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반야봉․노고단 지리산 3대 주봉 한 눈에 들어오는 만복대 능선


봄맞이 산행을 어디로 갈까? 봄은 봄이지만 봄이 아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계절이다. 산 정상에는 겨우내 내렸던 눈이 그대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산행지를 선택하기 애매하다. 봄맞이 산행을 갈지, 가는 겨울이 아쉬워 눈 덮인 산행을 즐길지 고민에 빠진다. 그래서 봄맞이 산행을 봄꽃과 산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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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 능선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북으로는 바래봉, 동으로는 천왕봉 등이 이어진다. 국립공원 사진 공모전에서 입상한 심달영씨 작품이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봄은 남녘의 꽃에서부터 시작한다. 꽃의 북상속도는 하루 평균 22㎞. 가을 단풍의 남하속도인 하루 25㎞와 비슷하다. 복수초와 같은 야생화를 제외하고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매화로 알려져 있다. 매화는 2월부터 가장 남쪽인 광양에서부터 피기 시작해서 하루 22㎞씩 위도와 고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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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 휴게소는 아직 겨울이다. 지리산 주능선이 보인다.

광양 매화마을의 매화꽃축제가 3월 중순 열렸다. 이어 꽃망울을 터트리는 꽃이 산수유다. 지리산 남부 산수유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만복대 능선으로 향했다. 정령치~만복대~묘봉치~성삼재까지 약 8㎞에 이르는 코스다.

한국에서 차가 다닐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만항재 1330m) 중의 하나인 정령치(鄭嶺峙. 1172m),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삼한시대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장군(鄭將軍)을 파견해서 지키게 했다고 정장군의 성을 따서 정령치라 불렸다 한다. 지리산의 유구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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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는 아직 눈이 그대로 있다. 위에는 그대로지만 눈 밑으로는 녹아 질퍽거린다.

정령치 가는 길은 역시 아직 한겨울이다. 노면이 눈에 덮여 차가 다닐 수 없는 지경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안내로 겨우 도착했다. 만복대로 향하는 길이 가파른 나무계단으로 조성돼 있다. 계단 끝만 조금 보일 정도로 눈이 수북이 쌓여 있다. 하지만 주변의 나무들은 새순을 피우기 위해 몽우리들을 드러내고 있다. 그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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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의 모습을 주여주는 지리산.

여느 철쭉군락 못지않은 키 작은 철쭉들이 엄청난 군락을 이루고 있다. 5월쯤이면 화려한 향기 속을 걸을 것 같다. 조릿대 군락도 연이어져 있다. 지구온난화로 식생의 북방한계선과 고도한계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릿대도 지금 해발 1300m 이상에서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도 온난화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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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는 박기연 지리산 남부사무소장.

눈 덮인 가파른 오르막길을 겨우 한걸음씩 옮겼다. 예상 시간보다 조금 늦은 1시간 남짓 걸려 만복대에 다다랐다. 만복대(1438m)엔 노고단에서 보던 돌탑이 우뚝 솟아 정상을 지키고 있다. 주변은 온통 키 작은 억새밭이다. 구례 토박이로 정년을 앞두고 있는 공단 노경원씨는 “심원마을 주민들이 정상 주변에 밭을 일구어 감자를 캐는 화전민 생활을 하면서 억새밭으로 변했다”면서 “한때는 비비추와 개불알꽃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으나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다”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주변은 키 작은 나무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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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 정상 비석과 돌탑. 해발 1438.4m다.

만복대는 동쪽으로는 지리산 주능선에 솟아 있는 노고단과 반야봉, 천왕봉 등 지리산 3대 주봉, 서쪽으로는 산수유마을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빼어난 곳이다. 정상에 서서 세 봉우리를 바라보는 순간 감동이 서서히 밀려왔다. 역시 지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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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 정상에서 주변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다. 땅은 질퍽하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그대로 따스한 기운으로 서서히 녹고 있는 것이다. 등산화는 온통 진흙투성이다. 억새와 철쭉군락을 지나 묘봉치로 향하고 있다. 공단 노경원씨는 “산수유마을을 찾는 사람이 많아 묶은 길을 찾아 지난해 산수유마을에서 묘봉치로 올라오는 길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산수유마을까지 3㎞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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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능선의 아름다운 모습.

만복대에서 묘봉치로 내려와 다시 고리봉으로 올라가야 한다. 숨이 점점 가빠왔다. 눈길은 정상길보다 훨씬 더 힘들다.

이젠 고리봉(1248m)이다. 그 옛날 대홍수가 나서 이 일대와 주변을 묶는 고리가 있어 고리봉이란 이름으로 불려지게 됐다고 한다. 현재 아랫동네에는 그 당시 고리를 맨 흔적이 바위에 남아 있지만 고리봉에는 찾을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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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봉치 이정표.

지리산 온천지구가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산수유마을과 당동마을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지리산 온천지구는 케이블카를 조성하기 위한 시발점이 되는 곳이다. 목적지인 성삼재도 저 만치 보인다.

이제부터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성삼재에서 출발한다면 제법 숨이 찰 것 같다. 박기연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 소장은 “지리산 3대 주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능선은 아마 만복대 능선이 유일할 것”이라며 “북으로는 바래봉철쭉군락지까지, 동으로는 반야봉과 노고단까지 하루에 갈 수 있는 능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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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이 점점 가까워지는 고리봉이다.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이 공존한 만복대 능선을 약 4시간 걸으며 지리산 주능선과 산수유마을을 내려다보는 기쁨을 만끽한 산행은 성삼재에 이르러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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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온천지구로 케이블카 신청지역이다. 아래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출발 예정지역이다.

탐방 가이드

산행정보

지금 대부분의 산들이 산불방지기간으로 입산통제 되고 있다. 지리산과 같은 국립공원도 마찬가지다. 산행할 때는 반드시 통제구간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통제구간을 지나면 벌금 10만원을 내야 한다. 국립공원과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통제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지리산 개방구간은 성삼재~노고단 5.4㎞, 화엄사~연기암 또는 무넹기 구간, 정령치~바래봉~운봉 11.8㎞구간 등이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1 Comment

  1. 한국인

    04.01,2012 at 3:05 오후

    저 위의 구름 사진을 보니 아련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1983년 쯤에 지리산 종주를 하는데 하루 종일 비를 맞고
    장터목 산장에서 쪼구리고 잠을 청하다가…

    새벽에 화장실 가려교 나오는데 발 아래 구름 바다가
    마치 처음 사진 속의 구름 바다와 같이 펼쳐 있었습니다.

    보름을 전후한 시기라 하늘에는 달이 너무 밝고
    발 아래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와 구름 바다가…

    어휴, 잊혀지지 않는 경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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