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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지리산 눈꽃과 설경산행… 피아골~뱀사골까지 1박2일 - 마운틴
지리산 눈꽃과 설경산행… 피아골~뱀사골까지 1박2일

지리산의 겨울 풍경은 어떠할까? 그 중에서도 가을 단풍으로 전국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피아골과 뱀사골의 겨울은 더더욱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지리산의 눈은 아직 채 얼지 않은 상태다. 선유교 다리 위로도 눈이 덮여 있다. 다리 위의 눈은 조금씩 언 부분이 있다. 계곡은 바람이 불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양쪽 능선 위로는 바람이 쌩쌩 부는 것 같다. 저 멀리 능선 위의 나무들이 줄기와 가지가 흔들려 나무위에 앉은 눈발이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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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능선인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다. 눈으로 완전히 덮여 있다.

반야봉을 바라보며 올라가는 피아골 등산로 양쪽은 불무장등(오른쪽, 동쪽)과 왕시리봉(왼쪽, 서쪽)이 좌우로 감싸고 있다. 욍시리봉은 노고단에서, 불무장등은 삼도봉에서 뻗어내려온 능선이다. 그 사이로 난 계곡이 바로 피아골이다. 자연휴식년제로 통제되고 있는 두 계곡 사이로 난 능선은 자연히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띨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산림생태계 조사를 위해 지정한 서울대 남부학술림이 등산로 바로 위쪽을 통제하고 있어 식생이 다양하고 건강하게 보존되어 있다. 곰이 이곳에 한번씩 출몰하기도 한다. 지금은 그들도 겨울잠을 자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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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의 유래가 되는 직전마을의 전경. 산 속에 푹 파묻혀 있는 모습이다.

피아골은 이름에서부터 뭔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피아골의 이름은 바로 그 아래 등산 출입구인 직전마을과 관련 있다. 직(稷)은 오곡 중에 하나인 기장 혹은 피를 말하며, 직전(稷田)은 그 피를 일군 밭을 뜻한다. 피는 산지나 척박한 땅에서도 잘 견뎌 이 외진 곳에서 사람들이 피밭을 일궈 주식으로 삼았던 데서 유래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피밭골’이 부르기 쉽게 피아골로 변이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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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홍소 이정표. 삼홍소는 가을 단풍이 절경이다.

피아골은 사계절 내내 절경이다. 봄이면 진달래, 여름이면 원시림의 짙은 녹음, 가을이면 단풍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겨울 설경도 빼놓을 수 없다. 계곡은 온통 눈으로 덮여 어디가 계곡인지 등산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아골의 명소 삼홍소(三紅沼)에 도달했다. 가을의 그 아름다운 ‘색(色)의 향연’를 벌였던 삼홍소다. 말 그래도 세 가지 붉은 것을 말한다. 첫째는 짙은 단풍으로 산이 붉게 탄다고 해서 산홍(山紅)이요, 둘째 붉은 단풍이 물에 비치어 물까지 붉게 물드는 수홍(水紅)이요, 셋째는 산홍과 수홍으로 사람의 얼굴마저 붉어 보이는 인홍(人紅)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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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홍소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구계포폭포가 나온다. 날씨가 너무 추워 계곡도 얼어 있다.

피아골 단풍의 현란한 풍광에 감탄한 남명 조식 선생이 글을 한편 남겼다.

흰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 가을바람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고와라 / 천공이 나를 위하여 뫼빛을 꾸몄으니 /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

감탄이 절로 넘쳐흐르는 시이며, 삼홍이라는 말도 남명 선생의 시에서 유래했다. 지리산 10경 중 2경이 피아골 단풍이다. 그만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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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대피소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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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대피소의 전경. 완전한 음지에 자리잡고 있어 겨울엔 정말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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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중간에 있는 이정표.

색의 축제를 성대히 끝낸 지금, 피아골은 또 다른 볼거리인 겨울 설경을 뽐내고 있다. 눈 덮인 피아골 바위틈 사이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들릴 뿐 어디서 물이 흐르는 지 볼 수가 없다. 간혹 모습을 살짝 보여주고 다시 감추곤 한다. 흐르는 물을 이렇게 귀하고 드물게 보기도 새삼스럽다.

피아골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만에 피아골대피소에 도착했다. 직전마을에서 4㎞ 거리다. 탐방지원센터에서는 6㎞ 된다. 피아골대피소는 현재 지리산대피소 중에서 가장 낙후된 시설에 속한다. 내부 난방이 안돼 이용객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용료도 1박에 5,000원으로 다른 대피소보다 싸다. 대피소 벽에 붙은 온도계를 슬쩍 보니 바로 붙은 옆 텐트에서 장작난로를 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하 10℃를 가리키고 있다. 피아골대피소에서는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하여 일출과 일몰을 기준으로 등산로를 통제하고 있다. 오전 8시, 오후 4시 전후해서 등산 출입문을 열고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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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대피소에서 약 2킬로 올라서면 지리산주능선으로 연결되며, 이어 임걸령이 나온다.

대피소 오른(동)쪽 등산로 입구는 철조망으로 만든 여닫이문이었다. 문 열면 주능선으로 연결되는 약 2㎞의 좁은 등산로가 계속된다. 철망 여닫이문 바로 뒤에는 바위에 지리산 등산로를 약식으로 그려놓았다. 여기서 주능선인 피아골 삼거리까지는 불과 2㎞밖에 안 되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지금까지 피아골의 계곡 설경을 즐겼다면 이제부터 거친 호흡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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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능선으로 올라서자마자 설경의 세계가 눈앞에 확 펼쳐졌다.

힘들여 주능선으로 올라섰다. 사방 천지가 눈으로 펼쳐졌다. 한마디로 ‘눈의 천국’이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작가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경>이 떠올랐다. 설경과 죽음과 사랑과 여행을 소재로 쓴 소설이다. 그 스스로 자살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 소설 속의 설경과 지리산의 설경이 오버랩 됐다. 설경은 언제 봐도 감동이지만 지리산의 설경은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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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걸령샘물이다. 온통 얼음과 눈세상인데도 샘물은 얼지 않고 물을 흘리고 있다.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젠 임걸령이다. 동서로 확 트여 더운 날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등산로 10m 아래엔 옹달샘도 있어 안성맞춤이다. 혹시나 싶어 임걸령샘물을 마시러 갔다. 사방 천지가 눈으로 덮였고, 영야 10℃가 훨씬 떨어진 날씨에, 바로 그 옆엔 고드름까지 있는데도 샘물이 얼지도 않고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이런 물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옆에 있는 두레박에 받아 마셨다. 의외로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참, 신기한 샘이다. 그 추운 영하의 겨울에 지리산 종주능선에서 솟는 샘물을 마시는 감격은 설경감상에 덤을 얻어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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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눈꽃은 정말 장관이다. 다른 곳에서 본 설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뱀사골로 가려면 노루목, 삼도봉, 화개재를 거쳐야 한다. 능선길은 정말 장관이었다. 솔잎 끝에서 50㎝정도 되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린 모습은 마치 한겨울 처마 밑을 연상케 했다. 눈솜뭉치들은 모든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이 불 때마다 눈발을 조금씩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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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재 이정표.

더운 날 쉬기 좋은 임걸령과 달리 노루가 물을 먹기 위해 고개 숙인 것 같은 노루목은 추운 날 바람을 막아 쉬기 좋은 곳이다. 노루목에서 잠시 멈췄다. 정말 바람이 전혀 없다. 서북쪽으로 반야봉을 바라봤다. 온통 눈 천지다. 등산객 발자국도 전혀 없다. 어느 정도인지 발걸음을 옮겼다. 10m쯤 가자 그나마 몇 개 있던 발자국은 완전히 없어지고 등산로가 어디로 가는지도 종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갑자기 허벅지 위로까지 눈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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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가 허리까지 찰 정도의눈으로 덮여 있다.

삼도봉은 한때 낫의 날을 닮았다고 해서 낫날봉이라 부르다, 부르기 편하게 날라리봉 등으로 불리다 공단 청설(1987년)이후 공단에서 삼개도의 경계선이라고 해서 삼도봉이라 개칭,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삼도봉에서는 저 멀리 천왕봉과 바로 그 옆의 중봉, 천왕봉 앞에 있는 토끼봉, 옆에는 반야봉 등 지리산의 여러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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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의 세상이다.

마침내 뱀사골로 접어드는 화개재삼거리에 도착했다. ‘지리산 능선에 있었던 장터 중 하나로, 경남에서 연동골을 따라 올라오는 소금과 해산물, 전북에서 뱀사골로 올라오는 삼배나 산나물 등을 물물교환 하던 장소였습니다.’라고 지리산북부사무소에서 설치한 안내판에서 설명하고 있다.

뱀사골은 특히 소(沼)로 유명한 계곡이다. 소가 많으면 자연히 물도 많다는 얘기다. 지리산에서 가장 물이 맑은 지역으로 꼽힌다. 뱀사골과 계곡 아래에 있는 반선마을과의 관계는 피아골이 직전마을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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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 전남북, 세 개 도의 경계가 되는 삼도봉.

그 옛날 소가 많은 뱀사골에서 매년 도량 높은 스님 한분을 선발해 정성껏 기도하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했다. 어느 날 그 절에 서산대사가 방문하여 그 얘기를 듣게 됐다. 서산대사는 선발된 스님의 장삼의 명주에 몰래 독을 묻혔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용이 못된 이무기가 한 마리 죽어있었다. 법 높은 스님은 이무기가 먹다 서산대사가 묻혀놓은 독에 중독돼 죽은 것이었다. 그 이후부터 이 골짜기를 뱀이 죽었다고 해서 뱀사골이라 불렀고, 스님의 넋을 기려 아랫마을을 반선(半仙)마을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뱀사골에 있는 큰 소만 하더라도 간장소, 병풍소, 병소, 뱀소, 탁용소, 요룡소 등 지리산에서 가장 많은 걸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이름 없는 것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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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는 눈으로 파묻혀 걷기가 힘들 지경이다.

눈 내린 뱀사골은 설경, 그 자체만으로 신선세계 같이 보였다. 아랫마을이 반선이라면 지리산은 신선마을이다. 계곡 설경은 피아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뱀사골에는 계곡 위 백색의 눈 위로 유독 동물 자국들이 눈에 많이 띈다. 무슨 동물 발자국인지 가까이서 확인해보니 멧돼지, 고라니 등과 이름 모를 동물들의 흔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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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눈꽃을 만지며 즐거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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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서도 고드름이 얼어 있다.

하산길에 첫 소인 간장소가 나왔다. 간장소는 3가지 유래를 가지고 있다. 물색깔이 간장 같다고 해서 이름 붙였다는 설과 화개재에서 소금을 사서 가다가 너무 무거워 이곳에 소금을 빠트렸다는 설, 원래 물이 너무 짜서 그렇다는 설 등이다. 원래 짠물이라 그런지 이곳에만 물이 얼지 않고 있다. 고여 있는 물도 실제로 간장같이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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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 내려가는 계곡에도 온통 눈과 얼음 세상이다. 그 밑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

이어 1,300여 년 전 당시 이곳에 있었던 송림사 정진스님이 불자의 애환과 시름을 대신하여 제(祭)를 올렸다는 제승대, 소의 모양이 병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병소, 큰 뱀이 목욕을 한 후 허물을 벗고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다 암반 위에 떨어져 100여m나 되는 자국이 생겨나고 그 자국 위로 흐르는 물줄기가 용의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 하여 붙은 탁용소 등을 거쳐 와운교 삼거리에 다다랐다. 지금은 뱀사골의 용과 뱀을 닮았다는 수많은 소들도 설경에 빠져 전혀 확인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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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 계곡엔 특히 소가 많이 매우 길어 보였다.

와운삼거리는 계곡 위에서 와운체험마을로 올라가는 길과 뱀사골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로 나눠진다. 당연히 하산길이다. 10m쯤 아래에 와운교 아래 와운마을 방향으로 정말 용머리 같은 바위가 우뚝 서 있다. 바위 모습이 마치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하여 요룡대(搖龍臺)라 붙였다고 전한다.

1박2일에 걸친 직전마을~피아골~피아골삼거리~임걸령~화개재~뱀사골~반선마을까지의 약 20㎞ 눈꽃산행이었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2 Comments

  1. 깨달음(인회)

    01.12,2012 at 10:23 오후

    눈덮인 지리산을 가야하는데….
    멋진풍경 감상잘했습니다.   

  2. Old Bar^n

    01.14,2012 at 4:13 오후

    사진빨이 죽이네요.
    저 특히, 지리산 좋아합니다.
    많이 갔었구요.
    한번은 아무 장비없이 비닐봉지에 물과 빵 한조각가지고
    카메라만 가지고 갔었는데……

    꼭대기 밑에 무슨 산장이지요?
    그 주인여자가 저보고 간첩이라고 신고 한다며
    약올려서 열받았었습니다.
    누가 보기에도 좀 미친짓이긴 했지요.

    웅대하고 포근한 지리산 ….산행이 부럽습니다.ㅠㅠ
    우린 산이 없어요.

    이번겨울은 겨울도 실종이고…
    눈이 다 한국으로 갔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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