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말 50㎞ 산행하는 산악여전사 “산에 안 가면 할일이 없어요”

매주말 50㎞이상 극기 산행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좋아서 한다. 아니 즐기는 편이라고 해야 더 적확한 표현일 것 같다. 50㎞라고 하면 별로 감각이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서울 직경이 약 40㎞다. 50㎞면 그 보다 10㎞나 더 길다. 지리산 성삼재에서 대원사까지가 약 50㎞쯤 된다. 그 거리를 매주 등산한다. 히말라야 등정하려는 산악인의 훈련이 아니다. 순수 아마추어 등산객이다. 더욱이 여자다. 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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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3일 자다가 일어나 새벽에 떠난 지리산 노고단에서 일출을 즐기는 이성희씨.

“산은 정신을 맑게 해주고 인내력을 키워 주는 힘이 있어요. 이 정도 산행을 못 참으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혼자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산은 나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살아가는 지혜도 가르쳐주는 셈이죠. 우스개 소리로 산에 안가면 할 일이 없어요.”

경북관광개발공사 홍보팀에 근무하는 이성희(39)씨의 말이다. 그녀는 이 살인적인 산행을 하고나서 “할 만하다”고 한다. 가히 철인 수준이다. 시집도 안간 처녀가 할일이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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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지리태극종주 중인 이성희씨.

그녀는 지난 1월10일 월출산 환종주를 다녀왔다. 도상 거리만 62㎞다. 실제 거리는 80㎞이상 된다. 이를 걸으면서 먹고, 먹으면서 걷고, 자면서 걷고, 걸으면서 자고 하면서 32시간 만에 완주했다. 이틀을 한숨도 자지 않고 걸었다. 출발 전날 밤 11시 경주에서 출발해 월출산에 도착한 시간까지 감안하면 3일 동안 제대로 자지 못한 셈이다.

눈 내리는 산길을 눈과, 추위와 전쟁을 벌이며 11일 오후 3시50분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다. 정확히 32시간10분만이다. 등산객들에게 기록은 별 의미 없지만 주변 사람은 기록을 궁금해 한다. 도상 거리로 따져 시간당 거의 2㎞를 걸었다. 한마디로 산악 여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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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지리산 중산리~성삼재 종주하면서. 미녀 산악여전사의 모습이다.

다음날 경주로 돌아와 2시간 자고 출근하니 볼이 얼어 벌겋게 떠 있었다 한다. 그녀의 회사 상사는 “다음 인사 때 산으로 발령 내 주겠다”고 했단다.

지난해 12월 20일엔 지리산 태극종주를 했다. 도상거리만 무려 90㎞가 넘는다. 비 내리고 바람 부는 악천후 속에 일행 26명이 출발했다. 이틀 동안 뜬눈으로 산길을 걸으며 하루는 비바람이, 하루는 눈보라가 몰아쳤다. 악천후로 대부분 사람들은 중도에서 포기했다. 4명만이 완주에 성공했다. 이성희씨가 홍일점이다. 35시간 50분 걸렸다. “날씨만 좋았다면 30시간대도 가능했다”고 말한다. 시간당 거의 3㎞를 걸은 셈이다. 잠도 자지 않고 시간당 3㎞의 기록이 과연 가능할까? 그것도 여자의 체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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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연말 태백산 산행.

“산행할 땐 안 먹고 좀처럼 멈추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다른 사람은 서서 자거나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저는 쉬고 싶을 땐 천천히 걸으면서 피로를 풀죠. 마음을 단단히 먹어서 그런지, 등산할 때는 잠이 오지 않습니다. 산에 들어서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집니다. 쉬지 않고 갈수 있는 원동력이죠. 배가 고프면 우유나 초콜릿을 먹습니다. 보통 5시간 걷고 5분 쉬는 걸 원칙으로 정했습니다. 지금은 원체 많이 걸어 무릎이 아픈 단계는 지났다고 봅니다.”

그녀의 직장인 경북관광개발공사에서는 ‘빨치산’수준의 등산이라고 이미 소문이 파다하다. 직속 상사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칭찬한다. 회사 산악회에는 빠짐없이 참석하지만 제일 후미에서 챙긴다.

그녀의 산과의 인연은 96년 경북관광개발공사 입사 후 98년 회사 산악회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처음 따라간 산행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달에 한번 가는 회사 산악회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인터넷도 검색하고 벼룩시장 산행안내 페이지는 빠짐없이 살폈다. 장거리 산행을 안내하는 일반 산악회를 찾아 나섰다. 백두대간이 눈에 들어왔다. 32구간까지 종주했다.

그녀가 장거리 산행을 원하는 이유가 있다. 몇 시간 걸려 찾아간 산에 불과 몇 시간만 산행하고 돌아온다면 소요한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다. 3~4시간 걸려 찾아간 산에서 최소한 10시간 이상 놀고 와야 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또 있다. 새벽에 찾아간 산은 그녀에게 장엄한 일출을 보게 한다. 어떨 땐 그 덤이 너무 장관이어서 넋을 잃을 때가 있단다. 산은 그녀에게 마력으로 다가와 엄청난 매력을 안겨 주고 있다. 결혼은 언제 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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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0일 월출산 첫 종주산행 출발하며.

그녀의 1월3일 산행기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산에 가고 싶어 하는지 잘 드러나 있다.

‘금요일 오후만 되면 들썩이는 마음을 간신히 주저앉히고 밤 10시쯤 잠이 들었다. 너무 일찍 잔 탓인지, 아니면 서서히 아침잠이 없어져 가는지 새벽 2시쯤 번쩍 눈이 떠져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질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다 무심코 전화기를 확인했다. ’지리로 갑니다‘라는 짧은 문자가 와 있다. 급격히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하여 안절부절 못하다가 그래 가버리자. 가서 일요일까지 지리에서 놀다 오지, 뭐. 마음 변할까 부랴부랴 짐을 꾸렸다. 경주에서 구례군청까지 3시간 만에 도착하여 성삼 오르는 길이 미끄러울까 택시 불러 타고 지리의 품으로…. 노고단에 오르니 아침 7시10분쯤 되었다. (중략) 이젠 금요일 퇴근하고 산행계획이 없을 때는 지리로 또 다시 달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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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에서.

7월엔 경주 보문단지에서 그녀의 직장인 경북관광개발공사가 주최하는 트라이애슬런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녀는 홍보팀으로서 뿐만 아니라 산악여전사로서 전국의 ‘꾼’들을 대상으로 일전을 겨뤘다.

그녀가 산을 왜 그렇게 ‘미칠’ 정도로 다닐까, 한편으로 궁금했다. 미인본색일까?

“못 생긴 편도 아니고, 버젓한 직장 잘 다니고 있는 제가 왜 그렇게 산에 미친 듯이 다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된 답이 생각나질 않습니다.”

그게 바로 산인가요? 누구 이 처자 책임 좀 지주세요.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5 Comments

  1. 밤과꿈

    11.17,2009 at 8:59 오후

    와우~
    대단한 산악인이신데요…

    그 게 좀…
    젊어 열심히 다니는 건 좋지만
    지나치면 늙어서 무릎의 도가니가 다 나가떨어져요~

    산행, 그 것도 아껴가면서 해야하는데…   

  2. 허웅

    11.18,2009 at 3:41 오후

    저도 매주 산에가는 편인데요….전에는 도상 거리를 몇시간만에 주파하는 냐가 주 관심이였지만 지금은 주파개념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 개념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산이 보이더군요 …돌.나무.벌레.내 마음.여유등등 보고 느낄것이 많은것이 산인것 같습니다    

  3. 오상호

    11.18,2009 at 5:45 오후

    자기만족이지만…저도 한 때 속도산행에 빠져 보았는데 요즘은 젊은 나이에 무릎도 많이 아프고 득 보단 실이 많은 것 같아 천천히 널널 산행합니다. 이 분 장거리산행 클럽에서 활동하는 분 같은데 맞나? 암튼 대단합니다.    

  4. 주성식

    11.19,2009 at 1:57 오후

    나도 산을 좋아하지만 대단한 타고난 체력같다..
    매일 산에 다닐수 있는 특전사에 지원하여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것이 어떨지..   

  5. LINK4U

    11.22,2009 at 8:17 오전

    크아… 정말 여전사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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