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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경춘선 전철로 가평 보납산… 조선 ‘명필’ 한석봉 자취 서려 - 마운틴
경춘선 전철로 가평 보납산… 조선 ‘명필’ 한석봉 자취 서려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오던 산줄기는 북한강이 앞을 가로막자 한번 휘감아 돌더니, 한북정맥이라는 새로운 줄기를 내놓고 다시 강을 피해서 남으로 내려간다.

한북정맥은 북한강을 따라 서해로 향해 뻗어나간다. 한북정맥도 몇 개의 작은 줄기를 북한강을 향해 하천 사이로 살며시 내려놓는다. 그 중의 하나가 화악지맥이다.

한북정맥 백운산에서 화악산으로 뻗어 내린 화악지맥은 가평천을 앞에 놓고 북한강을 향해서 맹렬히 달려가더니 끝자락 보납산에서 북한강과 마주하자 한껏 기세를 세우던 줄기도 강과 타협해서 강 속으로 사라진다. 백두대간 한북정맥 화악지맥의 마지막 정기를 간직한 곳이 바로 가평 보납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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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 본 한강과 전경

보납산(寶納山․330m), 유려히 흐르는 북한강과 그 북한강과 합류하기 위해 숨 죽여 흐르는 가평천의 굴곡을 양 옆으로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야트막하지만 암릉과 몇 개의 능선, 동굴 등 여느 산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을 전부 즐길 수 있는 산이다. 그 보납산이 12월 21일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보납산 들머리 중의 하나인 보광사 방향으로 남이역 전철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보납산은 특히 추사 김정희와 쌍벽을 이룬 조선 최고의 서예가 한호(호는 석봉)와 관련된 흔적으로도 유명하다. 한석봉은 선조 32년인 1599년 가평군수로 재직할 때 보납산을 유달리 좋아했다. 한호의 호 석봉(石峯)도 산 전체가 하나의 돌로 이뤄져 석봉이란 별칭으로 부른 보납산에서 따왔다는 일화도 있다. 또 2년 후 가평군수를 떠나면서 보납산에 벼룻돌과 아끼던 보물을 묻어두었다는 이야기도 아직까지 전한다. 그래서 산 이름도 ‘寶納山’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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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솔숲 사이로 걷는 등산로는 포근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보광사 쪽으로 보납산 능선 종주를 했다. 보납산 올라가는 코스는 몇 개 있지만 가장 긴 코스인 가평읍 보광사 입구~보광사~체력단련장(보납삼거리)~보납산 정상~체력단련장~고개삼거리(물안삼거리)~동굴~물안산~주을고개~주을고개입구까지 총 7.7㎞를 선택했다.

주택가를 지나 보납산 들머리에 들어서자 보납산 등산안내도가 커다랗게 붙어있다. 3개 코스를 소개하고 있지만 보광사 입구에서 올라가는 등산로가 가장 일반적이다. 등산로는 시멘트로 보장된 널찍한 길이다. 왼쪽(서쪽)으로는 가파른 경사면에 참나무가 대형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보납산 정상으로 바로 질러 올라가는 길과 보광사를 거쳐 완만하게 올라가는 등산로로 나뉜다. 조금 둘러가지만 완만하게 올라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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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사 입구에 있는 등산안내도

보광사를 앞에 두고 솔숲 사이 등산로로 보납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란 이정표가 나왔다. 잠시 보광사에 둘렀다. 보광사는 1905년 창건한 흔히 볼 수 있는 절이지만, 절 뒤 조그만 산신각 안에 있는 동굴 속의 샘물에 눈길이 갔다.

동굴 샘물에서도 명필 한석봉의 자취를 전하고 있다. 1599년 한석봉이 가평군수로 부임하여 선정을 베풀던 당시 참선하며 기도처로 삼았다는 곳이다. 또 여기서 백성들의 안위와 풍년을 기원하는 천제를 봉행했다는 기록도 야사로 전해온다.

그 이후 동굴이 훼손 방지를 위해 그 앞에 산신각을 건립하여 한석봉의 영정을 봉안하고 보존하고 있다. 동굴은 길이가 약 20m 되는 자연동굴이며, 굴속으로 햇빛이 비치는 신비한 동굴이다. 바위 안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명경지수로, 마시면 머리가 총명해진다고 한다. 간혹 부정한 사람이 다녀가는 날이면 샘이 말라버리는 특성을 지닌 신비의 약수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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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샘물 내부의 전경. 햇빛이 비치는 날이면 동굴 안에까지 빛이 들어온다고 한다.

다시 솔숲 사이로 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 솔가리들이 낙엽과 어울려 길을 포근하게 덮고 있다. 마치 담요를 깐 듯 등산로는 푹신푹신했다. 별로 높지 않다고 얕봤지만 능선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숨이 턱밑으로 차올라 거친 숨을 내쉬게 했다.

능선에 올라서니 운동기구 몇 개가 설치된 체력단련장이 나왔다. 길은 세 갈래다. 정상 가는 길과 물안산 가는 길로 나뉜다.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와 물안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상 가는 길은 가파르고 군데군데 밧줄까지 설치해놓았다. 야트막하다고 얕봤는데, 영 그게 아니다. 산림은 우거져 있고, 가파른 능선길은 자주 등장했다.

어디선가 “따딱~따딱~” 나무 쪼는 소리가 들려왔다. 출발한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은 등산로에서 수차례나 딱따구리 소리가 들렸다. 요즘은 딱따구리를 자주 본다. 아마 자연생태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반증일 게다. 이름모를 새들도 여기저기서 서로 목소리를 뽐내듯 지저귀고 있다. 솔가리와 낙엽으로 어울린 푹신한 등산로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로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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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납산 정상 직전에 있는 전망대. 여기서 유려히 흐르는 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 봉우리가 멀지 않은 곳에 보였다. 정상 조금 못 미쳐 굽이져 흐르는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뿐만 아니라 우뚝 솟아오른 산과 산들의 능선이 보여주는 원근감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만끽했다.

보납산 정상비석을 밟고 다시 하산이다. 정상에서는 앞뒤로 북한강과 가평천이 흐르고 있다. 체력단련장으로 내려와 물안산과 강변산책로 방면으로 향했다. 물안산 방면 등산로는 능선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며, 산 아래엔 북한강이 따라 흐른다.

조금 전부터 내리던 눈발이 점점 강해졌다. 눈앞을 가리더니 등산로에도 쌓이기 시작했다. 기온도 급격히 내려가 몸단장을 새로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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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납산 등산로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키 경쟁이라도 하듯 모두 쭉쭉 뻗어 있다.

북한강을 내려다보며 능선 따라 가는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와 소나무들로 우거져 있다. 키가 너무 커서 여름엔 하늘도 제대로 보이질 않을 정도로 시원할 것 같다. 우거진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그 가지 위에 눈을 하나씩 둘씩 쌓아갔다. 쌓인 눈들은 바람이 불면 다시 새로운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날았다.

북한강 옆 강변도로로 달리는 차들은 “쌩쌩~” 소리를 내며 휙휙 지나갔다. 마침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어 이들의 모습과 북한강을 볼 수 있지, 여름이면 우거진 숲으로 아예 볼 수 없을 것 같다.

다시 삼거리다. 왼편(서쪽)으로는 ←마루산 1㎞․보납골 입구 2.7㎞, 물안산 1.7㎞․개곡리 3.1㎞ ↑, 보납산 2.2㎞↓ 이정표가 있다. 보납산 정상에서 2.2㎞ 온 셈이다. 물안산․개곡리 방향으로 직진이다. 중간에 빠지려고 하면 보납골 입구로 내려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바로 읍내로 진입해서 교통편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삼거리지만 GPS상으로 보납산 정상보다 40m나 높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능선타고 오르락내리락 한다. 평소 같으면 걷는 재미가 쏠쏠하겠지만 눈이 쌓인 등산로는 미끄러운데다 암벽까지 있어 다소 위험했다. 내려간 기온은 손까지 얼게 해 위치체크를 어렵게 했다.

눈 내리는 등산로 중간에 갑자기 수증기 같은 흰 연기가 자욱했다. 뭔가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등산로 저 앞에서 수증기가 솟아나는 곳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갔다. 깊게 파인 동굴 하나가 등산로 바로 옆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그 속에서 무취의 연기가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흰 연기는 나오고 있지만 끝이 어딘지 보이질 않을 정도로 깊었다. 확인할 길이 없다. 가평군에서 어떻게 된 동굴인지 내용을 파악해 이정표를 세우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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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납산 능선 중간쯤에 있는 동굴에서 연기가 뭉글뭉글 솟아오르고 있고 동굴은 꽤나 깊어 보였다.

동굴 주변엔 석봉이란 별명 그대로 돌투성이다. 돌 위에는 눈이 쌓여 더욱 미끄럽게 했다. 그런 중에 ‘추락주의 위험!’이란 이정표가 보인다. 그 앞에는 조그만 낭떠러지다. 조심조심 밧줄을 잡고 암벽 사이로 내려갔다. 곧이어 밧줄 잡고 올라가는 일명 수직바위가 연이어 있다.

능선 위로 올라서서 GPS로 고도를 확인하니 지금까지 온 능선과 봉우리 중에 가장 높은 453m를 가리켰다. 조금 오차가 있다 하더라도 400m는 더 되는 산이다. 아마 백두대간 한북정맥 화악지맥에서 뻗어 내려오다 강을 앞두고 마지막 산의 정기를 뽐내느라 솟구치고 강으로 산화한 것 아닌가 여겨졌다. 바로 밑에는 북한강이다. 내려가는 하산길은 별로 높지도 않은 산이 꽤나 급경사를 이룬다. 400m 고지에서 바로 100m 이하로 고도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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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뻗은 소나무와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참나무 사이로 난 등산로는 솔가리와 낙엽들이 어울려 푹신한 느낌을 준다.

눈은 더 내려 마치 미끄럼틀 타듯 내려 왔다. 산은 눈이 내려 온통 은세계로 만들었다. 눈 덮인 보납산 물안산은 어느덧 하얀 산으로 변해 있었다.

가파른 산은 임도로 접속되자 완만한 길로 변했다. 이곳이 바로 주을고개다. 주을고개 입구까지 임도를 따라 눈길 위로 조심조심 걸었다. 이정표는 목적지인 개곡리 1.2㎞, 보납산 정상 4㎞를 가리켰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눈 덮인 길을 걷다 툭 트인 임도를 걸으니 다소 지겨운 느낌이다. 하산길 주변엔 민박이나 펜션은 전혀 없고 민가 한 채에 개들만 열심히 짖어댔다.

주을고개 입구에 도착 직전 마지막 이정표가 있다. 보납산 정상 5.3㎞, 계관산이 8.3㎞ 떨어진 곳에 있다고 가리킨다.

해발 330m의 보납산과 438m(지리정보원 기준) 가량 되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결코 낮지 않은, 암릉과 수직바위, 긴 능선과 능선 상에 나오는 동굴 등 큰 산에서 볼만한 것들은 다 갖춘 그런 산이었다. 한마디로 얕볼 산이 아니었다. 그러나 북한강을 내려다보면서 걷는 능선길과 우거진 산림은 눈길이었지만 더욱 즐길 만했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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