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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환타지’ 민둥산 억새와 바람, 그 ‘흔들림의 미학’

11월이 단풍의 계절일까? 억새의 계절일까? 단풍이 가을의 채색이라면 억새는 가을의 환타지다. 단풍이 드넓은 산에 수채화를 뿌려놓은 듯 울긋불긋한 빛깔을 자랑한다면 억새는 은색의 향연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람결에 흩날리는 황금빛으로 변하는 ‘흔들림의 미학’이다. 가을의 상징인 그 황금빛 흔들림의 미학을 찾아 산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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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정상 주변 20여만 평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억새군락은 가을의 환타지를 보여주면서 가을의전설을 전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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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억새의 향연을 민둥산 1000미터 고지에 가면 눈이 휘둥거릴 정도로 즐길 수 있다.

억새로 한 계절을 풍미하는 정선의 민둥산(1118m)으로 간다. 민둥산은 한국의 대표적인 억새군락지다. 영남알프스 산군의 울산 신불산․재약산, 홍성 오서산, 포천 명성산, 장흥 천관산․제암산, 창녕 화왕산, 대구 비슬산 등과 함께 7대 군락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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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위로 올라서면 1000고지 위에 이런 평원이 있는가 의심스럴 정도도 억새군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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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등산객이 민둥산을 찾아 황금빛 억새군락에서 가을의정취를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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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초등학교에서 출발해서 발구덕 마을을 지나면 민둥산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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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

산행 출발지는 정선군 증산초등학교 앞이다. 학교 바로 앞 도로 건너 민둥산으로 올라가는 이정표가 있다. 동네 옆 별로 등산로 같아 보이진 않지만 등산객들이 분주히 오르내린다. 같이 휩쓸려 올라간다. 마침 억새축제기간이라 좁은 등산로에 긴 등산객 행렬이 끝이 없다.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계속 걷는다. 등산로는 급경사와 완만한 코스, 두 개가 있다. 오를 땐 급경사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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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등산로엔 주말 등산객이 많아 거의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오를 정도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혼합림이 나온다.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와 숲이다. 전혀 억새군락이 나올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산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나무는 많다. 하지만 산세가 감동을 줄 만큼 수려하거나 명산반열에 오른 건 아니다. 숲도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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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나오기 전까지의 민둥산은 한국의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나무와 숲이다.

그런데 이 산이 왜 민둥산이 됐는지 궁금했다. 인터넷과 지명유래집, 고서적을 열심히 뒤졌다. <세종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어디에도 민둥산이란 기록을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인근의 민둔산(974m)이란 지명은 간혹 나온다. 단지 민둥산에 대해서 전해지는 얘기로는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말 한 마리가 주인을 찾아 보름동안 산을 헤매면서 나무와 풀을 샅샅이 파헤쳤다고 한다. 그 이후 민둥산엔 나무는 자라지 않고 억새만 났다고 한다. 이를 미루어 볼 때 민둥산은 실제로 나무는 별로 없었으며, 지명도 생긴 그대로 붙여서 나오지 않았나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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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올라서면 주변 산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억새가 조금씩 나타난다.

동행한 정선 토박이 이광덕 남면 무릉리 이장도 유래에 대해선 잘 몰랐다. 그는 “애초에 억새군락이 작았는데, 계속 불을 놓아 억새가 굵고 커졌고, 면적도 넓어졌다”고만 설명했다. 억새를 이듬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불을 놓는 방법이 제일 좋다고 덧붙였다. 이듬해까지 남아 있는 억새는 정월 대보름에 억새태우기를 하면서 새해소원을 비는 전통이 있다. 그것도 장관이다. 활활 타오르는 억새를 보며 소원을 비는 전통은 사실 그해 더 좋은 억새를 원하는 소박한 민심의 발로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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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보이는 마을이 증산초등학교가 있는 증산읍이다. 오른쪽 솟은 봉우리는 철쭉으로 유명한 두위봉이다.

그를 따라 계속 올라갔다. 등산로는 거의 외길수준이다. 샛길도 간혹 보였지만 조금 지나면 다 합류된다. 이윽고 전망대가 나온다. 남서쪽으로 철쭉으로 유명한 두위봉, 동남쪽으로 하이원리조트, 하이원 뒤쪽으로 함백산 중계탑 등이 연이어 보인다. 아름다운 산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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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1시 방향이 하이원리조트. 11시 방향이 함백, 태백산 봉우리가 어렴풋이 보인다.

전망대를 GPS로 확인하니 해발 1024m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억새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가 은색빛을 발하며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발길을 정상을 향해 조금 옮기자 순간 눈을 의심할 정도의 장면이 펼쳐졌다. 1000m 이상의 고지에 어떻게 이렇게 넓은 평원이 생겼으며, 그 평원을 가을의 전설로 수놓고 있는 억새가 어떻게 이렇게 많을 수 있는지…. 감동 그 자체였다. 여기저기서 등산객들의 감탄이 연이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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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와 주변 능선이 어울려 더욱 가을 분위기를 자아낸다.

확 트인 산능선,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단풍 대신 손사래 같이 휘젓는 무성한 억새들이 출렁거린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억새바다의 물결,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절정기로 치닫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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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점점 황금빛으로 변하며 늦가을의 분위기를 만끽하게 한다.

민둥산 바람조차 능선 가득히 은빛 물결로 출렁이는 억새의 품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바람이 떠나기 싫어한다. 억새도 좋아하는 바람이다. 바람과 억새,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자아내게 한다. 바람은 억새에 머물고 싶다고 하고, 억새도 바람이 있어야 제멋이라고 장단을 맞춘다. 그게 ‘흔들림의 미학’이다. 그 억새와 바람이 정선 민둥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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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은 1100미터에 달하는 산이지만 정상엔 어린아이가 올라올 정도로 그리 힘들지는 않다.

이강덕 이장은 “억새는 초가을 파릇파릇하게 시작해서 분홍 보라색→은빛 솜방망이→황금빛으로 절정을 이룬 뒤 한 겨울엔 줄기 끝에 걸린 눈꽃이 장관”이라고 설명했다. 완경사로 내려온 하산길은 억새에 받은 감동 때문인지 혼합림도 좋아보였다. 이 이장은 완만한 등산로 주변에 장뇌삼과 더덕 등도 많이 심어 놓았다고 귀띔했다. 다음에 시간 나면 완만한 등산로로 겨울 억새눈꽃 산행을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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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정상 사방에 억새로 가득하다. 한마디로 감동의 연속이다.

탐방가이드

민둥산 정상 주변 억새군락은 무려 66만여㎡정도 된다. 하나의 군락으로는 엄청난 규모다. 축제기간 포함 연 등산객이 40여만 명 된다고 한다. 억새를 감상하기 위해 민둥산 올라가는 코스는 3곳이 있다. 제1 코스가 증산초교 앞에서 출발한다. 민등산 정상까지 완만한 코스로 올라가면 3.2㎞에 2시간, 급경사 코스는 2.6㎞에 1시간 30분. 제2 코스는 421번 지방도를 따라 능전 주차장까지 간다. 주차는 무료다. 거기서 밭구덕을 거쳐 정상까지는 2.7㎞에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 마지막 순간 살짝 가파른 길을 오르다 억새군락지에 도달한다. 제3 코스는 북서쪽에서 올라 방향이 조금 다르다. 삼내약수에서 삼거리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다. 4.9㎞에 2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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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정상에서 등산객들이 줄을 서서 정상 인증샷을 찍고 있다.

교통

고속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까지 하루 10회 왕복운행하며, 고한․사북까지는 하루 23회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각각 3시간30분과 3시간 내외. 문의 동서울터미널 02-453-8641, 정선버스터미널 033-563-9265, 고한․사북공영터미널 033-591-2860. 정선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등산로 입구가 있는 증산초교까지 30분마다 한 대꼴로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있다. 요금은 1300원. 고한․사북에서는 택시로 약 2만원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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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코스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흙길로 내려가기에도 별 무리가 없다. 숲은여느 산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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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내려가면 낙엽송, 일명 일본잎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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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구덕 마을 입구에 있는 성황당. 그 주변엔 장승이 성황당을둘러싸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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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당 주변에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승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1 Comment

  1. 금난지교

    11.05,2012 at 10:11 오전

    박정원 선생님 인기글 최신글 너무나 유용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때로는 옭겨가기도 하지요 그리고 조선일보 주말매거진 -2 애독자 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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