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니옹엔 산, 바다, 하늘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660여개나 된다. 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아무나 할 수 없다. 자치정부에서 인정한 소정의 시험을 거쳐 자격을 획득한 공식 가이드가 있다. 이들만이 가이드를 한다. 특히 산악가이드는 더욱 힘이 든다. 레위니옹에 100명 남짓 되는 가이드가 있다. 그 중 약 70% 가량이 산악가이드다. 대부분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산악가이드는 15%밖에 안 된다. 빈센트(Vincent Casimir)는 그 중의 대표적인 한 명이다.
가이드 빈센트가 분화구 안에 화산식물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빈센트는 프랑스 출신이다. 부모님도 프랑스에 있다. 10여 년 전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레위니옹을 찾았다. 섬에 도착한지 2~3일 만에 신천지를 보는 듯한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여러 지역을 다녔지만 한 지역에서 이런 감동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하루 종일 내리쬐는 햇빛, 천혜의 자연 등 이곳에서의 삶의 질은 너무 좋았다. 그는 과감히 고향 프랑스를 포기하고 레위니옹에 거주할 것을 결정했다. 그래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분화구의 풍경을 살피고 있다.
그는 “이곳 사람들은 너무 순수하고 친절하다.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피부색깔이 달라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섬은 환상적이며 좋은 리듬을 가질 수 있고, 생활에 정상적인 템포도 가질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은 시간에 가장 좋은 사람들을 만난 그런 장소였다”고 말했다.
트레킹 이정표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방랑벽이 조금 있는 것 같다. 고교를 채 졸업하기도 전에 1992년에 프랑스군인으로서 아프리카에 갔다. 이어 1993년엔 유엔휴전감시요원(blue helmet)으로 소말리아로 파견됐다. 거기서 라디오 송신병으로 근무했다. 제대 뒤 호텔에서 영상제작자로 일했다. 그리고 1997년 런던에서 바텐더가 되기 위해 일을 배우면서 영어도 배웠다. 1998년 프랑스로 돌아가 바텐더가 됐고, 학교도 마쳤다. 대입 자격시험에도 합격했다. 이후 카리브 연안 프랑스 섬에서 3년 동안 바텐더로서 일했다.
인도양 최고봉 피통 데 네즈를 오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나 안개로 앞이 보이질 않는다.
2003년엔 다시 레위니옹으로 돌아갔다. 완전히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다시 떠날 수 없었다. 그대로 눌러 앉았다. 지금 와이프도 얻었다. 그녀는 스페인과 경계 부근에 있는 프랑스 남부 바욘 출신인데,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었다. 2006년에 만나 결혼했다. 3살과 1살 된 두 딸이 있다.
피통 데 네즈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기뻐 날뛰는 빈센트.
그가 산악가이드 외에 하는 일은 “애들 보는 일”이라고 자랑할 정도다. 그래서 그는 “직업이 두 개”라고 말한다. 하나는 산악가이드이고, 다른 하나는 베이비시터(Baby Sitter)라고.
그도 가족과 함께 매년 외국을 방문한다. 그의 방랑벽은 어찌 할 수 없는가보다. 시간만 되면 가족과 함께 마다가스카르섬, 모리셔스 등을 찾고, 몇 년 전에는 남미를 3달 동안 갔다 왔다. 칠레,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을 방문했다. 내년에는 1달 동안 태국을 방문할 예정이란다. 여행을 통해서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나이 40이 돼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피통 데 네즈 정상을 향해 가다 이정표에서 빈센트와 함께 한 컷을 찍었다.
간혹 고향 프랑스에 있는 부모님이 그립긴 하지만 가급적 1년에 한 번 정도 방문해서 안부를 전하곤 한다. “레위니옹은 영화 주라기 공원에 나오는 장면 같이 환상적이다”고 말한다. 천상 레위니옹에서 평생 살 것 같다. 혹시 레위니옹에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그에게 연락해보길 바란다. 이만큼 완벽한 등산가이드를 보지 못했다. 자신 있게 권한다. 그의 메일주소는 vincent.casimir.974@gmail.com 전화번호는 33-0-06 92 70 49 71
빈센트가 산을 오르다 뒤를 돌아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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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
김정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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