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40여권 저술한 최고의 옛길 전문가 신정일씨

영남대로 360㎞, 관동대로 392㎞, 삼남대로 390㎞, 5대강을 따라 걸어서 총 걸은 거리만 2만 ㎞에 달하는 걷기 전문가 신정일씨가 있다. 2만㎞면 5만 리다. 한마디로 옛길․강길 따라 5만 리를 걸은 사람이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거리가 이 정도고 평소 걷는 거리는 아예 포함도 안됐다. 신정일씨 보다 많이 걸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다.

왜, 언제부터 그렇게 걷기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어릴 때부터 원체 가난하게 자라 걷는 게 일이었죠. 학교도 걸어 다녔고, 엄마 시장에서 장사하는 곳까지 걸어서 따라다녔습니다. 배고파 얻어먹기 위해서 갔죠. 초등학교 졸업이후 가출을 감행했습니다. 그 때부터 본격 걷기가 시작됐다고 봐야죠."

그는 정규학교 과정은 초등교 졸업이 최종학력이다. 누구에게도 떳떳이 얘기한다. 숨길 것도 없고, 감춘다고 덮어질 사실도 아니기 때문이란다. 공민학교 다닌 적도 있지만 정규과정은 아니다. 검정고시로 대학입학자격은 얻었지만 별 의미가 없어 그만뒀다.

그에게 첫 인생의 전기(轉機)를 만드는 사람을 1975년 군에서 만났다. 초등 졸업의 학력이 전부인 그가 서울대 다니다 입대한 동기와 같이 생활했다. 외견상으론 지식의 깊이와 넓이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두 사람은 죽이 맞아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친구가 그에게 "깊이가 있으니 계속 공부를 하고 책을 많이 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그를 처음으로 인정해줬고, 서슴없이 대했던 친구였다. 그리고 헤어졌다. 비록 그 이후로 만나진 못했지만 그 친구는 평생 그의 가슴에 인생의 친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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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씨가 옛길에서 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군에서 제대하면서 그동안 모아뒀던 몇 만원을, 차비만 빼고 전부 문고판 책을 사는 데 썼다. 아무리 배를 곯아도 책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93년엔 김지하씨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와 동학에 대한 얘기를 2시간 정도 나눈 뒤 김지하씨가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분이 여기 이렇게 계시다니…"하면서 그 뒤로 아주 가깝게 지내게 됐다고 한다. 그로서는 자신감을 가지면서 세상의 콤플렉스를 날려버린 계기이기도 했다. 그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고마운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다른 한 사람은 그의 인생의 동반자인 그의 부인이다. 그의 부인은 교사다. 초등 졸업 학력을 가진 백수에게 시집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주에서 일대 결혼사건이라고 불릴만했죠. 결혼한다고 하니 처가에서 집사람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머리를 빡빡 밀어 보냈더군요. 여하튼 곡절 끝에 결혼을 했습니다. 더 자세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심했죠. 보란 듯이 살겠다고."

그의 복수는 저술로 시작됐다. 90년대 초반부터 쌓인 지식을 책으로 풀어갔다. 지금까지 약 40권 된다.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33곳> <다시 쓰는 택리지> 등 걸어 다니면서 보고 느낀 모든 것을 담아냈다. 우리 옛길도 그래서 나왔다. 5대강 따라 걷는 길도 모두 걸었다. 2006년엔 책 쓰는 것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인디라이터(Indie Writer, 독립저술가)로 뽑혔다. 뽑혔다기 보다는 책을 쓰다 보니 됐다.

그에 대한 세속적인 궁금증은 계속 됐다. 부인이 무엇에 반했다고 하던가요?

"당시 고전음악을 하고 있었는데, 같은 취향이었어요. 음악을 들으며 ‘거짓말 할 것 같지 않은 진지한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이제 더 이상 자꾸 묻지 말아주세요."

그는 책을 40권이나 출판한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인디라이터에, 한국에서 거의 독보적인 옛길과 걷기 전문가에, 사랑하는 아내를 둔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진지한 모습은 또한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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