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건립을 놓고 정부와 여당․강원도가 주장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발논리와, 환경단체․시민단체․종교단체가 주장하는 환경보호논리가 맞붙은 형국이다. 점점 더 거세게 부딪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개발논리와 환경논리는 엄격하게 생각하면 결코 절충할 수 없는 상극의 논리다. 논리의 출발점이 다른 양측의 주장은 극단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냉정하게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과연 개발논리만이 능사인가의 문제와 환경보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왜 우리의 산에 케이블카를 놓으면 안 되는가에 대한 문화심리적이고 민족성에 관한 문제를 짚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논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우선 논리로 내세운다. 현재 돌파구가 없는 제조업 위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은 신사업을 만들어 창조경제란 이름하에 산악을 개발하면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산업의 좋은 활로가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지역경제의 활성화란 미명하에 시작한 지역사업은 돈 있는 대자본과 이에 밀착한 일부 지역업자만이 이득을 볼 뿐이지 지역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유사한 사례는 이미 일부 지자체 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서 살펴볼 수 있다. 시설만 둥그러니 있을 뿐 이용객은 없고 빚더미에 쌓인 지자체는 파산하고 주민은 전부 다른 도시로 떠나버린 그런 도시들이 있다. 그런 지자체들도 시작할 때는 잔뜩 꿈에 부풀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파산이었다. 개발논리업자들은 환경논리를 설득하려고 하지만 서로 논리적 출발점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결코 설득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민족의 문화심리적이고 민족성에 관한 부분으로 산악케이블카 문제를 살펴보자. 이는 케이블카 문제를 단순히 환경문제와 개발문제만으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의미까지 포함돼 있다. 중국은 예로부터 사람을 천자(天子)라고 했다. ‘하늘 아래 인간’이란 말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이 인공위성개발과 관련한 우주산업의 선진국이 되는 심리적 동인이다. 뿐만 아니라 산도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심에서 산꼭대기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는 한편으로는 흉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개발을 서슴지 않고 있는 중국은 바로 ‘천자’라는 민족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개발논리나 환경보호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요인이다.
반면 중국의 문화적 영향을 받았지만 한국은 가급적 자연에 손을 대지 않으려는 성향이 매우 강했다. 특히 불교와 유교를 국교로 삼으면서도 산수에 대한 숭배는 우리의 전통 샤머니즘․산신숭배사상과 융화되면서 인간과 산은 둘이 아닌(人山不二) 관계로까지 발전한다. 한자의 ‘仙(선)’이 이를 잘 설명한다. 도교의 영향일 수 있지만 사람이 산과 어울려 사는 것이 곧 신선이란 의미다. 따라서 산을 파괴하는 것은 곧 인간을 파괴하는 행위로 여겨져 왔다. 우리의 전통 풍수에서도 산의 흙은 인간의 살이고, 바위는 뼈, 물은 피, 바람은 호흡으로 여기는 이유도 바로 인간과 산이 둘이 아니고 동일체로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지리산에서 개발업자들에게 땅을 판 일부 마을 주민들이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몇 년 뒤 병명도 모른 채 죽었다는 얘기는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이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얘기지만 산에는 우리의 전통 신과, 신격화 된 인간, 그리고 인간이 살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다. 산악개발이 신에 대한 불경과 인간에 대한 파괴까지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개발업자들은 마구잡이 난개발로 훼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우려되기도 한다.
중국은 만들어 쓰고, 일본은 다듬어 쓰고, 한국은 골라서 쓴다는 말이 있다. 꼭 산과 관련된 표현은 아니지만 인문학적인 ‘자연미학’으로서 절묘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난개발과는 거리가 먼 무엇이든지 ‘골라서 사용했다.’
설악산 케이블카로 여론이 양분되고 있는 이 즈음, 개발논리와 환경논리로는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우리 민족의 영성(靈性)과 이와 관련한 문화심리적인 문제까지 끌어내면 케이블카 문제의 본질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는 11월쯤으로 예정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가 있다. 야당이나 시민․환경․종교단체가 단단히 벼르고 있다. 또 결코 절충될 수 없는 개발논리와 환경논리가 맞붙을지, 아니면 새로운 논리로 무장한 주장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Douglas Lee
10.13,2015 at 1:12 오전
저는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 여러 곳을 돌아 다녀 봐도 케이블카, 산악열차등으로 관광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누구도 환경 파괴라 하는 것보다 자연이 준 혜택을 누리고 산다고 합니다. 또한 그렇게 좋은 관광지도 아닌 것을 관광 인프라를 잘 구축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스위스의 바위산 중턱에 까지 케이블카를 성치하여 아름다운 경관을 전세계에 알리고 막대한 수익 팡출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난리도 났을 법한 절경의 케이블카 였습니다.
이제는 우물안의 개구리식의 무조건적 자연보호 논리만 세울때는 지났습니다.
Douglas Lee
10.13,2015 at 1:15 오전
성치 -> 설치
팡출 -> 창출 로 정정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