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박행수대원시신운구…윤치원대원끝내못찾아
‘자유를향한2011마나슬루원정대’는작년여름부터준비하여가을과겨울동안대원들을대상으로등반보다는시신수습작업에중점을둔훈련을해왔다.직접운구장비를제작하여한라산에서사람을태우고내리는훈련을하며단점을보완하고,또논의하여수정하기를몇차례,마침내우리는많은운구장비를가지고네팔카트만두로향했다.3월18일방콕을거쳐카트만두에도착한우리는마음이급했다.대장박상수,등반대장이정현,대원김덕신,박남수,김미곤,윤욱현그리고촬영을담당한신현한피디등총7명으로구성되었다.현지에도착해서는고용인들을먼저만나인사를나눴다.카트만두에서4일동안준비를마친뒤대원들이먼저고라카를출발했다.고라카부터카라반을시작하면카라반기간이길어서대원들의컨디션조절과등반을위한워밍업에도움이되기때문이다.
1년전,우린다섯명의대원으로구성된팀으로이곳마나슬루를찾아왔으나단세명만이살아서돌아왔다.돌아온이들도몸이성치않았고,손과발에심한동상뿐만아니라정신적으로큰충격을얻은채살아왔다.우린아직마나슬루에남아있는나머지두대원들을찾아한국으로데리고가기위해다시이곳에찾아온것이다.
4월11일에는베이스캠프를설치하고라마제를지냈다.등반이시작되기전매번지내는라마제는종교와는무관하게현지인들의마음을안정시켜주고우리대원들의마음자세를바로잡기위한하나의행사이다.
라마제단에는고박행수,윤치원대원의사진이놓여있다.모두들그사진앞에고개를숙이고숙연하게마음속으로빌어본다.‘제발우리팀이단한명도털끝하나다치지않고무사히등반을마치기를바라며,동시에고박행수,윤치원대원을꼭찾아고국으로데려가게해달라고.’
4월12일새벽4시,대원들이간단하게아침식사를하고라마제단앞에모였다.박상수대장은고박행수,윤치원대원에게절을올리고우린묵념을했다.하늘에는별이초롱초롱하다.셰르파7명과대원5명,카메라맨1명이렇게총13명이출발했다.랜턴불빛과숨소리뿐,베이스캠프에서는아직도랜턴불빛이우릴지켜보고있다.이날우린캠프1까지짐을운반하고돌아왔다.
윤욱현대원과김덕신대원은히말라야가처음이다.이들은단지자신의후배인고박행수,윤치원대원을찾기위해온것이다.또이정현등반대장과박남수대원은고인들과생전에등반을해보았기때문에그들을찾아야한다는마음하나로이번원정에참여하게된것이다.또한신현한피디(PD)그리고나(김미곤)는작년에이들과같이등반했다.신현한피디는그저이번등반을꼭기록을해야한다며온것이다.안타깝게도작년대원들이모두많이다쳐서등반을할수가없게되어나혼자참여하게되었다.셰르파는작년에같이등반했던2명과시신수습경험이많은셰르파5명으로구성했다.
수색작업과시신운구를위한장비를4캠프로수송하고있는대원들과셰르파
2개조로나누어루트작업과수색실시
이번마나슬루날씨는작년에비해서더좋지가않다.쌓여있는눈도많고,또많이내리고있다.대신작년보다이곳을찾은팀이많다.대규모팀으로는인도군인팀과17명으로구성된이란팀이었고,대만팀도있었다.우린베이스캠프에서다른팀과협의를하여3캠프까지루트작업을같이하기로했다.각팀에서셰르파4명과스노우바,로프를1000m씩사용했고,우리팀은셰르파3명과내가로프작업에나서기로했다.이정현등반대장을비롯해나머지대원들과셰르파들은각캠프까지로프가깔리면짐수송과캠프를구축하기로했다.
4월16일,셰르파6명과나그리고신피디이렇게8명은2캠프로루트작업에나섰다.눈이무릎까지빠져몇걸음전진하지못하고멈춰서서가쁜숨을몰아쉬어야했다.작년과비교해서지형이너무많이바뀌었다.우선우리A조가2캠프까지로프작업을하고나면B조가뒤를이어3캠프까지작업을하기로했다.
로프를메고한걸음한걸음올라가니허리에찬스노우바가달그락거린다.1캠프에서2캠프사이가제일위험한곳이다.상습적으로눈사태가일어나는구간을지나가야한다.이곳을지날때는모두숨소리도죽이고말도하지않는다.혹시나머리위의세락이무너지진않을까하는불안이엄습하는구간이다.위험구간을통과하고나니셰르파들이오늘은작업을여기까지하고내려가자고한다.시계를보니이제겨우12시다.
나는나이많은셰르파에게이야기를해서작업을좀더하자고했다.그래야만내일2캠프까지작업을완료할수있다고말하고내가앞장을서서진출하자셰르파들이내려가지않고뒤를따라온다.얼마나올랐을까?GPS로고도를보니6200m를가리킨다.시계를보니벌써오후4시다.날씨도안좋아지려고한다.이렇게오후까지날씨가좋기는처음이다.작업을마치고1캠프으로내려오니우리팀대원들이모두올라와있다가우리에게차를건네준다.마음이편해지면서피곤함이사라진다.
이제1캠프에우리텐트가3동이나되었다.다른팀까지합하면총20동이넘는다.다른팀들도모두올라온것같다.밤에바람이조금불더니새벽이되면서조용해진다.윤욱현대원이밤에바람소리때문에잠을자지못한모양이다.하지만새벽에일찍일어나물을끓인다.막내라고항상한발먼저움직인다.
이정현등반대장이“여기는히말라야야.후배가무조건물끓이는거아니야.컨디션좋은사람이더움직여야지”라고하면서스스로코펠을집어든다.아침을대충먹고출발했다.오늘은짐이많다.2캠프로올라갈짐과로프들을보고박남수대원이조용히로프한롤을더집어넣는다.윤욱현대원은고소적응을위해그냥1캠프에남아서텐트주위정리를했다.
수색작업을위해1캠프를향해설릉을오르는대원들과셰르파들
어제로프설치마지막지점까지오니오전11시.2캠프자리가한눈에보인다.이곳에서수송조인김덕신,박남수,이정현대원은셰르파3명과베이스캠프로내려갔다.박대장님은무전으로날씨가안좋아질것같으니하산조는서둘러서베이스캠프로내려오라고한다.아니나다를까,오후2시가되니바람이불면서눈이내리기시작했다.서둘러텐트를치고안으로들어가니겨우안심이된다.2캠프의큰세락과크레바스가우리를눈사태로부터지켜줄것이다.
저녁이되면서바람이잦아들다가새벽이되더니더욱강하게일어났다.고민이었다.원래목표는3캠프까지로프를깔아놓고베이스캠프로내려가기로했지만바람이너무강하게불어고민이었는데일단베이스캠프로내려오라는박대장님의무전이왔다.우리는내려가기시작했지만화이트아웃과눈이내리는바람에어제올라온길이없어져애를먹었다.GPS로확인하면서신속하게움직여1캠프을거쳐베이스캠프에겨우도착하니그제야마음이놓인다.날씨는더욱나빠지고내리던눈은눈보라로변해버렸다.이후매일같이눈이내렸다.
4월22일,1년전바로오늘우린밤10시마지막캠프를출발하여5명의대원이정상으로향했다.그러나결국2명의대원은돌아오지못했고,3명의대원은심한동상을입고카트만두병원으로후송돼야만했다.저녁에고박행수,윤치원대원의제를지내기로했다.한국에서가지고온제사음식으로제상을차렸다.제단앞에서니고박행수,윤치원대원이우릴보고웃고있었다.하늘에서는여전히눈이내렸다.제를지내며마음속으로간절히빌었다.‘제발같이한국으로돌아가자고’
7500m지점서박행수수습운구
4월24일,날씨가좋아져다시1캠프으로향했다.이번에는이정현,박남수,김덕신,윤욱현대원과셰르파5명은7300m지점에서고윤치원대원을수색하고,나와셰르파2명은4캠프까지구축하고시간이되면박행수대원을수색하기로했다.전대원과셰르파가2캠프까지같이움직였다.2캠프에도착하니한국에서위계룡단장님께서오셨다는무전이온다.반가운소식이우리에게활력을불어넣어주는것같았다.우린계속밀고올라가세락밑에3캠프를설치했다.머리가멍하다.해발6900m인이곳에서는작년우리의마지막캠프가보인다.코끝이찡해진다.
4월27일,7200m까지로프를설치하고이곳에서윤치원대원을수색해보지만보이질않는다.고윤치원대원실종위치는7200m~7300m사이였다.마지막목격지점을찾아보았지만지형은많이변해있었다.우린다시3캠프로내려와계획대로이정현,박남수대원은셰르파4명과수색하기로하고나와셰르파2명은4캠프까지진출해박행수대원을수색하기로했다.
4월28일,4캠프로향했다.7300m지점을지나면서다시한번살펴보지만윤치원대원의모습은보이질않는다.우린B조에게수색을맡기고4캠프로향했다.4캠프에도착하니오후2시.텐트를치고차를한잔마신후수색에나섰다.작년에같이등반했던셰르파싼누와상의하며그가예상하는위치로향했다.저앞에뭔가노란물체가보였고,가슴이두근거렸다.10m앞까지왔을때느낌이왔다.그앞에서는순간난숨이콱막히고다리힘이빠져그자리에털썩주저앉고말았다.세상이노랗게변한것같았다.바로행수였다.그는반듯하고가지런히누워있었다.숨이막히고온몸이굳어버린것같았다.셰르파들이나를부축했다.이제그를찾았으니내일다시오자고나를끌고텐트로향했다.난단한마디도할수가없었다.겨우정신을차리고베이스캠프로‘행수를찾았다’고무전을보냈다.밤새한숨도자지못했다.물만마시며새로운태양이떠오르기를기다렸다.
4월29일,셰르파2명이3캠프에서우리를지원하기위해올라오고있었으나우린그들을기다리지못하고행수를수습하기시작했다.오전10시정도셰르파2명이도착했고,이제5명이서서서히행수를내리기시작했다.
우리가사용할고정로프와시신운구용로프를따로설치했다.내가내려가면서시신운구용로프를설치하고그리고네명의셰르파가1명은확보를보고3명은시신옆에서그를붙잡고움직이기시작했다.어느정도내려오다가갑자기행수시신과함께셰르파들이미끄러지며3m아래로떨어졌다.얼음이깨지면서아이스스크루하나가뽑힌것이다.가슴이철렁했다.떨리는가슴을겨우쓸어내리며그들을진정시키고셰르파들먼저자리를잡게한후행수의시신을추슬렀다.이곳에서약1시간을소비하고나니온몸에힘이하나도남지않은느낌이었다.그들과함께하며조금씩행수를다시운구하기시작했다.조금씩조금씩내려가다보니어느덧청빙구간을통과했다.그순간난‘이제행수를한국으로데려갈수있겠구나’라고생각했다.박남수,신피디그리고이정현등반대장이우리를돕기위해올라왔다.그들의모습이보이는순간이제3캠프까지안전하게내려갈수있겠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3캠프에도착할때쯤다시눈이내리기시작했다.
2캠프로고박행수대원의주검을후송하는대원들과셰르파들
윤치원박행수사진마나슬루정상에묻어
4월30일,2캠프에서는김덕신,윤욱현대원이헬기장을만들고있었다.2캠프까지전대원과전셰르파가동원되어안전하게행수를내렸다.이제헬기가와서그를데리고카트만두로가기만하면된다.
“신이여감사합니다.단한명의셰르파도다치지않고행수를이렇게기적적으로데려가게해주어서…”
행수유가족과통화했다.“혹시기회가된다면행수사진을정상에묻어줄수있어요?”
마지막마을에서행수를내려하얀천으로그를덮어주고제를지낸후단장님이행수를데리고카트만두로향했다.이제남은일은고윤치원대원을찾는일그리고그들의사진을정상에묻는일이다.
5월5일,아침을먹고대원4명과셰르파5명이출발했다.라마제단앞에서기도를한후박대장님은“이제마지막이다”라고하셨다.2개조로나누어1개조는정상에두대원의사진을묻어주고오고,1개조는마지막으로윤치원대원수색을한번더하라는것이었다.다찢겨진텐트속까지샅샅이한번더수색을하라는당부였다.위로향하는데다리에힘이없었다.행수를내리면서체력을너무소비했고,회복이덜된것같았다
5월7일,7300m지점에서한번더수색을하고나와박남수대원그리고셰르파2명은4캠프로향하고이정현,신피디는3캠프로내려갔다.밤새바람이심했다.6월8일박남수대원은정상을가지않겠다며3캠프로내려갔다.아무래도나를위한결정인것같았다.난하루더기다려보고날씨가좋으면정상으로,좋지않으면내려가기로결정했다.
5월8일수색조가윤치원대원을마지막으로한번더수색했다.그러나결국찾지못했다.산을그렇게도좋아했던윤치원형은결국영원히마나슬루에남기로한것일까….
난밤11시에일어나물을끓여마시고밤12시에셰르파2명과같이행수와윤치원대원의사진을가지고정상으로향했다.밤새쉬지않고걸었다.산소를쓰는인도팀이내앞에갔다.5월9일6시,정상에섰다.그리고두대원의사진을정상에묻었다.정상에서면기뻐야하는데어쩐지하염없이눈물만흘렀다.
두셰르파와난쉬지않고베이스캠프로향했다.3캠프에는이정현등반대장이우릴기다리고있었다.나는고맙다는말밖에할수가없었다.베이스캠프에도착해서발가락을보니작년동상이걸렸던엄지발가락이다시새까맣게변해있었다.
우린6월10일,전대원이고윤치원대원에게마지막작별인사를하고베이스캠프를떠나카트만두로와서행수를만났다.그의옷을갈아입히고화장준비를했다.6월11일,행수는이제연기가되어하늘로올라갔다.행수의가족들이그를배웅했다.화장터에서행수의가족이내등을다독이며말씀하셨다.
“이제그만보내주게,우리행수그래도행복한놈이네.그만울고이제는웃어”
‘정말미안하다.행수야!이제울지않을게’
화장터에서나와저녁을먹을때야행수아버님이웃음을띠며말씀하셨다.
“대원여러분,고맙습니다.”
그때서야그의가족들이웃음을보였고나도웃을수있었다.
이번원정을위해애써주신많은선,후배들과내팔주재영사관관계자여러분들께감사한마음을전하며,다시한번고박행수,윤치원대원의명복을빈다.ⓜ
마나슬루정상에오른김미곤대원이고박행수,윤치원대원의사진을꺼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