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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북위 43° 동토의 땅 블라디보스톡에도 등산할 산과 전설이 있다 - 마운틴
북위 43° 동토의 땅 블라디보스톡에도 등산할 산과 전설이 있다

우리가 흔히 다니는 산의 위도는 북위 35°에서 37°내외가 대부분이다. 기껏 높아봤자 38°쯤 될 것이다. 더욱이 한라산은 33°쯤으로 더 낮다. 우리나라 트레커들이 많이 찾는 해외의 산도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은 산은 그리 흔치 않다. 네팔의 히말라야도 기껏 북위 30°내외밖에 안된다.

북위 43°06′25.1″에 있는 산을 다녀왔다. 위도만 보면 무슨 동토의 땅이나 되는 것 같아 보인다. 정말 한반도 최북단 위에 있는 동토의 땅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피단산이 그 지점에 있다.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이지만 고르바초프의 개방정책이후 블라디보스토크는 급속히 개발되고 있으며, 외국 기업뿐 아니라 휴양객까지 찾는 지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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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투어 박태길 대표와 블라디보스토크 밀라투어 백선웅씨가 발해의 유적이 있는 피단산을 내려오고 있다.

우선, 이 산에 갈 때 근본적인 의문 두 가지가 들었다. ‘과연 러시아에 등산할만한 산이 있는가’이다. 아무리 개방됐다고 하지만 이미 사회주의 사상에 젖어 지낸 러시안들이 레포츠라는 서구적인 개념의 등산을 알기나 하고 즐기고 있는지 궁금했다. 또 어떻게, 누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피단산을 개발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정말 세계 곳곳을 누비는 한국인의 호연지기는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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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투어 박태길 대표가 우거진 숲 사이로 흐르는 피단산 계곡을 살펴보고 있다.

무아투어 박태길 대표의 초청으로 러시아 피단산에 갔다. 그가 직접 피단산을 개발하고 앞으로 한국 등산객에게 여행상품을 내놓겠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밀라투어의 백선웅씨가 통역가이드로 피단산까지 안내했다. 백선웅씨도 한국에서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여성으로, 첫 직장으로 이곳 여행사에 자리 잡고 있다. 젊은 한국인의 도전과 개척정신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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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방향에 ‘보드카 판매’란 문구가 붙은 나무 옆에서 고르디브가 웃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피단산은 한국과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실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한 측면이 있다. 가까이는 일제 항일운동의 초기 본거지가 바로 블라디보스토크와 인근에 있는 우수리스크 주변이다. 그리고 일제시대 일본의 압제에 견디다 못해 이곳으로 이주한 한민족들이 1930년대 이후 스탈린의 분리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이주당하는 아픔을 겪은 지역이다. 멀리는 고구려의 후손 발해가 이곳을 중심으로 나라를 세우고 한반도 북부지역을 호령했던 때도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향토박물관엔 발해 관련 유적이 몇 점 전시돼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등산의 핵심은 ‘연해주, 발해의 유적을 찾아서’이다.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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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산악가이드 고르디브가 돌탑을 두고 백선웅씨한테 설명하고 있다.

단, 접근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오지탐사대 같은 스릴을 즐길 준비가 돼 있는 사람만 찾길 바란다. 피단산까지의 접근 방법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겠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면 바로 피단산에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는 우수리스크 인근의 산장으로 간다. 산장까지는 괜찮다. 그리고 숲속에 있는 산장은 ‘러시아에 이런 곳이 있는가’ 할 정도로 운치도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분위기상으로는 야영하기도 좋다. 동물과 설치류, 곤충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상태에서 판단하기로는 그렇다.


보지는 못했지만 호랑이․곰 산다고 말해


다음날 피단산으로 출발한다. 뭔가 조금 상태가 좋지 않은 듯한 4륜 구동의 짚차가 일행을 태운다. 기사를 겸한 현지 산악가이드가 직접 운전하는 짚차다. 앞좌석은 그렇다 치고 뒷좌석은 차가 움직일 때마다 왔다 갔다 한다. 잡지 않으면 좌석이 180도 돌아갈 것 같다. 쿠션이 이만저만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고 멀미가 날려고 한다. 완전히 공중에 붕 떠서 차를 타고 가는 기분이다. 차 안에선 바닥이 보일 정도로 작은 구멍이 송송 나 있다. 길은 전혀 포장되지 않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이다. 우리나라의 임도는 이곳에 비하면 양반이다. 간혹 차 바퀴가 물에 완전 빠지면 몸도 덩달아 빠진 느낌이다. 도저히 빠져 나오지 못할 것 같은데, 바퀴는 용케도 돌아가고 빠져나온다. 그 스릴감은 정말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말을 하지마라!!! 생전 처음 경험이다. 지금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런 길을 그런 차를 타고 1시간 가까이 가야 한다. 차를 타고 달리는 게 아니고 가는 표현이 맞다. 왜냐하면 속도가 평지 걷는 것보다 조금 더 빠른 시속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타야한다. 하루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할 자신이 있는 사람은 충분히 갈만한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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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산악가이드 고르디브가 피단산에 널려 있는 바위 위 이끼를 들어보이고 있다.

차가 주차한 곳이 피단산 출발 지점이다. GPS로 고도를 확인하니 불과 392m밖에 안된다. 새벽부터 서둘렀더니 시각은 오전 8시50분. 나름 여유가 있어 보였으나 정상까지 예상 왕복시간이 6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얘기에 빨리 서둘렀다. 차는 계곡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다. 나무는 우거져 하늘이 제대로 보이질 않고, 계곡엔 물이 넘쳐흐른다. 한국의 산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딱 들어서는 순간 원시림 분위기가 확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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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단산 능선 한 고개를 올라서자 넓은 평지가 나와, 일행이 쉬고 있다. 왼쪽이 백선웅씨, 중간이 산악가이드 고르디브.

등산로는 계곡 따라 잘 정돈돼 있다. 애초에 궁금했던 ‘등산할 만한 산이 있을까’라는 생각은 등산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사라졌다. 등산로는 이미 많은 등산객이 다닌 듯했다. 간혹 나무에 리본도 걸려 있다. 한국 등산객이 다녀갔나 싶을 정도다. 무아투어 박태길 대표는 5년 전에 이미 이곳을 등산객을 데리고 한차례 다녀갔다고 했다. 당시 걸어뒀던 리본이 아직 한 곳에 그대로 걸려 있다.

러시아 산악가이드 슬레조슬라브 고르디브(Srezoslav Gordeev)가 계곡 물을 가리키며 백선웅씨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그 소(沼)는 옛날 신들이 술을 많이 마셔 지쳤을 때 물을 마시며 쉬어가던 ‘지혜의 폭포’라고 한다. 아직 애티가 있는 러시아의 젊은 친구가 산에 대해 얘기하는 게 신기했다. 고르디브는 일주일에 최소 한두 번은 피단산을 오른다고 했다. 아니, 그렇게 많이! 그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오를만한 산은 피단산뿐이며, 러시아 사람들도 휴양지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와서 피단산을 많이 오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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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디브가 계곡 끝이라며 더 이상 물이 없다고 하자, 백선웅씨가 계곡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다.

계곡 따라 올라가는 등산로 주변은 완전 원시림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원시림과는 차원이 다르다. 푹신한 등산로는 물론이고, 나무와 바위에 온통 이끼 투성이다. 이끼는 환경지표종으로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식물이다. 공기감촉부터 다르다. 고르디브가 바위에 서식하고 있는 이끼를 뭉치로 들어 보인다. 몇 백 년 이상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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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나무에 사람 모형을 새겨놓고 있다. 바로 그 위엔 ‘자연을 사랑하고 존경하자’는 문구가 종이에 써져 있다. 남녀가 야영을 하면서 나무를 잘라 불을 피워 코펠을 내놓고 있다.

나무는 우거지고, 덩굴은 나무와 나무를 타면서 자라고, 나무와 바위엔 이끼가 왕성하게 서식하고…. 그 사이로 난 등산로를 걷는 일행은 등산객이 아니라 마치 ‘오지탐사대’ 같았다. 자라는 나무도 때로는 눈에 익은 듯한 소나무와 구상나무, 참나무류가 보였지만 때로는 전혀 보지 못한 나무들도 많았다.


텐트치고 야영하는 남녀 만나


고르디브가 다시 계곡을 보며 설명했다. 이번엔 가족폭포라고 한다. 그러면서 피단산에 얽힌 전설 두 가지를 얘기한다. 옛날 피단산엔 거인 둘이 살았는데, 밤낮없이 서로 둘을 던지며 싸웠다. 그러던 어느 날 피단산에 돌이 하나도 없어져 버렸다. 전전긍긍하던 거인에게 신이 나타나 “서로 사랑하면서 평화롭게 살면 다시 돌을 내려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돌 없이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인들은 곰곰이 생각하다 서로 평화롭게 살기를 약속하고 신에게 그 사실을 고백했다. 신은 즉시 피단산에 다시 돌을 내려주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래서 피단산 정상 주위엔 유난히 돌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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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웅씨가 계곡을 지나면서 물에 빠지자 산악가이드 고르디브가 손을 잡아주고 있다.

다른 하나의 전설은 피단산엔 산에 오는 사람을 지켜주는 하얀 소복 입은 여자와 산을 지키는 검은 옷 입은 남자가 살고 있었다. 이들 둘이 부부의 연을 맺고 딸을 낳아, 그 딸이 호수와 계곡을 지키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피단산에 오르는 사람은 하얀 소복 입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계곡에서는 젊은 딸을 본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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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수피를 잘라낸 나무 위에 ‘치우지 않은 곳은 더럽고, 쓰레기 버리지 않은 곳은 깨끗하다’는 문구를 종이에 써서 붙여 놓고 있다.

계곡의 조그만 폭포 옆엔 야영장도 보인다. 실제로 텐트를 치고 야영하고 있다. 야영장 옆 나무엔 ‘자연을 사랑하고 존경하자’는 구호까지 종이에 써서 나무에 붙여놓고 있다. 텐트 안에는 인기척이 들린다. 남녀인 것 같다. 나무 가지엔 속옷이 걸려 있고, 야영장엔 코펠과 사용하다만 불씨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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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같이 생긴 희한한 나무에 박태길 대표가 앉아보고 있다.

바로 그 위엔 돌탑이 있다. 고르디브는 등산객들이 이곳에서 두 손 모으고 기도를 한다고 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주위에 있는 돌을 하나 주워 돌탑에 놓으며 대부분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18세밖에 안 되는 이 젊은 친구가 실제로 알고서 하는 말인지 어디서 들은 말을 전하는지 모르지만 산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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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투어 박태길 대표가 피단산 정상 직전 너덜지대가 나오기 전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나고 있다.

등산로는 계속 가파르게 오른다. 피단산 정상이 1339m라고 하니 거의 1000m를 거침없이 올라야 한다. 다시 나무에 ‘치우지 않은 곳은 더럽고, 쓰레기 버리지 않은 곳은 깨끗하다’는 내용의 문구를 종이에 써서 붙여 놓았다. 우리같이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아니라 훨씬 시적인 표현을 써놓고 있다. 이 등산로도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많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고르디브가 다시 전한다. 저곳이 계곡의 끝 지점이고, 더 이상 올라가면 물이 없다고. 일제히 계곡 물을 그대로 한 모금씩 마신다. 한국에서 마시던 물맛보다 더 좋다. 상큼하다. GPS를 보니 해발 787m다.

<블라디보스톡 ‘피단산’에서 발해의 유적을 보다… >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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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투어 박태길 대표가 블라디보스토크 피단산 정상에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정상은 축구화까지 걸려 신선한 분위기보다는 산만한 분위기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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