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륙 남부에 있는 섬, 태즈매니아.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깨끗한 자연, 세계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야생 동식물,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한 해양성 기후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태즈매니아 야생지대는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지역으로 호주 내의 보호구역 가운데 가장 넓은 지역이다. 그 면적은 섬의 20%에 해당하는 138만㏊에 이르며,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온대성 야생지대 중의 하나다.
와인글라스베이가 내려다보이는 태즈매니아 아모스마운틴 정상에서 일행들이 감상을 나누고 있다. 그 옆엔 남극해가 더 넓게 펼쳐져 있다.
태즈매니아 어디를 가나 세계 최대 온대성 대자연의 웅장한 경관을 마주칠 수 있다. 험준한 산골짜기에서, 빽빽한 열대우림에서, 물살이 센 강과 서부 해안의 눈으로 덮인 산봉우리와 중앙 고지에서, 지구상 다른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야생의 자연과 아름다운 신비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태즈매니아는 고산지대에 자리한 수 천 개의 호수와 강들, 수 백 개의 깨끗한 해변, 넓은 지하동굴, 3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섬들에 세계적 수준의 트레킹 코스 2000㎞ 이상을 조성, 보유하고 있다. 등산을 좋아하고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평생을 걷고 또 걸어도 모자랄 만큼의 거리다.
아모스마운틴 등산로 이정표에 왕복 3시간이라고 표시돼 있는 것과 같이 태즈매니아에도 안내판은 잘 정비돼 있다.
그 중 미국 여행 매거진 ‘아웃사이드(Outside)’가 세계 10대 해변 중의 하나로 선정한 와인글래스 베이를 내려다보는 아모스마운틴을 빼놓을 수 없다. 아모스마운틴은 프레이시넷 국립공원에 있고, 파슨스․ 보딘․ 도브․ 메이슨 산과 연봉을 이루고 있다. 태즈메니아에서는 이를 해저드산맥(The Hazards)이라고 부른다. 프레이시넷 이름의 유래는 프랑스 탐험가가 1802년 자신의 선박 항해사였던 두 명의 프레이시넷 형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프레이시넷산이 620m다.
태즈매니아 아모스마운틴의 릿지 같은 등산로를 힘들게 오르고 있다.
아모스마운틴(454m)에 올라 세계 10대 해변 중의 한 곳인 와인글라스베이를 감상해보자.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 옆에서 보는 것보다 더 나을 것 같다. 출발하기 전 밑에서 올려다 본 에모스는 높지는 않지만 암벽 봉우리가 우뚝 솟은 나름대로 위용을 갖춘 산으로 보인다.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자 목적지와 출발시간과 예상 도착시간을 기록하는 안내문이 있다. 만약 등산객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이곳의 기록을 보고 구조대가 파견된다고 한다.
다들 각자 똑같이 적고 출발했다.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은 수종은 달랐지만 우리 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숲길 모습이다. 이정표도 잘 표시돼 있다. 약 10여분 지나자 이정표는 사라지고 등산로 위에 페인트로 가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아모스마운틴 정상 부근에는 유칼립투스 군락지가 있다. 밑에서 자라는 유칼립투스나무 줄기보다 훨씬 가늘다.
20분쯤 지나자 서서히 고도가 높아졌다. 암벽 정도는 아니지만 경사가 제법 있는 릿지다. 누군가 릿지를 오르며 “키나발루와 똑 같다”고 말하자, 다른 일행도 “맞다”고 맞장구 했다. 그만큼 태즈메니아의 지형은 위험하지 않으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매우 친숙한 특징을 지녔다.
등산 리본도 진행 방향을 가리키며 나뭇가지에 달려있다. 반가운 이정표다. 잠시 숨 돌리면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반도에 있는 산이다 보니 양쪽으로 다 바다가 보인다. 한쪽은 만이고, 다른 쪽은 태즈메니아 해협이지만 크게 보면 전부 남극해의 일부다. 코스베이(Cosbay)마을과 스완씨(Swansea)마을도 저 멀리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2010년에 개관한 태즈메니아 최고급 휴양 호텔 사파이어도 숲속에 있다. 하룻밤 묶는 데만 호주 달러로 1700弗부터라고 한다. 언감생심이다.
고도를 조금씩 올리자 숨이 차왔다. 주변에서도 헉헉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500m가 안된다고 하지만 바로 해안에서 치고 올라오는 산이라 한국의 500m급 산보다 훨씬 더 힘들다. 등산로 주변에 있는 유칼립투스 군락은 태즈메니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수종이다. 호주의 고유종이기도 하다.
세계 10대 해변 중의 한 곳으로 꼽히는 태즈매니아 와인글라스베이를 아모스마운틴 정상에 올라 남극해와 함께 내려다보고 있다.
릿지바위를 몇 개나 올랐는지 모른다. 아마 조금 더 높았다면 위험해서 오르지 못할 것만 같다. 다행히 그리 높지 않아 군데군데 잡을 나무들이 있다. 암벽바위는 전부 화강암이라고 한다. 햇빛이 활짝 비칠 때는 화강암에서 반짝반짝 형형색색의 반사되는 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울 것 같다.
정상이 바로 눈앞이다. 유칼립투스나무 군락이 펼쳐졌다. 밑에서 자라는 것들보다는 조금 줄기가 가늘다. 바람을 많이 맞아서 그런지. 그 유명한 와인글라스베이도 아름다운 해안선의 윤곽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사뭇 기대되는 순간이다.
출발한 지 1시간 40여분 만에 정상에 다다랐다. 사방 조망이 확 트였다. 마침내 와인글라스베이의 모습도 제대로 보인다. 정교한 와인잔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부드러운 해안선을 뽐내고 있다. “야! 어떻게 이렇게 똑 같을 수가 있나….” 감탄과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도에는 454m로 돼 있지만 한국에서 가져간 GPS는 580m를 표시하고 있다. 다른 GPS도 555m다. 대충 잡아도 500m는 더 되지 싶다.
태즈매니아 여행사 이군열씨가 태즈매니아해협과 도시 스완씨를 가리키고 있다.
와인글라스베이는 해변 모양이 와인잔과 비슷하게 생겨서 유래한 것도 있지만 한창 고래잡이가 허용되던 시기에, 와인글라스베이로 고래들이 한껏 모여들어 죽음을 당한 고래들이 흘린 피로 빨갛게 물들자, 마치 잔에 레드와인을 따른 것처럼 보여 그렇게 불리어졌다고 한다. 지금의 와인글라스베이는 잔잔하게 여름 휴양객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항상 남극해의 바닷물을 잔에 담고 있는 와인글라스베이였다.
힘들게 릿지 같은 등산로를 올라가면서 평평한 암벽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상은 주상절리 같은 암벽 봉우리가 자태를 뽐냈다. 한국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산(嶽山)이다. 이곳저곳을 방향을 바꿔가며 와인글라스베이를 맘껏 즐겼다. 마치 어떻게 하면 잔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싶어서. 언제 다시 이런 곳에 다시 오겠나 싶어 그 모습을 눈에 계속 담고 있다.
아쉽지만 다시 하산이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경관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그런 산이다. 갔던 길로 내려왔다. 시간만 있다면 다양한 등산로로 가보고 싶지만 일행들과의 일정과 시간관계로 어쩔 수 없다. 이곳에도 여러 트레킹 코스가 있다. 프레이시넷베이 순환코스(Freycinet Circuit)는 총 21㎞로 제대로 즐기려면 1박2일을 잡아야 한다. 중간중간에 순환코스도 있다. 이 코스들을 돌려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와야 한다. 태즈매니아의 와인글라스가 내려다보이는 아모스마운틴과 기약 없는 이별이다. 잘 있거라, 아모스마운틴이여!
와인글라스베이가 내려다보이는 호주 태즈메니아 아모스 마운틴 정상에 서 있다.
평생 걸어도 걷지 못할 2000㎞ 이상 되는 태즈메니아의 트레킹 코스. 그 중에서도 프레이시넷 국립공원에 있는 와인글라스베이 코스도 잊을 수 없는 곳이다. 독특한 식생과 세계적인 해변을 눈 아래 내려다보는 새로운 경험은 삶을 충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