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걷기가 청소년 범죄·일탈 줄인다… 프랑스 ‘쇠이유’ 등 세계 각국서 활용 늘어 - 마운틴
걷기가 청소년 범죄·일탈 줄인다… 프랑스 ‘쇠이유’ 등 세계 각국서 활용 늘어

걷기가 신체와 정신․심리적, 그리고 국민의료비 절감에 크나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사실 중․장년층에게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 비용 적게 들면서 시간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걷기를 즐기는 인구의 증가로 중장년층, 특히 아주머니들이 폭발적으로 길로 나서고 있다. 50대 이상에게 “왜 걷느냐?”라고 물으면 압도적인 1위가 “건강을 위해서”라고 답한다. ‘9988시대(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에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걷는 행위가 단순히 신체적 건강에만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 걷기의 더욱 좋은 장점은 걸으면서 자기명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과 함께 하면서 균형 잡히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고, 겸손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나아가 자신감과 함께 자아존중감까지 생기게 한다. 실제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생각을 깊게 하고, 일탈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가 중장년층의 건강을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성장에도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 아름다운 길이 곳곳에 생기고 있다. 김포시에서 만든 DMZ트레킹 코스를 바다와 숲을 보면서 걷고 있다.

전국에 아름다운 길이 곳곳에 생기고 있다. 김포시에서 만든 DMZ트레킹 코스를 바다와 숲을 보면서 걷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교도소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바로 ‘쇠이유(Seuil)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쇠이유는 프랑스어로 경계․문턱이란 뜻으로, 청소년들에게 문턱을 뛰어넘어 사회의 일원으로 성공적으로 편입되기를 희망하는 차원에서 만들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나는 걷는다>의 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Bernard Olivier)가 저작권료를 들여 2000년 설립했다.

쇠이유 프로그램은 소년원에 수감 중인 15~18세 청소년들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 3개월 동안 하루 25㎞이상 총 2,000㎞를 걸으면 석방을 허가하는 교정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청소년은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과 자기 존엄성을 회복한다.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격려와 칭찬도 그들이 문턱을 넘는 데 힘을 실어준다.

올리비에는 이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들이 왜 어려움을 겪는가? 부모가 없거나 이혼했거나, 학대를 받았거나, 학업부진에 시달리거나, 폭력을 경험했거나, 잘못된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혼잡한 남녀관계에 있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됐다. 청소년들은 ‘세상이 나를 홀대하니, 나도 세상을 홀대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피해자다. 이들은 올바르게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생활에 답답함과 무력감을 느낀다. 죄를 저지르고 출소하더라도 재범확률이 매우 높은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이 걷기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학교들이 속속 늘고 있다. 용인 흥인고의 경우 정규수업과정으로 백두대간 종주과목을 둘 정도다. 용인 흥인고 학생이 백두대간 길을 힘들게 오르고 있다.

청소년들이 걷기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학교들이 속속 늘고 있다. 용인 흥인고의 경우 정규수업과정으로 백두대간 종주과목을 둘 정도다. 용인 흥인고 학생이 백두대간 길을 힘들게 오르고 있다.

쇠이유는 이들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걷기를 권한다. 물론 담당 판사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대상 청소년은 기본 예의와 규칙을 준수하고 2,000㎞를 걷는다는 각서를 쓰고 심리학자나 사회복지사, 교육학자 등 자원봉사자와 함께 장정에 나선다. 1명 당 하루 14유로를 써야 하고, 휴대폰과 뮤직플레이어 사용은 못하고, 음주나 마약 등도 물론 취하면 안 된다.

쇠이유의 목표는 뚜렷하다. 우선 공간적으로, 같은 장소․시간이 반복되는 집을 떠나 새로운 곳을 가도록 한다. 시간적으로는, 3개월 동안 걸으면서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이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 돌아보게 하고 현재를 최대한 즐기면서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문화적으로는, 새로운 언어,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회의 문화를 접해 새로운 사고방식에 눈을 떨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 정신적으로는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며, 자신의 사회적 배경과 이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결과로 신체나 정신에 새로운 감각과 능력을 높인다.

처음 출발할 때 청소년은 각서를 쓰고 나서지만 “내가 왜 걸어야 하나”며 강렬한 저항과 거부를 한다. 하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걷는 동안 조금씩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여태 들어보지 못한 칭찬을 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나를 어른처럼 대해주는 게 좋아, 나도 어른 같이 행동 해야겠다”고 말한다. 한번은 60대 도보객이 넘어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전 같았으면 놀렸을 이들이 바로 일으켜 세워주는 등 남을 돕는 행위를 본능적으로 보였다. 이를 보고 올리비에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까”라며 “이들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기 시작하면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지리산둘레길에 나선 사람들이 일제히 언덕을 오르고 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건강을 위해서 나서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지리산둘레길에 나선 사람들이 일제히 언덕을 오르고 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건강을 위해서 나서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산티아고순례길 800여㎞ 포함, 하루에 25~30㎞씩 총 2,000㎞를 걷는다고 하면 지레 겁을 먹거나 중간에 포기한다. 하지만 걷고 나면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진다. 완전 못할 것 같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능력과 자신감, 성취감을 가지게 된다. 3번 감옥에 갔다 오고 프로그램을 마친 청소년은 “이젠 사탕 하나라도 훔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른 청소년은 “내가 떠날 때는 건달이었고, 걸을 때도 나의 가치는 제로였지만 돌아와서 보니 영웅이 돼 있더라”고 말했다. 또 어떤 청소년은 “걸을 때는 가족․친구․친지들이 보고 싶고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지금 이 여행이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도보를 마친 청소년을 만난 아버지는 아이를 보며 “네가 많이 컸구나, 키가 큰 게 아니라 움츠리고 다니다 어깨를 당당히 펴고 다니니 자연히 더 커진 것”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새로운 자연과 사람을 접하면서 다양한 사고를 하고 있었다. 문제 청소년들은 “여태까지는 잘못된 행동으로 낙인찍혀 있었다면 이젠 다른 행동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각오했고, 도시의 아이들은 자연에서 사슴이 뛰노는 모습을 보고는 “저게 진짜냐! 만화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라며 감동했다.

백두대간 종주를 정규과목으로 둔 용인 흥인고 학생들이 지친 표정으로 대간길을 걷고 있다.

백두대간 종주를 정규과목으로 둔 용인 흥인고 학생들이 지친 표정으로 대간길을 걷고 있다.

쇠이유 프로그램을 만든 올리비에는 “청소년이 성숙해질 수 있는 건 다른 사람과 만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산티아고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니 어떻게 이런 아이가 감옥에 갔냐’라고 의아해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리비에는 “못된 얘라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인생의 목적의식을 못 찾아서 그런거라고 이해하는 단계까지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둔다. 자유를 만끽하게 한다. 자유를 더 준다는 의미는 책임을 지운다는 의미와도 같다. 동행자는 청소년을 지켜보면서 믿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 청소년은 자유와 규칙 준수와 책임은 결코 상충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힘든 여정이 끝나갈 무렵, ‘여행이 끝나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로 청소년은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진다. 청소년들은 과거 자신이 처해진 환경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가장 힘들어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은 바뀌었지만 다른 사람이 과거의 자신의 모습으로 대하기 때문에 쉽게 과거로 돌아가곤 한다. 올리비에도 “이에 대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쇠이유도 아직 그 이상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2,000㎞를 걷는 내내 생각하고, 동반자와 함께 얘기하면서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고, 사회적 장벽을 없앨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면 완전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공적으로 편입한다. 걷기 전에는 ‘어른은 나의 적(敵)이고 대화가 안 되는 상대’라고 치부했지만 걷기를 통해서 완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이해하는 단계로 발전한다. 사실 이것만 하더라도 쇠이유가 목표로 하는 치유의 여행의 핵심으로서 성공적이다.

쇠이유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비용도 교도소에서의 생활보다 훨씬 저렴하다. 청소년과 동행인의 하루 운영경비가 300유로 정도 소요된다. 반면 교도소에서의 하루 비용은 900유로나 된다. 쇠이유의 교정 프로그램이 국가공식 교화기관인 교도소 비용의 30%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고, 도보객들을 위한 인프라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고, 도보객들을 위한 인프라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걷기를 통해 교화하는 쇠이유 프로그램은 청소년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보통 수감자들의 재범률은 85%에 이른다. 그러나 걷기를 통한 프로그램을 마친 청소년의 재범률은 15%로 떨어졌다. 즉 85%가 사회에 성공적으로 편입하는 새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후 이 프로그램이 폴란드 등 인근 국가로 전파되는 성과를 올렸다. 벨기에서는 프랑스보다 먼저 이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쇠이유는 ‘개인의 문제해결을 위한 걷기’프로그램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세계 첫 여성 에베레스트 등정자인 다베이 준코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 그녀는 걷기가 사람을 얼마나 정신적으로 치유가 가능한지를 실천하면서 보여줬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 수십 만 명이 집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부모를 잃었거나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다베이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다베이가 생각하기엔 이들에게 삶의 목표가 사라진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우선 목표를 세우도록 도우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도와주기로 작정했다. 바로 걷기를 통해서.

 

다베이는 우선 주변 산책코스나 오솔길을 정해 트레킹을 시작했다. 사회 유명인사 답게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행사를 하면 할수록 참가자들은 점점 더 늘어갔고, 분위기와 표정이 밝아졌다. 우울했던 주부나 집을 잃은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걷기’를 통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길을 걸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자원봉사자와 함께 매달 한 차례씩 실시한 트레킹이 벌써 40여회에 이른다.

자신감을 회복한 학생들에게 조금 더 큰 목표를 세우도록 다베이는 일본의 상징이자 최고의 산인 후지산 등산을 계획했다. 그게 2년여 전의 일이다. 재작년에는 67명이 올랐고, 작년엔 70명이 등정했다. 등정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나는 혼자가 아니다’ ‘우울한 생각들을 고치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베이는 “앞으로 1,000명이 될 때까지 이 행사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한 마디로 ‘걷기를 통한 치유’였다.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다. 우리의 서바이블 게임과 같이 문제 청소년들을 완전 야생상태로 내버려둔다. 방종에 가까울 정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자연의 법칙을 스스로 알게 한다. 자연과 친화적이 되면서 점점 다양한 관계를 알아가고, 상대를 이해하는 상태에까지 이른다. 자연에 적응한 청소년은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한다. 쇠이유와 마찬가지로 청소년 재범률이 교도소에서만 보낸 청소년보다 훨씬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한국에서는 아직 공식 기관은 없지만 개인이 만든 단체별로 실시하는 몇몇 프로그램이 있다. ‘엄홍길의 희망원정대’도 그 중의 하나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강북구청과 협력해서 관내의 문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함께 등산을 하고 있다. 처음엔 올라가기 싫어하던 청소년들도 정상 가까이 가면 서로 도와주고 끌어주며 배려심과 협동심, 단체정신을 키워가고 있다. 엄 대장은 “초기엔 문제 청소년을 중심으로 했으나 주변 시선과 대상 청소년 스스로도 낙인집단으로 여겨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일반 학생들과 함께 하는 행사로 바꿨다”고 말했다. 엄 대장은 “청소년들이 정상을 밟는 순간 너무 좋아한다”며 “이런 청소년들이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는지 상상이 안 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엄홍길의 희망원정대는 문제 청소년과 일반 청소년의 협동을 통해 하나가 되는 중요한 행사다. 사실 문제 청소년은 문제 청소년들끼리 노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과 같이 산에 올라가면서 부대끼는 것만으로도 문제 청소년들이 순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수단은 걷기를 통해서다.

그 외에도 산림청에서는 매년 여름 백두대간 청소년탐방단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문제청소년이 아니라 참가신청 하는 모든 청소년들 대상으로 백두대간을 걸으며 국토를 사랑하고 도전정신과 호연지기를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결국 이들도 일주일 남짓 걸으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결과적으로 길이 우리의 삶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길을 걷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그 사례는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가까이는 일본 등 해외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