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역의 고도는 전부 2000m 내외로 나온다. 수도 테헤란도 해발 1500~1700m를 나타냈다. 테헤란 바로 뒤 앨부르즈산맥의 정상은 다마반드산이다. 해발은 무려 5,604m. 테헤란에서 버스를 타고 수백㎞ 내려오는 길에 유심히 고도를 체크했다. 제일 낮은 고도가 1,500m이었을 정도다. 페르세폴리스 가는 길에 2,500m 꼭지점을 찍고는 서서히 고도를 낮췄다. 이란고원이란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페르세폴리스는 해발 1,600m를 가리켰다.
드디어 페르시아제국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페르세폴리스에 이르렀다. 다리우스 1세가 건립한 페르세폴리스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파사르가대나 페르세폴리스의 공통점은 매우 넓은 평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적의 침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천혜의 요새 같다.
페르시아제국의 새로운 수도인 이곳의 원래 지명은 페르시아란 이름이 유래한 ‘파르사(Parsa)’였다. 페르세폴리스는 도시국가인 그리스인들이 페르세폴리스로 부르면서 이름을 가져오게 됐다고 안내문에서 설명한다.
궁전으로 들어서는 순간 페르시아제국의 화려했던 자취에 잠시 숙연해진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에 건립한 궁전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대규모 입구에서 양쪽으로 올라가는 111개의 기념비적인 계단, 날개달린 거대한 소들, 공물 바치는 외국 사신들, 웅장한 진입로, 공식 알현실, 접견실 등 영광의 흔적을 그대로 전하는 메인 건물과 부속 건물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쿠이라마트(Kuh-i-Rahmat, 자비의 산) 산기슭에 있는 궁전은 자연을 그대로 살린 인공의 궁전이다. BC 518년 다리우스 1세가 건립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단의 남쪽 면에 ‘다리우스 대왕이 페르세폴리스를 창건했다’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고 가이드가 말한다.
유네스코 등재이유도 ‘세계에서 가장 큰 건축학적 유적으로,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고대문명의 독특한 자질을 보여주는 증거로 평가된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계속 고고학적 탐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기단에는 다리우스 1세(기원전 522~486), 그의 아들 크세르크세스대왕(Xerxes, 기원전 486~465), 그의 손자 아르타크세르크세스(Artaxerxes, 기원전 465~424)가 3세대에 걸쳐 왕궁복합단지를 세웠다’는 것이다. 3대 100년에 걸친 왕궁이 일사불란한 통일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유적 입구 천장 대들보가 교차하는 지점 바로 위, 두 쌍의 황소 조각이 맞대고 무릎을 꿇고 있다. 하나는 동쪽을, 다른 하나는 서쪽을 향한다. 황소는 몸통으로, 얼굴은 사람, 날개는 독수리의 형상이다. 이는 사람의 지혜로 땅을 통치하고, 독수리는 하늘의 힘을 상징하고, 소는 땅의 힘을 나타낸다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그 옆에는 상상의 새도 있다. 독수리 머리에 귀는 소의 형상, 뒤 몸체는 말이다. 가이드는 “이 형상은 이란인의 심볼이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상상의 새”라고 소개한다.
페르세폴리스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상징으로 왕조도시의 걸출한 도시다. 그 때문에 BC 330년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세폴리스를 불 태웠다고 전한다. <플루타르크>에 따르면 ‘그들은 20,000마리의 노새와 5,000마리의 낙타에 페르세폴리스의 보물을 실어 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 최고의 고대문명을 간직한 도시, 페르세폴리스다.
알렉산더는 페르시아의 전 지역을 정복하고 페르시아문명을 대체할 새로운 그리스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페르세폴리스를 불태운다. 도시는 불에 타 사라졌지만 문명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케메니드 페르시아 제국이 다스렸던 통치방법은 다른 왕조에 의해 수없이 모방 변형되면서 다양한 인종과 종교, 언어, 풍습을 가진 대제국을 다스리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페르시아란 개념이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되고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페르시아제국은 아케메니드 페르시아에 이어 파르티아왕조, 사산조 페르시아까지 651년까지 지속된다. 하지만 아케메니드 페르시아가 세계에 끼친 영향, 그 이름의 유래, 거대 궁전의 자취가 지금까지 전하고 있어, 세계인들이 페르시아제국이라 하면 페르세폴리스만을 기억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