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氣의 차이는? 즉 시인이 노래한 산과 동양학자가 본 산의 차이점은?

모든 현상이 그러하듯이 똑 같은 산을 두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산을 놓고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시(詩)와 기(氣), 즉 시인과 동양학자가 산을 어떻게 보는가는 매우 흥미롭다.


시인은 산하를 조탁된 언어로 민족의 감정이 섞인 감상적으로 노래한 반면, 동양학자는 산을 기(氣)의 표출구와 이를 받아들이는 장소로 표현했다.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고 서울대에서 퇴직한 오세영 교수는 주로 우리 민족의 흔적이 있었던 산을 찾아 노래했다. 백두산이 그렇고, 한라산, 태백산, 금강산, 소백산, 덕유산, 계룡산 등 의미가 있는 산들이 대상이다.


백두산은 ‘알타이에서 뻗어 내린 산맥이 동으로 치달아 / 땅 끝 반도의 북쪽에 우뚝 멈춰 / 대륙의 한축을 받들고 서 있는 / 백두 …(중략)… 그대 없이 이 땅 위에 / 역사도 생존도 없었거니, / 그대 없인 이 민족엔 / 영광도 자존도 없었거니, / 단군이 그곳에서 열어주신 그 보석 같은 / 한국어로…. (후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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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오세영 교수가 포즈를 잡았다.

한라산은 ‘출가한 남자처럼 / 이 풍진 세상을 등지고 홀로 / 의연히 순결을 지키는 삶이여…(중략)… 너는 일찍이 / 번뇌와 욕망의 불덩이들을 스스로 말끔히 / 밖으로 토해내지 않았던가. / 그 텅빈 마음이 천년을 두고 / 하루같이 하나같이 쌓아올린 오름을 / 일겉어 한라라 하거니 / 한라는 차라리 / 성스런 국토를 지키는 남쪽 바다 끝 / 해수 관음탑. (중략)’이라고 표현했다.


금강산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차라리 성스러운 산’으로, 태백산은 ‘하늘 아래 태백이 있거늘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보랴. 일찍이 단군이 말문을 여셨고 해와 달이 잠시 쉬었다 가신 곳.’으로 읊었다.


소백산은 ‘가까이는 태백이 있고, 멀리 또 백두가 있거니, 풍기, 단양, 영월, 제천 국토의 허리에 자리해서 스스로 소백이라 일컫는 그 겸손함이여.’라고 기리고 있다.

덕유산은 ‘남 덕유, 북 묘향이라 하거늘, 다만 어찌 그 빼어난 경관만을 칭송할 수 있겠느냐.’로 노래했다.


설악산은 ‘천상에서 갓 내린 선녀인 듯, 곱고 튀고 야하고 순결하고 예쁘고 고결하고 준수하고 발랄하고 매혹적인 처녀하나 동해 푸른 바닷가에서 철없이 물장난을 치고 있다’고 찬미했다.


계룡산은 ‘백두대간을 외로 두고, 홀로 명상에 든 산이여. 천년을 한 자세로 결가부좌 중이구나’라고, 내장산은 ‘기쁨도 슬픔도 안으로만 삭여, 미움도 사랑도 가슴에만 묻어, 참으로 아름답도소이다.’로, 마니산은 ‘지상에서 영원으로 가는 문, 그 마니산’이라고 노래했다.


화왕산은 ‘그대 세상사 슬픈 일로 마음이 괴로우면, 늦가을 해질 무렵 하얗게 하늘대는 화왕산 억새꽃밭에 가보아라’라고 사실적 표현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시인은 이와 같이 산을 이 땅의 변함없는 정신적 줏대로서의 웅장한 기운의 충만함을 나타내는 장소로 나타내고 있다. 산이 바로 우리 민족의 역사인 것이다.


반면 동양학자 조용헌 박사는 산에서 나오는 기를 주로 파악하고 분석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의 산은 바위 산이 많기 때문에 어디서든지 기가 쏟아져 나온다고 말한다. 그 차이는 한마디로 “개성의 차이고, 베토벤과 모짜르트의 차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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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자 조용헌 박사는 "산은 기가 나오는 대표적인 장소"라고 말한다.

그의 책 <사주명리학 이야기>에 ‘종교인들이 기도를 하면 기도발이 잘 받는 산을 화체(火體)의 산이라 한다. 불꽃처럼 끝이 뾰쪽뾰쪽한 산이 화체의 산으로 영암 월출산이 대표적이다’라고 적고 있다. 조선시대 풍수지리가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화승조천(火乘朝天)의 지세(地勢)’하고 했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땅의 형세’정도 되겠다. 월출산과 비슷하게 암벽이 많은 설악산, 계룡산, 가야산 등은 어떨까?


“월출산은 산 전체가 수석으로 둘러싸여져, 바둑으로 치자면 속전속결형에 해당합니다. 이런 산에서는 흙이 있는 장소가 명당이죠. 그래서 월출산 자락의 흙이 많은 명당자리에 무위사가 자리 잡고 있죠. 그것은 마치 세상의 어디든지, 무엇이든지 음양과 선악이 공존하는 이치와 같은 겁니다. 산에서의 음양과 선악의 양면성은 바위와 흙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월출산은 접근성도 좋아 고려시대 때는 천신제를 지낸 명산이었습니다.


설악산은 웅장한 면에서는 월출산보다 뛰어나지만 1년에 8개월가량 눈에 싸여있어 너무 춥고 먹을 것이 부족해 사람이 살기 적합하지 않습니다. 산이 아무리 기가 세더라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적당한 조건과 접근성을 충족시켜야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설악산은 월출산과 다르죠.


계룡산은 중앙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균형감각까지 갖춰 주거지역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바둑에서 다케미야의 우주류에 가까운 산이죠. 전체 균형감과 접근성이 좋으니 세상 변혁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어떤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항상 거론되죠.


가야산은 은둔지로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예로부터 오대산, 소백산과 더불어 삼재(三災․화재, 수재, 풍재)가 들지 않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산이 오죽 깊었으면 그랬겠습니까. 가야산의 대표 인물인 고운 최치원 선생은 홍류동계곡으로 들어가면서 다시는 나오지 않겠다고 한 글귀가 아직 남아있죠. 그만큼 깊은 산입니다. 계룡산보다는 먹을 것 없고 접근성이 떨어져 일반인이 살기 힘든 산입니다. 이와 같이 산마다 조금씩 개성의 차이, 즉 특성이 있습니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3 Comments

  1. 김인숙

    09.20,2010 at 2:04 오후

    월출산의 흙이 있는자리 같은, 사람 속에서 흙을 지닌 사람이고 싶고
    오세영 시인님의 산처럼 누군가에게 품고 다스리며 고움을 토해내게 하는 명산 같은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은 것 입니다.
    추석 명절 같은 풍요로운 내용의 글 감사 합니다.
    웃음소리 담 넘어 흐르는 풍성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2. 보라

    09.21,2010 at 3:07 오전

    굳이 차이가 있다면, 시인은 산도 꽃으로, 비도 눈물로 볼수 있는 사람이고 학자는 눈으로 대면한 현상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고 깊이있게 정의하는 사람이겠죠.
    하지만 산도 물도 하늘도 바다도 하나의 자연이듯이 시인도 학자도 그들의 말도 결국은 하나로 돌고 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3. 깨달음(인회)

    10.19,2010 at 5:19 오후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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