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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말하는 산을 즐기는 9가지 이유와 방법

등산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왜 1500만 명이냐구요. 그러면 역으로 한 번 물어봅시다. 등산하는 사람은 많은데 이 사람들을 어떻게 측정하겠습니까?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주십시오.

현재까지 개발된 방법으로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한다’는 사람이 ‘등산인구’대상이 됩니다. 다시 말하면 한 달에 한 번도 등산 안 하면 등산인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됩니다. 예를 들어 두 달에 한 번 등산한다는 사람은 등산인구가 아니라는 말이죠. 요즘은 두 달에 한 번 이상 등산한다는 사람도 등산인구에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1800만 명까지 늘어납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4700만 명 정도고 성인인구는 2500만 명가량 되니 등산 다니는 성인은 약 3분의 2가량 됩니다. 단일 취미로는 이만한 종목이 있겠습니까. 여러모로 무궁무진한 일이 많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왜 산을 다닐까요? 저도 참 궁금합니다. 아는 의사 중의 한 명이 산을 즐기는 9가지 방법을 썼더군요. 소아청소년과 김영준 전문의 입니다. 산을 다닌 지 불과 30년도 안되고, 본격 산을 다닌 지 10여년 정도 밖에 안되는데, 상당한 내공을 지니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그래서 의사가 말하는 산을 즐기는 9가지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재미있습니다. 길지만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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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선자령 가는 길에서.

-산을 즐기는 9가지 방법-

9월입니다. 이윽고 가을입니다. 지리했던 여름은 이제 종말을 고했습니다. 치를 떨었던 분노만큼이나 가을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쳐져있던 육신의 무거움을 툭툭 털고 활기차게 움직이고 싶은 본능이 꿈틀댑니다. 그렇습니다. 천고마비의 가을은 이제 아웃도어의 계절입니다. 가을은 산에 오르기에 최적의 날씨를 제공합니다. 산에 왜 오르느냐고 약간은 냉소적인 뉘앙스로 묻는 사람들이 있지요.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참 답답한 질문입니다. 그래서 억지로 끌고 산에 가보려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다시 내려올 걸 뭐 하러 올라가노?’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산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 사람을 만나다 : 산에 가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등산의 매력은 오히려 사람을 만나는데 있습니다. 동창회나 향우회를 아예 산에서 갖기도 합니다. 현대인은 고독합니다. 외롭습니다. 외로움을 달래는 길은 만남에 있습니다. 산에 혼자 가면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평소에는 나를 대면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홀로 산에 오르면서는 이런 저런 문제와 주제를 놓고 나와 대화를 하게 됩니다. 사유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친구와 함께 가는 산행은 정겹습니다. 저는 주로 단짝친구와 둘이 산에 다닙니다. 1주일 내내 환자에 치이고 보호자에 휘둘리고 가족에 천대받다가, 20년 지기인 친구를 만나 산에 오르면 모든 서러움과 억울함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집니다.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나의 억울함과 정당함을 토로하며, 서로의 고충을 들어주며, 우리는 그렇게 내안에 축적된 스트레스를 날려버립니다. 가끔은 산악회를 따라 나서기도 합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 없습니다. 산사나이들에게는 산꾼만이 갖는 독특한 인간미가 있습니다. 토종된장 같은 진득함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과 어울리게 되면 잊고 살던 삶의 많은 덕목들을 새삼 배우게 됩니다. 영혼의 에너지를 충전 받게 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산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져보십시오. 삶의 활력이 될 것입니다.


2. 자연을 만나다 : 자연은 생명입니다. 나고 자라고 시들고 죽습니다. 그 안에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의 진리가 담겨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변화합니다. 진달래, 철쭉 흐드러진 봄의 산, 초록의 바다 여름 산, 울긋불긋 단풍지는 가을 산, 하얀 눈의 세상 겨울 산. 산은 그 즈음에 맞는 모습으로 계속 단장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봄을 맞습니다. 가장 단순한 진리임에도 우리는 감탄을 금하지 못합니다.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직하게 섭리를 따르는 산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주변화의 진리를 터득하게 됩니다. 산에는 흙이 있고 바위가 있고 바람과 구름이 있습니다. 나뭇잎이 찰랑거리고 다람쥐가 뛰어 다닙니다.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운무가 피어오릅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초록 나무와 예쁜 꽃들. 풀벌레들의 합창, 새들의 지저귐. 시원한 바람.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연의 축복입니다. 우리는 자연을 만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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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폭포를 배경으로.

3. 별미의 세계를 접하다 : 산에 가면 뭐든지 맛이 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듯이, 맑은 공기 속에서 땀을 흘리고 나면 입에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지 산해진미가 됩니다. 잠깐 휴식을 취하며 한 입 베어 무는 오이의 아삭함, 영양갱의 달콤함, 박하사탕의 시원함은 맛의 애교입니다. 본론은 도시락에 있습니다. 조망이 탁 트인 너럭바위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싸온 도시락을 풀기 시작합니다.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들이 한 가지 한 가지 선을 보입니다. 찰밥에 묵은지에 보쌈이 등장합니다. 부침개와 열무김치를 내놓는 분도 있습니다. 순대와 튀김을 싸온 분도 있습니다. 홍어회무침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육해공군이 총출동한 셈입니다. 산 정상에서 상추쌈 한 볼태기 우겨넣고 냠냠쩝쩝. 아~ 입 안 가득 퍼지면서 혀의 미각세포들을 자극하는 오묘하고 충만한 맛의 소용돌이. 으~미.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 ^^ 기회가 된다면 산장이나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하루쯤 야영을 즐겨보는 것도 행복한 체험입니다. 지리산 종주에 나섭니다. 머리높이 올라오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12시간을 넘게 걸은 끝에 마침내 세석산장에 도착합니다. 지쳤습니다. 포도당은 고갈되고, 근육은 단백질을 갈망합니다. 서둘러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고 삼겹살을 굽습니다. 힘들게 걷고 난 뒤에 산에서 구워먹는 삼겹살의 맛이란. 아~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대로 죽음입니다.


4. 신선이 되다 : 신들도 넥타르를 마셨고, 고대인들은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며 축제를 즐겼습니다. 술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산행에서 술이 빠진다면, 그것은 앙꼬 없는 찐빵, 바람 빠진 축구공입니다. 밥은 육신을 위해서 먹지만, 술은 영혼을 위해서 마십니다. 왜 산에 가면 술이 더 맛있고 숙취도 없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산에서 마시는 술은 참 달달합니다. 땀을 줄줄 흘리고 난 뒤 마시는 얼음 막걸리 한 잔은 어찌 그리 맛이 좋은지. 정상에서 마시는 소주 한 잔. 하산해서 마시는 생맥주 한 잔. 파전에 동동주 한 잔. 그 맛의 달고 시원함을 말로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겠지요. ^^ 물론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셔서는 안 되겠지만, 흥을 돋궈주는 적당한 술은 산행에 있어 필수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도 평소에 술을 잘 못하지만 산에 가서는 제법 술을 마시는 편입니다. 술이 얼큰해지면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습니다. 콧노래도 절로 나오고 웃음도 터져 나오고 마냥 즐겁지요. 마치 신선이 된 듯, ‘인생 뭐 있어?’ 싶어지고 구름 위를 걷듯 흥에 겨워 산길을 걷게 됩니다. 그 맛에 산에 더 가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주의 : 절대 자기 주량을 넘어서는 과음은 안 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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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낀 산음자연휴양림 뒷산을 오르면서.

5. 산과 선을 보다 : 산 입구에 서서 등산로 안내도를 바라다보면 가벼운 떨림이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산이라면 설레이기까지 하지요. 마치 맞선 자리에 나온 총각처럼. 이 산은 어떻게 생겼을까? 조망은 어떨까? 산이 험하지는 않을까? 약간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온 몸에 퍼집니다. 하나의 산에도 여러 개의 산행코스가 있습니다. 코스에 대한 기획을 잘 해야 합니다. ‘오늘은 이 길로 가보자’, ‘다음엔 요렇게 올라가서 조렇게 내려오자.’ 산행 후에는 평가를 내립니다. 이 코스는 난이도 上이다, 中이다, 中下다. 그런 작업들이 산행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요번 산행의 테마는 계곡이다, 암자 순례다, 바다 조망이다, 이런 주제를 가지고 산을 찾으면 더욱 보람 있는 산행이 됩니다. 매주 같은 산에 올라도 산은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줍니다. 관악산, 북한산도 좋지만 가끔은 시간을 내어 조금 멀리 큰 산들을 찾아가 보십시오.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6. 꽃과 나무를 만나다 : 산에 다니다보면 평소 볼 수 없었던 예쁜 꽃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수리, 벌개미취, 노루오줌, 원추리, 모싯대, 산수국, 쑥부쟁이, 동자꽃 등등등. 이름도 특이한 야생화들입니다. 야생화에 미쳐 산에 다니는 분들도 있습니다. 야생화만이 갖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미끈하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빛깔이 곱고 기품이 있습니다. 야무진 생명력이 발산됩니다. 보고 있으면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게 됩니다. 야생화 발견하는 재미에 산에 오르게 됩니다. 나무들 감상하는 재미도 큽니다.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쭉쭉 솟은 잣나무 숲길을 걸으면 장쾌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바위를 뚫고 뿌리박은 소나무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태백산 꼭대기의 주목들은 기이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지리산 구상나무는 한 폭의 산수화를 연출합니다.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눈이 청아해지고, 마음이 고고해집니다. 제가 산에 자주 가는 이유입니다.


7. 세상을 굽어보다 : 산행의 즐거움은 조망에 있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서서 멋진 조망을 내다보는 행위야말로 등산의 제 1 목적입니다. 인생무상을 절감하는 순간입니다. 가슴이 활짝 펴지는 호연지기를 맛보게 됩니다. 그 순간만은 세상이 나의 것입니다. 묵묵히 산을 오르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경관을 보면 짧은 탄성을 내지르게 됩니다. 내가 어느 새 이렇게 높이 올라왔나 싶어지지요. 조금 더 올라 능선을 올라타면 이제 발아래 멋진 조망이 펼쳐집니다. 무슨 유격대원처럼 오로지 산을 타는 데만 몰두하는 산꾼들도 있지만, 멋진 뷰포인트에서는 잠시 발길을 멈추고 조망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사진도 한 컷 찍고, 가쁜 숨도 돌리고, 그렇게 여유 있는 산행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어둠이 갈마들 무렵 산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야경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하루의 시간대입니다.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고 건물들에 불빛이 하나씩 들어오면서 도시의 밤은 시작됩니다. 그 순간 나는 홀로 앉아 세상을 굽어보며 삶을 관조하는 마음의 여유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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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수리산에서.

8. 마음을 다스리다 : 등산은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선사합니다. 산은 나를 어루만지고 내 등을 다독거리고 마음의 병을 치유해줍니다. 산에는 정신의 먹이들이 많습니다. 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는 재료들이 널려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주워 담기만 하면 됩니다. 맑은 공기와 피톤치드는 뇌의 공기청정기입니다. 절로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초록 빛깔은 천연안약입니다. 눈의 피로를 풀어줍니다. 산길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우울한 마음은 사라집니다. 처음에 복잡했던 마음이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오로지 정상을 향한 화두 하나로 모아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섰을 때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릅니다. 몰두와 몰입은 道에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산에 오르는 행위가 그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산에 다녀오면 마음이 뿌듯하고 개운한 이유입니다. 바위에서 퍼져 나오는 磁氣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도발이 잘 먹히는 영험한 곳은 대게 큰 바윗덩어리가 자리하고 있는 곳입니다. 흔히 ‘바윗발’이라고 말합니다. <방외지사>의 저자 조용헌님은 바위가 많은 산에 다녀오면 몸이 가뿐해진다고 합니다. ‘마운틴 오르가즘’이라는 표현도 씁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심란하신 분들은 만사 제치고 잠시 속세를 떠나 산으로 가보시기를 권합니다.


9. 산 속을 걷다 : 걷는 것은 고통입니다. 걷는 것은 즐거움입니다. 고통스러움 속에 즐거움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경사진 산길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르는 일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다리가 퍽퍽해지고 숨이 차오릅니다. 무릎에 통증이 생기고 발바닥이 부르틉니다.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빠지기도 합니다. 긴 계단을 만나면 한걸음 한걸음이 천근만근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 삶이 그렇듯, 한발 한발 올라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다보면 어느 새 고통의 시간은 지나가고 마침내 정상에 서게 됩니다. 고통이 큰 만큼 희열도 커집니다. 감내한 아픔만큼 성취감도 커집니다. 걷는 행위는 신성합니다. 걷기야말로 가장 원시적이며 본질적인 신앙고백입니다. 우주로 나아가는 길이며, 신에게 이르는 길입니다. 고행이며 수행입니다. 꼭 산이 아니더라도 많이 걸으십시오. 산이라면 더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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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신년산행.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계절은 자연으로 스며듭니다. 산에 오르며 계절의 변화를 느껴봅시다. 윤회하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우리의 삶의 방향을 수정해 나갑시다. 대한민국은 축복받은 나라입니다. 삶의 터전 가까이에 천 미터 내외의 오를 수 있는 산이 많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누구는 그 행운을 마음껏 즐기고, 누구는 외면합니다. 누구는 삶의 콘텐츠를 자연으로 풍성하게 채우는 데, 누구는 콘크리트 상자 속을 뒹굴며 심심하다고 소리 지릅니다. 이번 가을 좋은 벗들과 산에 한 번 올라보시는 건 어떨까요? 산이 우리를 부릅니다.


아직 젊지만 나름 산에 대한 철학과 내공이 상당한 수준이 이른 의사 같아 보입니다. 그와 산에 대한 내용이든, 무슨 내용이든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그에게 직접 연락해보세요.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1 Comment

  1. 광야

    08.22,2010 at 11:54 오전

    너무 예리한 지적이십니다..저도 산을 무척이나 좋아 하는 사람입니다만…님의 글은 폄해 가지고 가야겟습니다.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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