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조금 지나 서서히여명이 밝아오는 옥산 등산로 입구.
옥산 등산로 입구 주변 풍광은 한편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장면을 담고 있었다.
해발 2,680m. 마침내 옥산 등산 입구라고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 도착했다. 지명은 탑탑가안부라 했다. 후발 팀이 도착할 때까지 잠시 기다리면서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풍경을 즐겼다. 한 폭의 수채화 같다.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구름, 그리고 산. 이렇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다. 2,000m쯤 아래로 구름이 잔뜩 낀 새벽의 풍경은 등산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탑탑가안부라 불리는 옥산 등산로 입구에서 일행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운데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씨가 보인다.
아침 6시40분이다. 등산입구에서 배운산장까지 8.5㎞, 배운산장에서 옥산 주봉 정상까지 2.4㎞로 총 11㎞에 이르는 거리다.
마치 정글같은 숲속을 다리 난간 하나에 의지한 채 지나간다. 아래를 보면 아찔하다.
새벽의 찬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 했다. 산은 경사가 다소 심했다. 사람 한 사람 다닐만한 등산로뿐이다. 바로 옆으로는 깊은 산등성이다. 관목과 나무들이 무성하긴 하지만 아득하다. 갑자기 아래를 바라보니 오금이 저린다. 산들바람이 분다. 이 때만큼은 상쾌한 기분이 든다. 아직도 걷히지 않은 구름은 발아래 산들을 감싸고 있다. 이런 게 바로 운해구나. 아름다운 풍광이다. 잠시 감상에 빠졌다.
이름모를 새가 쉼터에서 반긴다. 팁으로 동영상을 첨부했다.
출발한지 30여분 지났을 무렵, 해발 2,838m 지점의 맹록정 휴게소에서 첫 휴식을 취했다. 이름모를 새가 날아가지도 않고 일행을 반겼다. 손에 먹이를 주니 그대로 사뿐 앉아 물고 날아갔다.신기해했다. 다소 지친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한 자연의 환대였다. 엄홍길 대장도 기운을 북돋우는 말을 보탰다. “등산은 인내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등산만큼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인내하기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 다들 힘냅시다. 우리는 하나다. 도전! 옥산, 정상을 향하여.” 역시 극기의 과정을 많이 겪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수목 종류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산 아래는 활엽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침엽수, 그 위로 올라가면 키 작은 침엽수, 더 올라가면 수목이 거의 없다.
다시 옥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고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수목의 종류가 달라지는 걸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아열대에서 열대의 기후를 보이는 대만은 산 아래쪽은 대부분 활엽수다. 해발 3,000m 가까워지자 침엽수가 많이 보이더니, 3,000m를 넘어서자 침엽수가 주종을 이뤘다.
아직까지는 키 큰 침엽수가 주변 경관을 빛내고 있다.
이정표는 500m 단위로 표시돼 있었다. 완만한 길과 경사진 길, 좁은 길과 편안한 길, 모든 길이 다 나왔다. 가끔은 낙석에 의해 부서진 다리를 옆에 두고 아슬아슬하게 지날 때도 있었다. 부서진 다리 틈새 사이로 아래를 보니,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정상 향해 가는 길에 주변 능선에 있는 봉우리를 담았다.
2시간가량 더 걸었다. 백목림 대피소에서 두 번째 휴식을 취했다. 배운산장까지 3.5㎞라는 이정표가 나왔다. 5㎞를 지나온 셈이다. 해발 3.093m 지점이다.
정상으로 갈수록 나무가 없어지고 전형적인 돌산으로 변한다.
오전 10시 35분, 배운산장에 도착했다. 해발 3.402m다. 물을 마시며 목을 축였다. 옥산 주봉 정상까지 2.4㎞, 서봉 정상 2.2㎞라는 이정표가 있었다. 8.5㎞를 4시간 조금 안 걸렸으니, 보통 등산객 수준이었다.
완전 돌산으로 변한 정상 주변엔 낙석 방지용으로 등산로를 철조망으로 덮어씌웠다.
그러나 엄 대장의 계산된 발언이 곧이어 나왔다. 옥산 정상에서 하산까지 예상 소요시간을 감안해서 오늘 일정을 무사히 소화해내기 위한 의도된 발언 같았다.
“저가 산을 수십 년 탔지만 이번 팀이 최악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려서 어떻게 산에 오기로 했습니까?”
모두들 침체했다. 배운산장까지 늦게 도착한 일행들과 함께 고산증세를 체크했다. 류병훈씨가 다소 높은 수치가 나왔다. 정상에 가는 걸 만류했다. 그러나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한 옥산 등정을포기할 순 없다.
키 작은 침엽수와 돌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모두들 도전했다. 정상을 향해 나섰다. 일행 중 한명은 어지럼 증세와 함께 메스꺼움까지 느껴 중도에 포기했다. 오기 전 중국 황산 정상까지 준비운동하고 온 사람이다. 워밍업이 아직 안 풀렸을까. 나머지는 계속 나아갔다. 이제는 확연히 나무는 없어지고 전형적인 돌산의 모습을 드러냈다. 등산로 옆엔 가끔 구토한 배설물들이 있었다. 낙석도 잦았다. 철망 등산로도 눈에 띄었다. 경사는 더 급해졌다. 정상까지 2.4㎞가 배운산장까지 온 8.5㎞보다 더 힘든 것 같았다. 엄 대장을 부지런히 따라 갔다. 일부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시간이 지체됐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오르는 사람은 먼저 오르자. 엄 대장의 ‘나를 따르라’ 리더십이 시작됐다.
옥산 정상 바로 밑에 너덜겅보다 더한 돌길 등산로.
마침내 오후 1시40분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3.952m다. 출발한 지 7시간 만이다. 한때 옥산이 3.997m로 알려져 대만 정부에서 4.000m를 채우기 위해 3m높이의 탑을 쌓았지만, 3.952m로 밝혀지자 탑을 없애버렸다고 했다.
마침내 3,952m 옥산 정상에 올랐다. 엄홍길씨와 함께 했다.
이흥
03.23,2009 at 5:57 오후
조그만 섬나라에 높은산이 있다니 다양한 볼거리도 만겠습니다.
엄지와 검지
12.13,2012 at 12:56 오전
등산로 입구의 산새는 그야말로 아름다우네요!!!
올라갈수록 산새는 험한것 같습니다,
정상의 그 느낌 힐링땜에 등산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