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 숲속에 살짝 고개 내민 8월에 피는 멸종위기종 야생화 ‘대흥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경남 거제도 해금강 호텔 뒤 암자가 있는 동백숲속에서 처음 발견한 대흥란의 모습. 홍자색에 흰테를 두른 모습이 일반적이다.

경남 거제도 해금강 호텔 뒤 암자가 있는 동백숲속에서 처음 발견한 대흥란의 모습. 홍자색에 흰테를 두른 모습이 일반적이다.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칭송받던 김춘수의 꽃이란 시다. 이 시에서 ‘꽃’을 매달 게재되는 야생화 이름으로 바꾸면 문순화 야생화 사진작가의 역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의 렌즈에 야생화의 모습이 담기기 전까지 이름을 갖지 못한 야생화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서 이름을 가진 야생화가 수백여 종은 족히 된다. 

‘대흥란’도 마찬가지다. 학명은 Cymbidium nipponicum Makino. 일본인 마키노가 처음 발견돼서 이름 붙여졌지만 한국 자생종은 많은 야생화가 그렇듯이 문순화 작가의 렌즈에 담겨 이영노 박사 등 식물전문가에게 자문을 얻은 끝에 이름을 갖게 됐다. 대흥란은 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Ⅱ급이자 환경부 특정야생동식물 제49호.

그가 찍기 전까지 한국의 대흥란에 대해서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문 작가가 대흥란을 처음 발견한 것은 1980년대 후반쯤 경남 거제도에서. 한국의 야생화에 미쳐 전국을 누빌 때였다. 7월 말 8월초쯤 더위를 식힐 겸 남쪽으로 야생화기행을 떠났다. 해금강호텔 뒤쪽 암자 주변 동백나무 숲속을 거닐고 있었다. 그 때였다. 여태 보지 못한 홍자색에 백색테를 두른 3~6개의 꽃잎을 이룬 야생화가 낙엽 속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무도 몰랐고, 문순화 작가의 렌즈에 처음 담기는 순간이었다.

대흥란과 따로 구분돼서 기록된 강원도에서 발견한 흰대흥란. 문 작가는 전북 임실에서도 발견했다.

대흥란과 따로 구분돼서 기록된 강원도에서 발견한 흰대흥란. 문 작가는 전북 임실에서도 발견했다.

문 작가는 이 이름 모를 야생화를 이영노 박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 박사는 상당히 귀중한 야생화를 발견한 듯 “어디서 봤느냐, 당장 가서 확인하자”고 해서 다음날 같이 가서 답사하고 대흥란 자생지를 확인했다. 문 작가는 거제도뿐만 아니라  이후 제주도 한라산에서 야생화 기행을 갔다가 자생지를 발견하고 렌즈에 남겼고, 전북 임실에서도 한국의 대흥란을 담았다. 특히 임실 대흥란은 홍자색이 없는 완전 흰색의 대흥란을 처음 발견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영노 박사는 이를 ‘흰대흥란’으로 구분해서 발표했다. 이후에도 경북 문경 점촌, 전남 해남, 강원도 망상, 충북 등지에서 자생지를 확인하는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대흥란의 자생지가 전남 해남으로 알려져 있으나, 개체수는 많지 않지만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도 삼척․홍성․부안․여수․영광․남해․거제․제주 등지에서 서식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충북에서 발견한 대흥란.

충북에서 발견한 대흥란.

대흥란의 특징은 꽃은 7~8월에 피고, 백색으로 홍자색을 띠며 2~6개의 꽃이 성글게 달린다. 포는 막질로 길이 5~10㎜이며, 끝이 뾰쪽하다. 꽃잎은 장타원형으로 꽃받침보다 짧다. 꽃대는 근경 끝에서 나서 곧추서고 다소의 털이 있고, 하부에 기부가 짧은 엽초로 된 막질의 비늘잎이 드문드문 난다. 잎은 없고 뿌리줄기는 약 15㎝정도 된다. 꽃줄기는 길이 15~20㎝로 털이 없고, 마디에 초상엽이 있다. 상록광엽수의 숲 속에 주로 자란다. 이는 부생식물(腐生植物)의 특징이기도 하다. 부생식물은 자기 힘으로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생성하지 않고, 다른 생물을 분해하여 얻은 유기물을 양분으로 생활하는 식물을 말한다.

대흥란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색깔을 띠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히 구분되는 흰대흥란과 일반 대흥란, 두 종류로 나눠 기록돼 있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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