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이면서 아무 장비 없이 걸어서(free standing) 올라갈 수 있는 세계 최정상봉 킬리만자로(5,895m)를 올라갔다.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올라가면서 겪은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했다.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죽음이 가까이 왔다가 돌아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 고통은 3,000m 지나면서 처음 왔다. 이른바 고소증이라 부르는 증세다. 길은 무난한 길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숲속에 난 오솔길과 같았다. 세계 각국에서 원체 많은 등산객이 찾아오는 산이라, 등산로는 잘 닦여져 있었다. 그 무난한 길로 가다 갑자기 어찔하면서 휘청했다. 그 순간 ‘아, 고소가 오는구나’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GPS로 고도를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3,196m였다. ‘천천히 걸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날은 무사히 산장에 도착했다.
킬리만자로 정상 분화구에 있는 만년설과 빙하에서 얼음과 눈이 많이 녹아내린 사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산에서 닦은 등산습관이면 고산에 가면 누구나 고소증세를 겪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 높지 않은 산에서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고산에서는 ‘100 이면 100’ 전부 고소증세를 겪는다.
두 번의 고소증세를 겪고 정신이 없는 상태에 오른 킬리만자로 정상이었지만 그래도 감격이었고, 감동이었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그대로 있었다. 곳곳에 녹은 흔적은 역력했지만. 길만스(Gilman’s Point) 포인트에서 분화구 따라 맞은편에 킬리만자로 최정상 우후루피크(Uhuru Peak)가 있었다. 분화구 중심엔 킬리만자로의 눈(eye of Kilimanjaro)도 살아 있었다. 옆에서는 자세히 보이진 않았고, 하늘에서 봐야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았다.
킬리만자로 정상은 밤에는 혹독한 영하의 추위지만 낮에는 바로 위에 있는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으로 그리 춥지는 않았다.(summer every day, winter every day) 오히려 자외선이 더 문제였다. 피부를, 특히 얼굴을 조금만 노출시켜도 바로 탄다.
고소적응 하기 위해 올라가는 데 5일을 걸렸지만 내려오는 데 1일밖에 걸리지 않은, 그 킬리만자로 현지에서 겪었던 6일을 앞으로 사진과 함께 상세한 정보로 소개하겠다.
킬리만자로 정상 오른쪽 동그란 부분이 킬리만자로의 눈(eye)이다. 옆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킬리만자로 최정상 우후루피크를 밟고 터벅터벅 내려오고 있다.
일출과 함께 여명이 가시고 있는 킬리만자로 정상.
우후루피크 정상을 밟고 분화구 주위로 하산하는 포터와 세계 각국의 등산객들.
아프리카 최정상 우후루피크.
정상에 있는 만년설과 저 멀리 보이는 빙하.
만년설의 결정체가 오래 돼서 그런지 보통의 눈과 조금 다르다.
분화구 안에 있는 빙하와 만년설.
킬리만자로에서 만난 미국 처자. 왜 이 힘든 곳에 왔느냐고 물으니, 바로 "Because there"이라고 대답해 한바탕 웃고 각 팀으로 돌아갔다.
정상 오르기 직전의 마지막 산장인 키보산장. 해발 4,780m에 있다.
정상 바로 못미쳐 분화구 맞은 편에 있는 길만스 포인트.
킬리만자로 길만스포인트 정상에서. 사진 혜초트레킹 박장순씨.
풀잎피리
02.02,2010 at 1:25 오전
어찔과 휘청 뒤의 황홀을 축하드립니다.
산우
02.02,2010 at 6:02 오후
박기자 정말 좋네….
가는 사람도 많이 봐 왔지만 나도 가고 싶은데 못가고,..
부지런한 산행 부럽고… 좋은 자료 잘 보고 있다네… 임 주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