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적상산에서 1박2일 (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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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간밤의 과음에도 아랑곳 없이 우리는 아침 일찍 기상하여 조찬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장기 친구는 여기까지 와서 덕유산을 안 가볼 수 없다며 산행에 참여했다. 식사 후 태권도원 주변 둘레길 산책이 있었지만 나머지 셋은 숙소에서 두어 시간 휴식을 취했다. ‘뭐 앞에 장사없다’는 말을 실감하면서.ㅎㅎ

오전 11시경 T1경기장에서 공연하는 태권도 시범경기를 관람코자 숙소를 나오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두 친구가 먼저 나와 엘리베이트 앞에서 늦게 나오는 친구를 기다리는데 10여 분이 지나도 나오질 않았다. 한 친구가 숙소 문을 두드렸지만 기척이 없었다. 아마도 급한 용무가 있는 모양이라며 기다렸지만 다시 10여 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뛰어가서 숙소 문을 두드렸지만 무응답. 한 친구가 심각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아무래도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며 종종걸음을 치더니 사무실에 비상 키(key)를 가져와야겠다며 달려갔다. 남은 친구도 문을 두드리며 조바심을 치다가 마침 나타난 도우미 아줌마에게 방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함부로 열 수 없다며 거절하던 아줌마도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채고 열어주었다. ‘나쁜 상황’을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숙소 안을 둘러보았지만 친구는 없었다. 그제사 가슴을 쓸어내리며 사무실로 달려간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둘레길로 갔더니 친구는 팔각정에서 후배들과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친구의 말인즉슨 우리와는 반대 출입구로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것 또한 일흔을 넘긴 우리들의 처지를 실감케 하는 ‘넌센스’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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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태권도 시범경기를 관람했다. 대학 동아리 남녀 학생들의 경기였는데 장내에 자리한 관중들로부터 연신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정말 통쾌하고 멋진 경기였다. 좀 더 갈고 닦는다면 태권도를 홍보하는데 손색이 없는 기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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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관람 후 옆에 있는 태권도박물관으로 갔다. 태권도의 역사에서부터 전 세계 보급현황까지 3개 층에 걸쳐 잘 정리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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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가 국기國技로 자리잡는 데는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도 ‘민족중흥’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그 분의 공적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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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후 오후 2시 서울로 출발했다. 양재 역에 도착하니 오후 다섯 시였다. 헤어지기 섭섭한 네 사람은 인근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요행히 족발 집을 만났다. 여기에 소주 한 잔이 빠질 수가 없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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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깔끔하고 맛났지만 내겐 밑반찬으로 나온 간장새우가 제일 좋았다. 다섯 마리가 나왔는데 한 마리씩 가져가다 보니 달랑 한 마리가 남았다. 족발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는 친구들의 양해를 얻어 남은 한 마리까지 차지했다. 주인장에게 더 달라고 요청했지만 추가는 없다는 매몰찬 응답만 돌아왔다. 할 수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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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적상산에서 1박2일 동안 고락을 함께했던 친구들이여, 건강하고 즐겁게 살면서 자주 산에서 만나자꾸나. 아쉬운 ‘석별의 정’을 안고 우리는 헤어졌다.

 

4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10월 30일 at 1:19 오후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저도 기원 합니다.

    • 바위

      2017년 11월 2일 at 12:36 오후

      감사합니다.
      데레사님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 ᆞ이상덕

    2017년 10월 30일 at 3:51 오후

    적상산 기행 잘 읽었다. 동해하지 못했지만
    ㅡ 기분 알 만 하다. 공자님도 일색이학 이라 했는데 어찌하여 일색이학 이야기는 왜 한 마디도
    없냐

    • 바위

      2017년 11월 2일 at 12:35 오후

      공자님 말씀은 금시초문이다.
      적상산 설명은 백과사전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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