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움의 과학 *-

아름다움의과학

어떤책은우연처럼,또어떤책은운명처럼만나게된다.그렇게읽게된책들을나는개인적으로친절한책,순진한책,도발적인책,논쟁적인책,까다로운책,무뚝뚝한책,흥미로운책,이런방식으로분류하곤한다.‘미인불패,새로운권력의발견’이라는부제가붙은이’아름다움의과학’이라는책은까다롭고도발적이며논쟁적인책이다.이책은우리가익히그렇게믿고있듯이진정한아름다움은내면의것이며,외모보다는성격이더중요하고,제눈의안경이라는통념이모두허상이라는뼈아픈진실을말해주고있기때문이다.

▲소설가조경란

그러나또한이책은친절하고다정하다.다른것도아니고미(美),즉’아름다움’을다루고있는데,어떻게무뚝뚝할수가있겠는가말이다.’아름다움’과’과학’이라는단어는아무리생각해도전혀어울리지않는다.아름다움은과학이나수학의세계로는이해할수없는,이를테면철학자비트겐슈타인이말한’침묵의영역’처럼수학용어로도공식화할수없고말로도표현하기힘든영역같은것으로만알고있었다.이책의저자울리히렌츠는그설명하기힘든’아름다움’이라는영역에의문을갖기시작했다.

왜아름다움은우리사회에서이토록중요하게여겨지고있는걸까?오늘날아름다움은왜그렇게예찬되는것일까?아름다움에대한집착에서조금이라도자유로웠던시대가있기는했던걸까?그의질문은이렇게이어진다.아름다움,이주제를학문적으로,보다과학적으로연구할수는없을까?과학에서중요한것은실험과통계다.첫번째심리학실험이시작된장소는디트로이트공항.한남자가공중전화박스문을열자곧바로서류철하나가눈에들어온다.대학에지원하는어느고등학교졸업생의신청서류철이다.

겉에는이런메모가붙어있다.’사랑하는아빠,좋은여행이되길빌어요.그리고비행기타기전에이신청서부치는거잊지마세요.사랑하는딸린다가.’남자는이력서에붙어있는사진을들여다본다.그날디트로이트공항에있던502명의승객들은오직사진만다른,똑같은이름,똑같은내용의서류철을보았다.서류를부탁한여학생의외모와서류가돌아오는것사이에는과연상관관계가있을까?‘실험사회심리학저널’에공개된결과는’사진속의얼굴이예쁠수록도와주고싶어하는마음이커진다‘였다.

독일의사가쓴이책은출간당시전독일을뜨거운논쟁속으로몰아넣었다고한다.말할것도없이그이유는아름다운외모야말로우리의삶에서정말중요한덕목이라는’과학적’고백과아름다움이란보는사람의눈에따라다른상대적인개념이아니라그저슬쩍한번보기만해도파악할수있는키나몸무게,혹은머리색처럼정량화할수있는’객관적’인개념일수있다는주장때문이었을것이다.저자는이책을통해서아름다움의마법을알아내고싶었다고한다.그러나그가과연아름다움이힘을잃게될지는역시의문이다.

태어난지얼마안된,아직사회의영향을전혀받지않은아기들마저도예쁜얼굴을더오래,더유심히쳐다본다는사실처럼아름다움이란본능적으로눈을충족시키며,아름다움에대한집착에서조금이라도자유로웠던시대는없었으니까말이다.우리가저절로알게되듯아름다움은타인을끌어당기고가까워지게하고친밀하게만든다.그래서매력적인여성은접촉사고를내고도그렇지못한여성보다욕을덜먹고잘생긴종업원은그렇지않은종업원에비해팁을더많이받는것이다.

그것이바로아름다움의재능이며권력이다.내면의아름다움이외적인아름다움보다훨씬더중요하다고주장하는대개의다른순진한책과달리이책은저자의의학지식에문화사적,진화생물학적,언어학적그리고뇌과학적연구성과가더해져육체적인아름다움이새로운권력이될수도있다는걸보여준다.역시논쟁적인주제며또한저자는우리에게이런까다로운질문을던진다.도대체아름다움을향한광기가왜나쁜것인가?하는.’아름다움의신화’를쓴미국작가나오미울프는’이제까지여성들이얻어낸것,아이·부엌·여성적인것에대한집착에서어느정도해방되자아름다움의신화가그들을구속하기시작했다’라고말했다.

그렇다면전세계의여성을아름다움에집착하게하는이들은대체누구일까.얼마전에영화배우전지현이주근깨가고스란히보이는맨얼굴로인터뷰한사진이인터넷상에서화제가된적이있었다.완벽한메이크업을했을때보다더아름답다고말하기는어렵지만그녀의표정은마치나는완벽해보이기보다는자연스럽게보이고싶어요,라는듯느껴졌다.40세의사람이40세처럼보이는것이실패자처럼보이는,전계층이아름다움에집착하고추구하는미적광기속에서그녀의주근깨투성이얼굴은스스로아름답다고느끼는경우엔행복이배가될수있다는것을말해주는것처럼보였다.

아름다움은확실히사람을행복하게만든다.하지만이책에따르면자신스스로가아름답다고느끼는경우에만그렇다고한다.외모에만집중하는사람은언제나자신에게부족한것만보게된다.설문조사에서도빼어난아름다움을지닌사람들대다수가다른사람들이생각하는것보다자신은덜아름답다고판단했다고한다.우리가스스로를어떻게평가하느냐에따라미의정도도자신감도달라지는것이다.아름다운것은좋지만,아름다움에대한지나친집착은저자의말처럼,명백히패배할수밖에없는전투에자진해서나와있는것같은강박관념의한형태이기도하다.

내가’아름다운어떤것’을사랑하는가장큰이유는그것이언젠가는다사라지고말거라는사실때문이다.모든쾌락이영원하다면쾌락이없는것과다르지않듯아름다움이영원하다면그건이세상에아름다움이존재하지않는것과마찬가지일테니까.더아름다워지고날씬해지고젊어지려는욕망은끝이없다.그러나아름다움도사랑도,청춘도젊음도언젠가는끝난다.아름다움을있는그대로인정하는것,아름다움그자체를알고느끼고즐기는것.그것이바로칸트가말한’지식의아름다움’이아닐까.인간이불행한건본능적으로자신을남과비교하려는경향이있기때문이다.아름다움이어떤것인지이미아는사람,당신은이미충분히아름답다.

-[글/소설가조경란]-

-저자/울리히렌츠지음|박승재옮김|프로네시스|392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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