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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후지와라 신야 “여행에서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의 차이는…” - 마운틴
후지와라 신야 “여행에서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의 차이는…”

일본의 세계적인 여행가 후지와라 신야(蕂原新也․71)와의 1차 인터뷰에서 시간 관계상 길게 하지 못했다. 두 번째 만나 나눈 인사를 “처음 봤을 때는 엄마에 엎인 애기의 시선으로 질문했지만 두 번째는 지식과 정보로 무장해서 질문하겠다”고 농담성 멘트를 먼저 날렸다. 후지와라도 씩 웃는다. 첫 번째 연장선상에서 다시 한 번 여행을 하면서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 물었다.

후지와라 신야가 기자간담회에서 제스처를 써가며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후지와라 신야가 기자간담회에서 제스처를 써가며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감각이 있으면 정보가 없어도 소중한 요소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한국과 인도, 일본은 자연신앙을 바탕으로 발전한 종교가 많다. 일본의 신사(神社)가 그런 곳이다. 신사엔 훌륭한 나무와 숲이 있다. 자연이 먼저 있었다는 말이다. 아무 지식이나 정보 없이 자연을 보는 시대다. 눈과 감각으로만 자연을 보고 판단했다. 반면 지금은 지식과 정보의 시대다. 지식과 정보를 통해서 세상과 자연을 보려고만 한다. 눈과 감각이 쇠퇴했고, 보고 판단하는 기능을 잃었다. 지금 이 기능을 살려야 한다. 지식으로 보는 것과 감각으로 보는 것은 깊이가 다르다. 지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윈도우가 세상을 지배하면서부터 엄청난 정보가 쏟아진다. 정보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가 돼버렸다. 사람은 그 정보를 다 받아들일 수 없다. 어차피 지식은 버려야 한다. 지식은 소중하지만 편향적이다. 사물을 깊이 이해할 때는 감각이 훨씬 우수하다. 눈과 감각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시대를 되살려야 한다. 그러면 지식과 감각의 균형이 살아나고 잃어버린 인간성도 회복할 수 있다. 정보를 갖고 가는 여행은 자기방어본능이다. 젊은이들이 감각적 세계가 두려워 겁쟁이가 된 느낌이다. 자연에 동화돼서 본능에 가깝게 여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머리로만 신경 써서 생각하고 목 밑으로는 팽개쳐 둔 것 같다. 더 소중하게 여기고 활동해야 한다. 트레일을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회적 현상이고 바람직하다.”

후지와라 신야가 제주 월드트레일컨퍼런스 마지막 날인 1월17일 ‘내 삶은 여행길에서 죽는 일’이라는 주제로 대중강연을 하고 있다.

후지와라 신야가 제주 월드트레일컨퍼런스 마지막 날인 1월17일 ‘내 삶은 여행길에서 죽는 일’이라는 주제로 대중강연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질문을 하면 수없이 깊은 생각을 곁들여 답을 한다. 철학적 깊이를 느끼게 한다. 걷는 것만큼이나 상당한 사색이 된 듯했다. 간단한 답변으로 끝내질 않는다. 그의 말을 듣는 데에도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에게 조금은 의도를 깔고 그에게 물었다. “여행을 한마디로 하면 뭐라 규정할 수 있나”라고. 그러자, “인터뷰 하면 항상 마지막에 듣는 질문”이라며 말을 이어간다. “절대 마지막 질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여행을 한 마디로 규정하는 건 현대사회의 병이다. 한 마디로 규정하는 건 내가 할 일이 아니라 인터뷰 하는 사람이 내려야 한다. 난 묻는 말에 내 생각을 말할 뿐이다. 기업들이 소비촉진하고 상품홍보를 할 때도 많은 사람의 말을 듣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한두 마디 듣고 압축하는 경향이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한 마디로 규정해야 하는 것만큼 편집자가 타이틀을 정의해야 한다. 그게 능력이다.”

후지와라 신야가 금융가를 걷고 있다.

후지와라 신야가 금융가를 걷고 있다.

그래서 역으로 규정하면서 물었다. “여행은 자연과 동화되어 즐기고 인간 본연의 감각을 되살리는 과정”이라고 하면 되느냐고. 만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장난기가 살 발동했다. 이래도 단답으로 답을 하지 않을 것이냐는 듯 “여태까지 몇 개국을 여행 했나?”라고 물었다. 보통이면 그냥 “몇 개국”으로 끝나고 다른 질문으로 넘어간다. 역시 기대를 저버렸다. 

“난 숫자를 세지 않는다. 방문국은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나라를 세는 건 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여행하면서 국가는 의미가 없다. 지구는 하나다. 사람의 경계로 나라가 나뉜다. 1만㎞를 선으로 구분해서 여행하면 민족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나라를 구분하지 굳이 몇 개국을 방문했네 하는 식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후지와라 신야가 대중강연에서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후지와라 신야가 대중강연에서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말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 보면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세계주의자)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휴머니스트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의 생각을 모두 들을 시간적 여유가 서로 주어진 것도 아니다. 난 그의 생각을 다 듣고 싶지만 인터뷰가 시간 단위로 잡혀 있다며 옆에서 계속 압력을 가했다. 최대한 빨리 그의 생각을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예의 인터뷰대로 다시 질문했다. “여행 하면서 어느 나라가 특히 인상적이었나? 그 인상적인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국가는 비교할 수가 없다. 각각의 국가는 개성이 뚜렷해서 어느 나라가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후지와라가 특히 좋아하는 한국 산야의 모습이다.

후지와라가 특히 좋아하는 한국 산야의 모습이다.

바로 답을 끊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좋고 나쁘고의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고 어떤 국가의 인상적(impressive)인 부분을 물은 것이다”고 재차 던졌다.

“인도는 많은 인구가 인상적이고, 미국은 외로워서 인상적이었다. 이 또한 각각 다르다. 미국에 갔을 때 시골 마을에서 일주일 동안 말 한 마디 안하고 지낸 적 있다. 오히려 외로운 게 더 좋더라. 영국과 인도를 거쳐 파키스탄에 갔다. 마을을 둘러보다 평상에 팬티차림으로 머리를 늘어뜨리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희한하다 싶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3시간 뒤 다시 그 마을로 돌아갔는데 똑 같은 포즈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똑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현대사회에서 3시간 동안 아무 것도 안하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그 사람은 스님이 아닌가 싶다. 그 스님이 ‘이리 와서 앉아라’고 했다. 우리는, 아니 현대인은 흔히 옆에 앉아라고 하면 뭔가 할 말이 있는가 기대하고, 이 사람이 왜, 무슨 목적으로 등등의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고 살아왔다. 그런데 30분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꿈쩍도 안했다. 생의 첫 신비한 체험이었다. 근데 그 스님은 옆에 앉아라는 게 목적이었다. 거기서 삶의 가치관이 부서지는 걸 느꼈다. 거기 앉는 그 자체가 목적인 인간관계다. ‘아, 바로 이것이다’고 크게 와 닿았다. 일종의 무상(無常)이다. 국가경계도 없어지고 아무 것도 안하는 가치가 느껴졌다. 그런 사회에 오래 있다 다시 돌아오면 열심히 오랫동안 하는 패턴이 사라진다. 사람의 가치관은 끊임없이 부딪힌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과감히 버릴 건 버려야 한다. 버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버리는 것은 지식과 정보다. 삶의 방식일 수도 있다. 본질이 보이면 언제든 물 흐르듯 수용해야 한다.”

후지와라 신야가 인터뷰 도중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라며 즉석에서 애기를 엎고 있는 엄마와 한국의 산 능선을 정겹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후지와라 신야가 인터뷰 도중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라며 즉석에서 애기를 엎고 있는 엄마와 한국의 산 능선을 정겹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여행 다니면서 인상적인 국가를 물었는데, 다시 인간의 본질과 가치문제를 관련시켜 언급한다. 적어도 후지와라에게 여행은 삶과 인간의 본질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가벼운 주제로 바꿨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로 넘어왔다.

“한국은 4번째 방문이다. 제주도는 처음이다. 내 고향이 후쿠오카 인근 작은 항구다. 일찌감치 한국과 교류가 잦았고, 많은 외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일본 곳곳에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있었지만 내 고향에는 그런 장면은 거의 볼 수 없었다. 한국인 친구도 있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실제 그런 건 아니고 어디선가 자장가 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관계가 굉장히 밀착형이었다. 엄마가 항상 애기를 엎고 있는 모습에서 사람과 사람의 일체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게 자장가처럼 보였다. 일본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 뒤부터는 ‘한국’하면 엄마가 애기 엎고 있는 모습이 항상 연상된다. 내 기억 속의 한국의 대표이미지다. 아름다운 한국의 산하와 풍경이 애기를 엎고 있는 엄마의 모습과 오버랩 됐다. 석양에 물든 완만한 능선은 엄마가 애기를 엎고 있는 모습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인간의 풍경으로 가장 완벽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부터 많이 훼손됐다. 산업화 시절에는 오히려 전통이 보존됐는데…. 아쉬움이 많이 든다.”

후지와라 신야가 대중강연을 마치고 행위예술가 답게 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글씨를 써내려가고 있다.

후지와라 신야가 대중강연을 마치고 행위예술가 답게 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글씨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화가답게 애기를 엎고 있는 엄마와 겹겹이 쌓인 산 능선을 아름다운 곡선으로 바로 그림을 그렸다. 완만한 곡선이 주는 포근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장면을 아쉽지만 화폭이 아니라 공책 한 페이지에 담아냈다. 한국인이 봐도 한국적 이미지와 딱 맞아 떨어지는 듯하다. 

그는 여행가일 뿐만 아니라 화가와 작가, 사진가, 저널리스트, 행위예술가 등 많은 직업을 가진 것으로 표현된다. 그러한 이력으로 그가 낸 책만 해도 30여권 정도 된다. 그에게 “지금까지 책을 몇 권이나 출간했나”고 물었다. “약 30권”이라고 했다. “아까 숫자는 세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정확히는 알 수 없고 어바웃(about)”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너무 철학적인 답을 자주 해서 조금은 짓궂게 묻고 싶어서 던진 질문이었다. 그 많은 직업 중에 무엇으로 불릴 때가 가장 좋은지 궁금했다.

후지와라가 ‘생사봉도’란 글씨를 쓰고 나서 대중들과 함께 바라보고 있다.

후지와라가 ‘생사봉도’란 글씨를 쓰고 나서 대중들과 함께 바라보고 있다.

“직업 뒤에 ‘家’자가 붙는 걸 싫어한다. 사람은 눈․코․귀․잎 등 감각이 살아 있다. ‘家’는 한 가지 특화된 느낌을 준다. 모든 감각을 살린 직업을, 일을 하고 싶다. 미국 여행 때 직업이 뭐냐고 묻더라.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사진도 찍기도 하는데, 딱 부러지게 말 할 수 없더라. 그래서 ‘난 슈퍼마켓맨’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모든 걸 놀 수 있으면 제일 좋다. 일본은 예부터 ‘사람은 놀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있다. 문학, 사진, 그림 등은 모두 놀이다. 사람이 태어나 얼마나 제대로 놀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잘 살았는지를 평가받는다. 작년에 94세 된 할머니를 만났다. 그림도 그리고, 여행도 다니고, 다양한 활동을 한 할머니였다. ‘그녀에게 더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다. 브레이크댄스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것만 하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고까지 했다. 그걸 하기 위해 유연성을 키우려 체조를 배우겠노라고 했다. 정말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의 세계적인 여행가 후지와라 신야가 제주 월드트레일컨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세계적인 여행가 후지와라 신야가 제주 월드트레일컨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중국 속담에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라는 말이 있다.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하라는 의미다. 어디를 가든지 책을 놓지 않으면 인생의 깊이가 완성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후지와라는 ‘행만리로’는 이미 넘어섰을 것이고, 30권 가량의 책을 썼으면 ‘독만권서’도 됐을 성싶다. 그래서 그는 이 속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일본 지식인들에게는 ‘내가 못하구나’하는 느낌이 든 적이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파키스탄 오지에 가서는 ‘아, 내가 부족한 게 아직 많구나’하는 느낌이 자주 갖게 된다. 더 높은 가치관이 많을수록 내게는 성장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면 겸손을 느낄 수 있지만 마치 구도자를 연상케 하는 말이다. 그와의 인터뷰 내내 느꼈지만 어느 종교인과 선문답하는 기분이다. ‘여행과 삶은 똑같다’는 그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삶의 여정은 구도(求道)과정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그는 강조한다. 여행은 인간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끝없는 여정이고, 삶과 여행은 영원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듯하다.

후지와라 신야가 인터뷰를 마치고 앉아 있다.

후지와라 신야가 인터뷰를 마치고 앉아 있다.

1월 17일 대중강연에서 그는 “여행의 목적은 자기가 무너지는 좌절을 맛보기 위한 영혼의 트레이닝 현장”이라는 말을 남겼다. 강연 후 그는 행위예술가답게 일필휘지의 글을 써내려갔다. 그가 쓴 글은 ‘생사봉도(生死逢道)’ “삶과 죽음은 이 길 위에서 언제나 함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살면, 삶을 나태하게 대할 수 없고 꽉 채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후지와라, 그의 인생에 딱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인도여행을 끝내고 1972년 낸 첫 책 <인도방랑>은 당시 일본 청년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티베트방랑>도 펴냈다. 1977년 <소요유기>로 일본 사진상, 1982년 <동양기행>으로 마이니치예술상 등을 받는다. 그 외에 <아메리카기행> <도쿄표류> <메멘토 모리> 등 3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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