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전류리 포구에서 숭어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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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의 성화에 억지 나들이를 했다. 지난 9월 매주 토요일마다 외손녀 둘을 봐주었더니 고맙다며 뭔가 보답을 하겠단다. 실은 손녀 둘이 귀여워서 일부러 청을 해서 봐준 건데, 보답까지 하다니. 몇 번 사양했지만 막무가내다. 해서 아내와 함께 따라나섰다. 파주에 있는 아울렛으로 갔다. 신발과 모자도 사고 공짜로 주는 치즈도 받았다. 하지만 하도 사람이 많아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했다. 단언컨대 내 자의로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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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를 훌쩍 넘겨 그 곳에서 때울가 했지만 딸애가 김포한강신도시 인근에 괜찮은 포구가 있다며 가자고 했다. 하성 가는 쪽으로 전류리 포구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직장 생활할 때부터 김포를 출입한 게 40여 년인데 전류리 포구란 이름은 처음 들었다. 호기심에 가자고 했더니 신도시를 지나 하성 쪽으로 5분여 가니 오른쪽에 자그마한 포구가 나왔다. 하지만 웬걸 주차된 차량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내리니 오른쪽 한강 변에 철조망이 쳐졌다. 그 안쪽에 어물 파는 가게들이 서너 군데 있고 안쪽으로 길다란 포장이 쳐진 곳이 있다. 포장 아래는 수십 개의 테이블이 있는데 거의 만석이었고 주문을 하는 계산대엔 줄이 30여 미터쯤 되었다. 아무리 맛있는 곳이어도 줄 서는 가게엔 절대 안 가지만, 가족들과 함께갔으니 어쩌랴. 우리는 빈 테이블을 잡았고 딸애가 줄을 서서 주문을 했다. 나중에 들으니 이곳 어민들이 합동으로 가게를 차려 운영한다고 했다. 그러니 괜찮은 서비스를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대충 자릴 잡고 앉아 가져다 주는 음식을 먹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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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가 먹었던 건 전어회무침과 숭어회, 꽃게를 넣은 라면이었다. 대하구이를 먹으려고 했지만 다 팔려 새우튀김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철조망 너머 얼씨년스런 한강을 쳐다보며 먹자니 꼭 피란나온 사람들이 끼니를 때우는 꼴이었다. 게다가 심한 강바람까지 불어제껴 머리속엔 ‘흥남부두’가 떠올려졌다.

가격은 싼 편이었다. 아마도 보통 횟집 같았으면 한 점으로 서너 조각은 충분히 낼 수 있는 숭어회 한 접시가 일금 만 원이었으니까. 난생 처음 갔던 전류리 포구에서 나름 값진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10월 15일 at 6:28 오후

    평일에는 좀 조용하지 않을까요?
    너무 복잡하면 맛도 모르는데요.
    그러나 가격이 싸니 또한 좋네요.

    • 바위

      2017년 10월 16일 at 11:44 오전

      가격은 쌌지만 그저 그랬습니다.
      평일은 좀 닛겠지요.
      딸애 말로는 인근에 제대로 된 식당이 있답니다.
      만일 다시 간다면 좀 비싸도 제대로 된 식당으로 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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