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 스님이기 이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는 힐링 멘토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으로 일약 대중스타로 떠올랐다. 그 책은 200만부나 팔렸다.
혜민 스님이 최근 “말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부처님 오신날’ 관련 조계사 행사엔 어쩔 수 없었는지 불교계에서 최초로 기획한 힐링 학술세미나에 앞서 열린 ‘힐링 멘토들과 함께 가는 행복여행’이라 강연에 나섰다. 불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를 받고 불단 앞에 서서 잠시 침묵이 흐르고 뜬금없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힐링 멘토 혜민스님이 5월26일 조계사에서 불자들을 상대로 행복강연을 가졌다.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중략) 내가 너를 다시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중략)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후략)”
노래 소리는 은은했다. 의외로 잘 불렀다. 근데 ‘왜 노래를 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강연을 듣는 순간 이해가 됐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 그의 강연주제였다. 다음은 대략적 그의 강연내용이다.
인간관계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상처를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까? 슬기롭게 잘 극복하는 방법이 바로 자신을 힐링하는 것이다.
혜민스님의 힐링 강연은 ‘누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가’였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대략 3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나를 조금 아는데 나를 배신하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경우다. 세 번째는 나와 너무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먼저 잘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사례를 살펴보자. 이러한 예는 대부분 근거 없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공부하다 IMF 때 귀국해서 출가했다. 그 때는 유달리 출가한 사람이 많았다. 이른바 ‘IMF 중’이라 불린다. 아마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 뒤부터 불교계에서는 우리는 ‘IMF 중’이라고 부른다. 귀국해서 행자교육을 받는데, 보자마자 괜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를 왜 좋아하는지 이유도 몰랐고, 그 사람은 무턱대고 나를 좋아했다. 근데 세상엔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다. 나를 보자마자 싫어하는 사람도 2~3사람 있더라. 내가 지나가면 “저기 미제 중 간다”며 비아냥거리거나 비꼬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어디까지나 Made in Korea”라고 대꾸했다. 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그 당사자를 찾아가서 “왜 나를 싫어하나”라고 물었다. 일단 그 사람이 당황하더라. 그 사람은 “스님 사실은 혜민 스님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내가 이전에 미국 가고 싶었는데, 비자를 못 받아서 못 갔다. 그래서 믿더라.”라고 말하더라. 우리가 한 번 생각해봅시다. 본인이 미국 못 간 건 본인의 문제이지, 혜민과 전혀 상관없다. 그냥 이유 없이 싫은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이건 분명 상대 당사자의 문제다. 또 다른 사례는 내가 욕먹을 근거를 조금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우중에도 불구하고 혜민스님의 힐링 ‘행복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불자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운집했다.
미국에서 ‘뒷담화(Gossip)가 어떠한 사회적 효능이 있는가’를 연구한 학자가 있다. 세상에는 내가 받은 거보다 더 베풀려는 사람, 받은 만큼 베풀려는 사람, 받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으려는 사람 등 3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하는가 다들 한 번 생각해보시라. 뒷담화는 대개 세 번째 부류, 즉 내가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으려는 사람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해야 하거나 내야할 때 안 내고 받기만 하는 사람이 꼭 있다. ‘뒷담화는 받은 만큼 줘야지, 그와 인연 있는 사람이 그에게 언어적으로 가하는 압박’이라고 정의한다. 우리 모두 반성하고 뒤돌아보자. 장기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많이 베푼 사람이더라. 짧게 베풀고 챙기려는 사람은 오래 못 가더라.
강연을 마치자 많은 사람들이 혜민스님의 모습을 담기 위해 따라 나섰다.
난 지금 미국에서 교수생활한지 7년차가 됐다.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한다던지, 장학금이나 인턴십, 취직할 때 등에 추천서를 써 줄때가 많다. 이 때 두 경우의 학생이 있다. 한 달 전 미리 서류를 갖춰 보내는 예의바른 학생이 있다. 반면 어떤 학생은 찾아오지도 않고 이메일로 ‘교수님 오늘이 마감인데요, 바로 추천서를 부탁합니다’라고 보내온다. 이럴 때 두 마음이 든다. ‘왜 내가 추천서를 못 쓰는지 이유를 써서 이메일로 답장을 보내는 마음과 기분 나쁘고 힘들어도 그냥 써 주는 마음’이다. 두 가지 다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추천서를 못 쓰는 이유를 적어 메일로 보낼 때 약 15분가량 걸리더라.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15분 내 추천서를 쓸 수 있더라. 추천서를 안 써주고 나중 그 학생을 만나면 마음이 너무 불편하더라. 그냥 베풀고 해주면 마음이 편해지더라. 안 해주면 상대방과 단절된 느낌이 든다. 혼자만의 행복은 오래 못 간다. 나눔, 배려할 때 행복은 오래 간다. 추천서 써주고 그 이후 취직됐다는 답장 오면 매우 기뻐다. 이와 같이 서로 연결되어 의지해서 나누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푸른하늘
06.06,2013 at 2:18 오후
혜민스님 너무인자하고 좋아.
글읽고 감명 이 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