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기쁨’을 주는 야생화 ‘깔끔좁쌀풀’

희귀식물 중 취약종에 해당하는 깔끔좁쌀풀, 멸종위기종은 아니나 그냥 방치했을 땐 곧 멸종된다는 종이다. 학명은 Euphrasia coreana. 유프레시아가 도대체 뭐기에 깔끔좁쌀풀의 학명에 붙었을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리저리 뒤졌다. 유프레시아는 깔끔좁쌀풀의 단순 영어 이름으로만 나왔다.

다시 한참 찾았다. 유프레시아의 동의어가 영어로 ‘eyebright’. 눈을 밝게 한다고?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브라이트도 그냥 깔끔좁쌀풀이었다. 결국 속명 유프레시아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기쁨의 여신 ‘에우프로시네(Euphyrosyne)’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겨우 찾았다. 중세 때 유프레시아란 식물은 시력을 높이는 안약의 하나로 여겨졌으며, 이후에도 눈병에 효능이 있어 차와 술로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문순화 작가가 1992년 제주도 한라산 영실 주변에서 촬영한 깔끔좁쌀풀. 문 작가는 이후 지금까지 깔끔좁쌀풀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환경부 지정 취약종으로 지정됐다.

문순화 작가가 1992년 제주도 한라산 영실 주변에서 촬영한 깔끔좁쌀풀. 문 작가는 이후 지금까지 깔끔좁쌀풀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환경부 지정 취약종으로 지정됐다.

그러면 기쁨의 여신과 깔끔좁쌀풀과의 관계는 뭔가? 깔끔좁쌀풀은 학명에서 알 수 있듯 제주도 한라산에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이다. 한국에서 발견된 깔끔좁쌀풀은 유럽의 유프레시아와 비슷한 종이며, 결국 눈을 밝게 해주는 식물이라는 의미다. 깔끔좁쌀풀은 취약종이라 약용으로 사용한 적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꽃을 보기만 해도 기쁨을 받기에 충분하다. 아마 개체수가 적거나 없어 약용으로 사용할 수도 없지 않을까 싶다. 보는 즐거움, 보는 기쁨을 주는 ‘기쁨의 여신’ 깔끔좁쌀풀을 만나러 간다.

문순화 사진작가가 깔끔좁쌀풀을 처음 만난 건 1992년 9월초. 이른 아침 한라산 풍경사진을 촬영하러 갔다가 바위 옆에 붉은 꽃을 피워 눈길을 끄는 야생화 몇 개체를 놓칠 새라 렌즈에 담았다. 개체수가 많지 않아 분명 귀한 야생화 같아 보였다. 서울로 올라와 문 작가가의 야생화 스승 고 이영노 박사에게 필름을 내밀었다. “이 야생화는 무엇입니까?” “어, 귀한 사진 찍었군요. 나도 찍은 게 있지만 훨씬 좋네요.” 이 박사의 깔끔좁쌀풀은 키만 길쭉한(그래봤자 10㎝ 남짓) 투박한 모습이었다.

깔끔좁쌀풀은 개체수가 점점 줄어 보호가 시급한 실정이다.

깔끔좁쌀풀은 개체수가 점점 줄어 보호가 시급한 실정이다.

문 작가는 귀한 깔끔좁쌀풀을 다시 만나러 제주도로 갔다. 처음 모습을 담았던 한라산 영실 쪽으로 가다 병풍바위 못 가서 구상나무숲 들어가기 직전 왼쪽 초지를 정확하게 다시 찾았다. 하지만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 수차례 제주도에 가서 깔끔좁쌀풀을 찾았지만 1992년 9월초에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올해 초에도 갔지만 마찬가지였다. 문 작가는 식물학자는 아니지만 사라지는 야생화가 못내 아쉽다. 얼마 전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들은 앞으로 절대 표본을 만들지 말라”고 지침을 내린 건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말한다.

문 작가가 몇 년 전 지리산에서 목격한 놀랄 만한 장면은 아직 잊어지질 않는다. 교수로 보이는 학자와 수많은 학생들이 포대기를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식물채집을 하고 있었다. 보호를 해야 할 당사자들이 마구잡이 훼손에 앞장서는 듯한 느낌이었다. 식물표본이 사실 야생화 개체수 줄이는 가장 원인이라는 건 대부분 학자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훼손되고 사라지는 야생화가 상당수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문 작가는 말한다. 깔끔좁쌀풀도 그 중의 하나다.

도감에 나오는 깔끔좁쌀풀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주도 한라산의 해발 1,600m 이상의 풀밭이나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 1년생 초본으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자란다. 키는 5~10㎝ 정도이고, 잎은 원형 또는 넓은 달걀 모양으로 털이 많이 나 있다. 꽃은 적자색으로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달리고 길이는 약 0.5㎝로 통형이며, 끝이 4개로 갈라진다. 8~9월에 꽃이 피며, 열매는 10월 경에 둥글게 달린다. 10월에 받은 종자를 종이에 싸서 냉장고에 저장한 후 이듬해 봄에 뿌린다. 1년생 이기 때문에 종자 발아 외의 번식법은 없다. 남도지방 따뜻한 곳의 고산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재배하기 쉽지 않다. 또한 작은 품종이어서 화분에 담아 감상하거나 기르는 것도 쉽지 않은 품종이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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