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토란과 방아잎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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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간 ‘꼬랑꼬랑’했던 막내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11월 11일, 오후 네 시경 둘째 동생에게서 전갈이 왔다. 막내가 죽었다고. 1960년 10월 생이니 우리 나이로 올해 쉰여덟 살이다. 지난 추석 무렵 조카로부터 아버지를 진주시내 요양병원으로 모셨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제수 씨도 진작 돌아갔으니 하나뿐인 조카가 십여 년간 애비를 모신 셈이다. 조카 역시 스물아홉에 천애고아가 돼버렸다.

토요일 밤 9시에 출발하는 진주행 버스를 탔다. 아내와 큰 애는 다음 날 일찍 승용차로 가자고 했지만 왠지 마음이 급했다. 남부터미널에서 30분마다 출발하는 진주행 버스는 의외로 만원이었다. 가까스로 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한 번 쉬고 열심히 달렸지만 도착하니 다음날 12시 반이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조카 친구들 십여 명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이튿 날, 심신이 피곤한 나는 아들 승용차 편으로 오후 1시경 귀경길에 올랐다. 아내는 빈소를 더 지키다가 저녁 무렵 버스를 타겠다고 했다. 차에 오르기 전 인근 중앙시장에서 토란과 방아잎을 샀다. 토란은 워낙 좋아해서 비축용으로 샀고 방아잎은 친구들과 산행할 때 방아장떡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오늘 16일은 손자 대학 수능일이지만 포항 지진으로 연기되는 통에 핑계삼아 하루 쉬기로 했다. 친구들은 점심이나 하자며 몇 차례 연락 왔지만 왠지 귀찮았다. 점심을 먹고 사온 토란 몇 개를 삶았다. 이걸 간장 양념에 적당히 재워 밥 반찬이나 안주로 쓸 요량이다. 방아잎은 냉동실에 챙겨두었다.

심사가 심란해서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콧틀랜드’를 들었다. 여느 날 같으면 일 잔했을 터이지만 오늘은 음악만 들었다.

그래, 동생은 가고 남은 건 토란과 방아잎뿐이구나.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11월 17일 at 4:13 오전

    뭐라고 위로를 드려야 할지요.
    손아래를 먼저 보낸 심정이 오죽 하시겠어요.
    명복을 빕니다.

    • 바위

      2017년 11월 17일 at 11:41 오전

      위로 말슴에 감사드립니다.
      ‘인명은 재천’이라지요.
      눈이라도 올 곳 같은 날씨입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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