첫 번째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를 찾은 것이다. 하도 반가워서 얼른 ‘즐겨찾기’에 넣어놓고 첫 곡부터 들었다. 스무 곡으로 구성된 이 음악은 곡 하나하나가 주옥 같은 명곡이지만 그 중에도 18곡 ‘시들은 꽃’은 가슴 울려주는 곡이기도 하다. 하도 유명해서 플룻 곡으로 편곡되어 잘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들이 연주한 곡을 처음 들었던 게 1964년도였으니까 어언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고교를 졸업했던 그 해, 재수하면서 심심풀이로 고전음악동호회를 만들어 고향에서 매주 정기 감상회를 가졌었다. 이를 축하한다고 지금도 서울에서 종종 만나는 친구가 선물했던 게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앨범이었다. 두 장으로 구성된,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가 노래하고 제랄드 무어가 반주했던 LP음반이었다. 24곡이 세 면에 수록되었고 마지막 면은 구스타프 말러가 작곡한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가 들어 있었다. 노래는 피셔-디스카우가 하고 반주는 푸르트벤글러가 지휘하는 베를린필의 연주였다.

‘겨울나그네’를 들으며 비로드보다 더 부드러운 디스카우의 음색에 취해 있다가 만난 게 피터 피어스가 노래한 ‘물방앗간 처녀’였다. 테너의 음색이지만 날카롭거나 요란하지 않고 새털보다 더 포근하고 감미로운 음색이었다. 10대 후반의 앳된 슈베르트의 얼굴이 재킷에 인쇄된 그 앨범은 슈베르트의 연가곡을 피셔-디스카우가 아니어도 기막히게 잘 부를 수 있구나 하는 확신을 내게 심어주었다. 애지중지 아끼던 이 음반은 내가 74년도에 상경하며 모교 도서관에 소장했던 음반을 몽땅 기증하면서 내 손을 떠났다.

그러다가 수 년 전 우연히 유투브에서 이들의 연주를 만났다. 하지만 그 연주는 ‘물방앗간 처녀’ 전곡이 아니고 부분적인 곡들이었다. 해서 전곡을 구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수확을 거두지 못하다가 그저께 이들의 전곡 연주를 만난 것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위 사진의 오른쪽이 테너 피터 피어스이고 왼쪽은 피아노 반주를 맡은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이다. 두 사람은 영국 출신인데, 브리튼은 저 유명한 관현악곡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을 작곡했다. 영국정부의 요청으로 청소년들에게 관현악단을 잘 알게 하기위해 작곡된 곡이다. 헨리 퍼셀의 곡을 주제로 변주와 푸가로 작곡 되었는데 지휘자나 해설자가 악기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재미 있는 곡이기도 하다.

후일담이지만 이 두 사람은 동성애자로 지목받았다. 그건 사생활이고, 그렇다고 그들의 주옥 같은 연주를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9월 28일 at 3:05 오후

    유명한 예술가들에게는 기이한 뒷 얘기들이
    많지요.
    음악만 생각하면 됩니다.

    • 바위

      2017년 9월 28일 at 5:55 오후

      옳은 말씀입니다.
      그래서 음악만 생각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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