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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 없이 텍스트로만 된 여행기행서, 그래도 세계적 베스트셀러!!!

여행기행서이면서 사진 한 장 없는 책. 그것도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 3권으로 구성돼 있으면서 완전히 텍스트로만 된 책. 이 정도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도 궁금할 만하다.

실크로드 1만2000㎞를 4년간 걸어서 횡단한 세계적인 도보여행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1998년 은퇴 이후 발간한 첫 책이 총 3권으로 이뤄진 <나는 걷는다>(효형출판사 2003년刊)가 바로 그 책이다. 불어 원제는 <Longue Marche>. 우리말로는 ‘대장정’ 또는 ‘긴 여정’정도 되겠다. 그런데 <나는 걷는다>라는 원제와 전혀 다른 제목으로 발간됐다. 효형출판사는 “내부 회의를 거친 뒤 내용과 잘 어울리고 국내 정서에 부합하도록 바꿨다”고 밝혔다. 이 바뀐 제목이 한국에서는 당시 걷기열풍이 막 일려던 시기와 맞아떨어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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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길 관련 전시안내도를 보고 있다.

프랑스에서 40만 이상 팔리고 세계 9개 언어로 번역돼 나간 이 책은 국내서도 2012년 11월 현재까지 1권 16쇄, 2권 14쇄, 3권 12쇄 등 총 5만 부 가량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과 그림 한 장 없이 텍스트로만 발간된 기행에세이 치고는 상당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

효형출판사는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걷기를 준비하는, 즉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과 은퇴한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주요 독자층은 40대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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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 없이텍스트로만 된 여행기행서 3권 전부가 프랑스에서 40만 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하더니 세계 9개 언어로 번역돼 소개됐다. 국내서도 4만 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였다.

베르나르는 실크로드 대장정을 떠나기 전 상당한 자료조사와 준비를 끝낸 뒤 프랑스 출판사 3곳에 책 발간계획에 대해 장문의 편지를 팩스로 보냈다. 모두 반응을 보이기는 했다. 한 곳은 “은퇴 기자가 그런 책을 쓴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열심히 잘 해보기를 바란다”는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답이 왔다. 더 이상 추진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 출판사는 “흥미로운데 우리한테는 맞지 않은 것 같다. 4년 후 다시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을 했다. 4년 후? 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마지막 출판사는 “지금 한번 만나 봅시다”며 연락이 왔다. 만나자마자 “도대체 왜 지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거리를 걸으려고 하나? 책 써본 적이 있느냐?” 등의 질문으로 관심을 보였다. “난 한권이 아니라 세 권을 쓸 계획이다. 여태 책 쓴 적은 없다. 기사도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내용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15일 뒤에 떠날 계획이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내부 회의를 거친 뒤 계약서 쓰고 수표 1장을 줬다. 그러나 베르나르는 수표를 받고도 미심쩍어 ‘내가 보낸 글이 선택되는 순간 수표를 사용하자’며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실제로 걸으면서 그런 거금은 사용할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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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나르 본인 사진이 없어 출판사에서 그가 걸은 실크로드에 다시 가서 사진을 찍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출판사가 책을 홍보하기 위한요청으로 그가 다시 걸으며 연출했다.

그는 기록을 위해서 왼쪽 포켓에 여권, 오른쪽엔 수첩과 펜, 바로 그 아래 포켓엔 카메라 등을 넣어둬, 언제든지 사진을 찍고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를 남겼다. 누군가를 만나면 바로 이름부터 적었다. 4년 동안 15,000명에 가까운 사람을 만났다. 엄청난 기록이 남겨졌다. 그는 “책 3권을 쓰는데도 내가 메모한 것의 5%도 채 활용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의 기록습관은 기자생활을 통해서 얻어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 기록은 책 내용 곳곳에 나온다. 사진 한 장 없는 책에서 사진 대용으로 주변 상황이 아주 상세히 묘사돼 있다. 길을 잃어 헤맸던 얘기, 이슬람 집 구조가 어떻고, 세금은 언제 어떻게 내는지, 그가 방문한 장소 모두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나아가 사람들의 일상, 언어, 생활습관, 주변 숲 등까지 기술하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풍경, 흘러가는 구름, 변덕스런 바람, 구덩이투성이인 길, 가볍게 흔들리는 밀밭, 자줏빛 체리, 잘려나간 건초 또는 꽃이 핀 미모사의 냄새, 이런 것들에서 끝없이 자극을 받으며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정신이 분산되기도 하며, 계속되는 행군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인간이 대자연과 소통과 교감을 하듯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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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마치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듯, 때로는 역사책을 읽는 듯 상세하게 묘사해서 쓰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여행기는 보통 4000~5000권정도 팔리면 성공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무려 40만권 이상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그는 “돈도 많이 벌었다. 그 돈은 전부 비행청소년을 지원하는 쇠이유협회 후원금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총 3권에 담긴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권은 ‘아나톨리아 횡단’이라는 주제로 실크로드 대장정을 떠나기까지의 결심과 이스탄불에서 이란의 수도 테헤란까지 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리고 걷기에 대한 열정에 취해 쉼 없이 전진하다가 너무 무리해서 병원으로 실려가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하고 있다.

2권은 ‘머나먼 사마르칸크’란 주제로 기술하고 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 2000년 봄 다시 중단된 여정을 시작한다. 타브리즈, 테헤란, 네이샤부르 등 이란의 주요 도시를 거쳐, 7월에는 불 타는 카라쿰 사막과 맞닥뜨린다. 그러나 베르나르는 사막과 이슬람 지역의 종교적 열기를 재치 넘치는 상황과 놀라운 기지로 헤쳐 나가고 있다.

3권은 ‘스텝에 부는 바람’이란 주제로, 실크로드의 마지막 구간에서 눈 덮인 파미르고원을 넘어 중앙아시아에서 아직까지 천일야화 시대와 같은 생활을 볼 수 있는 도시 카스를 거친다. 끝없이 이어진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 사막,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을 여행하며 지쳐가지만 여행의 의미와 유머를 잃지 않았던 그는 2002년 여름 마침내 실크로드의 끝에 도착하는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베르나르는 “나의 책 전 부분에 사랑과 고독, 걷기가 담겨 있다”며 “그것을 한 부분, 한 부분 뽑아내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고 또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책은 단순히 걷기나 도보객들의 여행서가 아닌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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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가 은퇴한 이후 실크로드를 걸으려고 작정한 것 자체가 대단한 작업이다. 우리도 은퇴하면 이런 본보기가 되는 사람이 나왔으면, 또 나오는 걸 보고 싶다. 누군가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르겠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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