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가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원동력은 뭘까? 과연 한 시대를 풍미하고 끝난 미신이었더라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풍수는 신앙적이고 미신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합리적 요소도 있었기에 1000년이 넘도록 이어왔을 것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에서 문화지리와 동서양 환경사상을 가르치는 윤홍기 교수는 “풍수의 기본이론은 미신적인 면, 과학적인 면, 종교․신앙적인 면이 모두 녹아 있는 동양 특유의 환경인식체계이자 길지(吉地) 선택방법이다”고 말했다.
‘옛날 사람들이 왜 풍수신앙을 따르고 실천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추적해보면 꼭 미신적인 요소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고대사회에서 삶을 제약하는 요소는 상당히 많았다. 추정해 보건대 물과 식량, 섬유, 목재, 에너지 등으로 추려볼 수 있다. 이것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어떤 노력들을 했을까? 상상의 나래를 한 번 펼쳐보자. 인간의 노력만으로 이것들을 원만히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대와 같이 과학이 발달한 시대도 아니다. 인간의 노력 외에는 딱히 할 것이라곤 없는 시대였다. 하늘에 맡기고,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도 나온다. 이 때 풍수란 절묘한 요소가 결합한다. 풍수에서 주장하는 논리를 그대로 실천했을 경우 현실적 희망과 맞아떨어지면 신앙으로서 떠받들어지고, 틀렸을 경우 미신이나 술사로 치부됐을 것이다.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에 있는 봉우리는 두 개가 연이어 있으면서, 하나는 높고 하나는 낮은 지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명당터로 알려져 있다.
풍수가 미신으로 치부되는 가장 큰 이유는 풍수에서 기복신앙적인 믿음이 강하고, 순박한 일반인들을 겁주고 현혹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술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발복을 명분으로 묘터를 거액을 들여 찾는다던가, 필요 없이 집을 고쳐 자원낭비를 한다던지 하는 행위는 일종의 미신적인 행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풍수의 핵심개념인 발복과 명당, 생기 등도 풍수에서는 아주 중요한 개념이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과학과 미신의 가장 큰 차이는 일종의 합리성 또는 이성적(reasoning)이란 개념이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느냐다. 그냥 믿기를 강요하고, 논리적 설명 없이 사실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측면이 미신에 가깝다고 치부되는 가장 큰 이유다.
반면 풍수에서 말하는 좋은 집터는 보통 뒤가 높고 앞이 낮아야 한다. 이러한 곳이 환경심리학적으로 상당히 일리가 있다. 물이 높은 곳, 즉 뒤쪽에서 흘러 앞쪽 낮은 곳으로 흘러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집 뒤의 높은 산에서 정기를 받은 기는 집으로 흘러들고 집 앞 정원의 연못을 앞에다 파놓으면 생기가 모여 명당터가 된다. 집 뒤의 연못은 홍수가 나면 물이 넘쳐 집을 습하게 하고, 장마 때는 물난리까지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집 앞의 연못은 생활의 지혜에서 나온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이 바로 풍수의 과학성이다.
풍수는 기본적으로 지리․기후 등의 환경요인과 인간의 거주환경을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할 것인가에 관심을 둔다. 좁은 뜻으로 해석하면 주거의 입지선택이라고 할 수 있고, 넓은 의미로는 인간과 환경의 관계설정 방식을 설명하는 체계 또는 자연에 대한 해석체계라고 할 수 있다. 주술적 성격의 서양의 연금술이 물리나 화학의 발전을 가져왔듯이 우리의 풍수도 오늘날 토지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지 모를 일이다. 풍수사상은 산천을 미시적이거나 분석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이고 종합적으로 살피기 때문에 원대하고 장대한 국토계획을 수립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풍수신앙과 풍수의 기본원리는 다르다. 풍수의 기본원리를 과학적으로 검증해서 체계화하면 현대과학이 못할 일을 우리의 풍수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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