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여자가 주문한 전원주택 *-
BY paxlee ON 1. 18, 2012
“이집설계를맡긴사람들요?제평생에최악의클라이언트였죠.”
건축사강병국(50·동우건축)소장이말하는‘세여자가주문한전원주택’의건축주는부인과두딸이다.강소장이설계한‘이집’에는강소장과그를가장힘들게한고객인‘세여자’가살고있다.강소장이경기도광주시오포읍능평리에집을지은것은2006년이다.그전까지아파트가아닌,더구나서울밖에서의삶을생각해본적이없었다.이집을짖게된계기는돈때문이었다.부인이운영하던간호학원이경영난으로문을닫았다.서울목동의아파트를팔아야했다.남은돈으로는서울에서아파트전세밖에얻을수없었다.‘차라리서울근교에전원주택을짓자’싶었다.부지를물색했다.두딸의교육,땅값,출퇴근거리를고려해야했다.오포읍능평리가세가지조건에맞아떨어졌다.
강소장의전원주택제의에두딸이먼저조건을달고나섰다.
"알록달록한집아니면싫어!그리고수영장.”
노출콘크리트방식으로무채색일색인아빠의건축을싫어했던두딸이선수를치고나왔다.부인은한술더떴다.
“그럼난사우나.”
문제는돈이었다.여유만있다면수영장·사우나뿐이겠는가.‘건축가’의자존심을걸고얼마든지멋있는집을지을수있었다.“일년에한달쓰자고수영장을꼭만들어야겠어?”“원하는대로하려면건축비예산이초과된다니까.”다른건축주에게는팍팍먹히는‘예산초과’란단어가‘세여자’에겐도통통하지를않았다.논리적설득이아예불가능했다.두딸은다른집과비교해가며아빠의자존심까지건드렸다.
“아빠는왜저집처럼못지어?”
부족한예산,‘세여자’의요구,건축가의자존심.강소장은이모든것의접점을찾느라고역을치러야했다.건축기간도1년여가걸렸다.회사다니면서틈틈이도면을그려야했고,돈이없는만큼그의노력으로채워야할부분이많았다.어쨌든세상에서가장무서운고객인‘세여자’의요구대로수영장,사우나가있는알록달록한집을지었다.집에는한학에조예가있는지인이지어준‘상연재(尙淵齋)’라는이름을붙였다.상연재는2008년경기도건축문화대상동상을받았다.
알록달록수영장이있는집
▲땅값·건축비·세금까지포함,총4억원으로지은건축가강병국의집.두딸의요구대로수영장이있는알록달록한집을지었다.
대지515㎡(150여평,도로로24평정도가빠져실제는132평),건축면적86.9㎡(26평),연면적190㎡(58평)의상연재를짓는데는땅값,건축비,세금까지포함해총4억원이들었다.옹벽이며주차장까지만들어진땅값이2억2000만원,건축비가1억6800만원,중개수수료·세금등으로1000만원이조금넘었다.건축비는3.3㎡당350만원.일반적으로400만원정도가들어가는데건축가였기때문에비용을절감할수있는부분이많았다.돈이부족해집크기도처음계획보다줄어들었다.
12월17일상연재를찾았다.서울광화문에서자동차로한시간남짓걸렸다.경기도분당시와광주시의경계에위치,분당중심가에서차로10분이면충분한거리였다.전원주택단지로조성된마을이름은‘솔메마을’이라고했다.산이빙둘러싸고있는사이로말발굽처럼30여가구가들어앉아있었다.그중에서알록달록한상연재는주변의다른집들과는확연하게구별이됐다.
상연재는집입구부터예상을깼다.마당으로연결되는보통집과는다르게대문을열면벽이가로막는다.대문은보기드물게폴리카보네이트(플라스틱의일종)를사용하고중간에색유리로포인트를넣었다.색유리는사무실에서샘플로굴러다니는것을살짝들고왔단다.가장싼소재라서선택했다는폴리카보네이트대문은현대적이면서독특하다.대문에서는집이보이지않는다.벽을따라계단을올라가면비로소탁트인마당이나타난다.
2층으로지은집은남향으로일자형이다.‘ㄱ자’형으로짓고싶었지만예산이허락하지않았다.폭은좁지만좌우로긴탓인지평수보다는훨씬커보였다.녹이슬지않는징크(zinc)를테두리로두르고그안에대문처럼색유리를포인트로넣었다.집이라기보다는마치작은미술관같다.테라스도돌출구조가아니라방처럼만들었다.천장과정면쪽을뚫어벽면에빨간색으로포인트를줬다.강소장의건축스타일과는다른두딸을위한‘알록달록한’집이탄생했다.
건축에도반전이있다
▲(좌)순전히재료가싸서선택했다는폴리카보네이트대문.대문에서반층정도올라가야마당이나온다.
(중)세가지색깔의벽지등집안안팎으로색이있는집을만들었다.
(우)안방에만든천창.침대에누워천창을두드리는빗소리를들으며책을읽는시간은더없이행복하다.
영하10도를오르내리는수은주에도불구하고햇볕이쏟아져들어오는거실은따뜻했다.일자형의집은폭이좁아햇볕이안쪽까지충분히들었다.빛이너무많이들어한여름에는덥지않을까?그런의심을품었다면‘건축가의집’이란것을잠깐잊은것이다.건물전면에약간튀어나오게둘러놓은징크가한옥의처마역할을해서여름엔빛을차단해준다.여름과겨울에다른태양의고도까지고려한것이다.
1층에안방·거실·부엌이,2층엔두딸의방2개와작은컴퓨터방이있다.컴퓨터방은두딸의행동을거실에서‘감시’할수있도록유리로만들생각이었지만“너무비인간적이지않느냐”는항의에부딪혀그냥벽으로만들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