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문화]파워인터뷰 게재일자:2012년12월21일(金) “내게음악이란…10대땐fun,20대엔job,지금은life”

바이올리니스트사라장

▲세계정상의바이올리니스트사라장이서울의한호텔에서“어제의잘한연주보다내일의연주가중요한게아니냐”고말하고있다.그는연간100회공연을통해에너지가넘치면서도섬세하고화려한연주를펼치고있다.김낙중기자sanjoong@munhwa.com 바이올리니스트사라장(32)의이름은한국인에겐‘음악신동’의대명사다.그는8세때연주활동을시작해24년여연주활동을거쳐어느새30대초반의나이지만세인들은아직도‘천재소녀바이올리니스트’를떠올리며그의활동을주목하고또격려한다.

지난16일서울서초구서초동예술의전당콘서트홀의사라장리사이틀도무대와객석사이에따뜻하고친밀한교감이돋보인음악회였다.합창석까지꽉채운2500여명의관객은여동생,딸혹은누이의발표회처럼몰입해악장중간에흔히쏟아지는기침소리조차내지않았다.

이날전반부에파가니니,비탈리에이어번스타인의‘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편곡한현대창작곡을연주한그는연분홍드레스밑자락을발로툭툭걷어차거나상반신을제치며온몸이음악속으로빠져들었다.2부에선검정반짝이드레스차림으로프로코피예프의소나타2번을연주한뒤로객석의열띤박수갈채에화답하듯그는쇼팽,카차투리안의곡및영화‘여인의향기’중탱고등앙코르로3곡을연주했다.공연장로비는이날연주회전엔사라장리사이틀의안내포스터앞에서기념촬영하는팬들로,공연후엔사인행렬로붐볐다.

사라장은연100여회의꽉짜인연주일정중에매년1∼2회내한공연을마련해왔다.올해는지난2월발레리게르기예프지휘의영국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협연이후10개월만인12월엔서울을포함해8개도시순회독주회를가졌다.스타연주자와의인터뷰는지난13일숙소인호텔에서,또16일공연전후에진행됐다.

대전에서공연한10일이생일이었던32세바이올린스타에게첫질문으론좀고약하지만‘나이든다는것’에대한물었다.

“거리에서어느여성에게물어봐도나이드는걸좋다할사람은없을걸요.(웃음)그러나음악가로선나이드는게도움이되는것같아요.내가뭘즐기고좋아하는지,또잘하는지알수있거든요.”

연주자로선‘나이듦’을즐기고있다는그에게재차“나이와더불어음악생활이어떻게변해왔느냐”는질문을던졌다.

“10대까지‘에브리싱이즈저스트펀’,그냥신나고재미있었어요.학생시절엔연주활동하면서학교공부,SAT등대학진학준비하느라너무바빴어요.20대이후음악은잡(Job),나의일이죠.사무실로출퇴근하는사람들처럼말이에요.이제30대들어음악은내라이프(Life)가됐어요.”

아직도‘천재소녀사라장’을떠올리는사람도적지않다는지적에그는“이젠그런타이틀에서벗어나고싶다”고덧붙였다.

“사실음악이란게어제잘한것보다내일연주가중요하잖아요.물론비행기여행의연속인생활이라가끔힘들때도있어요.그러나이제음악가라는사실이즐겁고또재미있어요.”

‘음악이생활’이라는그는“이즈음연주일정까지‘퍼스널하게’관리하게되면서연주가한층더재미있어졌다”고웃었다.

“아주어려선아빠엄마가매니저였고한때전문매니저들이정하는대로유럽이며아시아로연주하러다녔어요.그러나요즘은연주해야할이유가있어야일정을잡아요.지휘자가좋거나,몰라도알고싶을때,또오케스트라와의히스토리가있을때협연해요.무슨곡이든연주해도좋다면새로운레퍼토리를시도해볼수있어‘예스’라고하죠.”

무대위에서에너지넘치는강한이미지를펼치는그는인터뷰내내무슨질문이든주저함없이,가끔영어를섞어가며자신의의사를또렷하게밝혔다.

―내한공연일정이대부분연말이던데….

“연말이되면미국,유럽은온통‘백조의호수’‘호두까기인형’‘합창교향곡’‘메시아’같은연말레퍼토리위주라일반공연은거의없어요.그러다보니연주자들은연말에한국,일본,중국등지로아시아공연스케줄을많이잡게돼요.”

―무대가대부분오케스트라와의협연입니다.독주회는2009년이후3년만이라죠.

“협주곡레퍼토리가좋아요.물론독주회에서나혼자무대에섰을때보다100여명풀오케스트라와함께하는연주에익숙하고또내캐릭터와도잘맞는것같아요.어려서부터협연무대위주로활동해그런지,협연자체가즐거워요.”

―특별히호흡이잘맞는오케스트라라면….

”아무래도첫번째가태어나자란도시의오케스트라이며자주협연한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지요.지난9월2만여명관객이들어찬할리우드볼에서협연한LA필도9∼10세때첫연주이후줄곧호흡을맞춰온가까운오케스트라고요.지난2월내한공연을함께한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도인연이각별해요.LSO단원중몇명과는같이영화도보고쇼핑도하며친하게지냅니다.”

―그동안슬럼프도있었을텐데….

“16세까진정말로그저연주활동이재미있고좋았어요.그러다16세때너무힘들고무작정쉬고싶더라구요.예쁘게옷차려입고파티가는친구들이부럽기도하고.쉬고싶다고했더니매니저가그러더군요.일단계약돼있는연주일정을다마무리짓고쉬라고요.결국휴가를받은게2년후18세때였어요.(웃음)”

2년의기다림끝에맞은휴가때뭐하며지냈을까.

“정말아무것도안했어요.집에서자고먹기만했어요.꽉끼는연주복에몸을집어넣으려면먹고싶은것도마음대로못먹거든요.TV도보고뉴욕,런던에가서친구도만났어요.처음엔바이올린은쳐다보지도않았는데,2주쯤후바이올린에손이가더라구요.그런생활한달만에이래도되나불안해지는거예요.그일이후매니저가쉬고싶으면언제라도미리말만하라고했지만,그일이후쉬어본적이없어요.”

16일서울독주회이후내년1월4일미국콜로라도주덴버에서열리는2013년첫연주회이전까지보름여동안연주일정은없다.가족과연말을보내는틈틈이내년에연주할곡을연습하려면연주자에게완전한휴일이란없는셈이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자신을이끈스승이라면….

“기본테크닉은줄리아드딜레이선생이죠.그밖의부분에선지휘자쿠르트마주어의영향을많이받았어요.그분은굉장히퓨어(pure)하고꾸미는것을싫어하세요.대부분선생님들이이런저런걸고치라고지적하지만,그분은내게늘‘와이(Why?)’란생각을갖게만드세요.‘왜포르테로연주하느냐’는식으로물어보세요.아주어릴때많이당황했어요.악보에그렇게적혀있는데다른무슨이유가있는건지알수없었거든요.선생님은그표시는작곡가아닌출판사가할수도있고,연주할때왜그렇게하는지이유가있어야한다며연주자로하여금생각을일깨우시죠.”

―바이올리니스트로서멘토는누구입니까.

“소리를기교적으로꾸미지않고온몸으로소리를내는다비드오이스트라흐를존경합니다.”

지휘활동을병행하는연주자도적지않기에그도지휘에관심이있는지속마음을떠봤다.

“사실음악친구조슈아벨,막심벤게로프도요즘지휘를해요.그러나저는좋은지휘자,오케스트라와함께하는연주자체가좋습니다.아직연주하지못한레퍼토리도많아전혀지루하지않아요.음악가로서생존작가의창작음악같은현대음악을연주하고소개해야할책임감도느끼고요.음악인중엔폴리티컬하게활동하는분도더러있지만저는음악인으로서스탠스를지키며줄곧음악그자체에몰두할생각입니다.”

그는특히인연이남다른지휘자로주빈메타,쿠르트마주어,리카르도무티를지목했다.사라장은주빈메타를‘장갑같이완벽하게(호흡이)잘맞는지휘자’라고,쿠르트마주어의경우‘음악세계의할아버지’라고표현했다.

“주빈메타는제음악인생에서굉장히많은기회를주신분이죠.뉴욕필,베를린필,비엔나필과의첫협연도주빈메타와함께했어요.바이올린독주자의커리어에서중요한기회를제공해주신분이거든요.주빈메타와의무대는연주가너무쉬워요.그분과는교감이너무잘맞아안보고도또리허설없이도공연이가능할정도지요.”

사라장은리카르도무티가미국을떠나유럽에서활동중이고오페라연주를좋아한다고말했다.이어11세때첫협연후여러도시를같이다니며연주한쿠르트마주어의경우,두달전85세생일때독일라이프치히의기념콘서트무대에도출연했다고밝혔다.쿠르트마주어는지난봄파리연주때지휘대바가부러지고객석으로넘어지는바람에수개월활동을못했고그후유증인지지난9월파리서프랑스국립오케스트공연때지휘대를오케스트라깊숙이설치하는바람에연주자도무대안쪽으로들어가연주했다고일화를공개했다.

―사라장스타일의음악이라면….

“드라마틱하고이모션하고아름다움을드러내는연주를추구해요.악기를목소리삼아,연기자는아니지만연기를무대에서펼치고싶어요.”

12월내한독주회(왼쪽사진)때그는18세기비탈리의‘샤콘느’부터20세기번스타인의‘웨스트사이드스토리’까지시공간을넘나드는곡들을연주하면서곡마다다른스타일을추구했다고자평했다.비탈리의곡은슬프게,프로코피예프곡은어그레시브하고때로는일부러거친소리도내며공격적으로연주해곡마다연주스타일에변화를주었다는이야기였다.

“연주중실수하면어떡하느냐”는질문에사라장은단호하게“실수는없다”고답했다.

“나만아는실수는있어도남들이알정도의실수는결코하지않아요.그러기위해어떤곡이든내자신이편할때까지,그러니까자면서도연주할수있을정도로몸에완전히배도록연습해요.”

―연주당일몹시아프면어떻게하죠.

“아프면약먹고무대에올라가요.연주는무조건해야해요.언젠가바이올리니스트안네소피무터는첫남편이죽었을때도연주했어요.어려서부터엄마와모든사람들로부터연주일정은따라야한다고배웠어요.연주취소는결코선택사항이아니라고요.”

―2006년뉴스위크선정‘세계20대여성지도자’,2008년세계경제포럼의‘세계의젊은리더’는연주자로서좀색다른경력입니다.2012년미국하버드대에서예술부분의탁월한지도자로도선정됐다죠.

“예술가로서어린이,학생에대한음악교육에관심이많아요.교육은음악인으로서의무이자보람이라고생각해요.2011년미국대사관의예술대사로서세르비아,콜롬비아에서도어린학생들을만났어요.”

―이번독주회서연주한번스타인의‘웨스트사이드스토리’처럼,현대창작곡도자주연주하나요.

“저자신도듣기힘든현대음악은좋아하지않아요.공연장으로즐거운시간을보내려온관객을힘들게하고싶진않아요.관객들이받아들일수있는곡위주로선곡하죠.그러나협연때는현대창작곡연주가좀힘들어요.어려서경제가나쁠때현대곡연주는안된다는말이무슨의미인지정말알수없었어요.(웃음)불황에는다들문화생활비부터줄이니그나마친숙한레퍼토리를연주해야관객확보가가능하다는이야기잖아요.”

―요즘해외콩쿠르에서한국음악인이두각을나타내고연주도활발합니다.해외활동중그런열기를실감하나요.

“연주무대서다른솔리스트를만날기회가거의없어요.다만어디가나‘싸이’이야기예요.런던에서또독일호텔에서TV에나오는‘싸이’를보면서글로벌코리아의위상을절감합니다.”

―콩쿠르경험이전혀없지요.

“전그런경쟁은몰라요.콩쿠르입상을계기로커리어를시작하던10∼20년전과달리요즘은콩쿠르의영향력이줄어드는게아닌가요?다비드오이스트라흐도콩쿠르2등이었다죠.콩쿠르1등은누군지기억도못하고,2등이더두각을나타내는경우가많잖아요.”

―화장,드레스에서‘사라장스타일’이라면.

“패션에서한국스타일과서구스타일이많이다른것같아요.언젠가한국서한국식화장,머리에드레스차림으로사진을찍었어요.그런데서양매니지먼트회사서단한장도고르지못하겠다고해서서양팀이재촬영했어요.화장만해도한국은화장안한듯연한색,미백크림을많이쓰는반면,서양에선태닝한듯까무잡잡하게,강한화장을선호해요.‘에브리싱이즈스트롱’이죠.또한국선쌍꺼풀수술을많이하고내게도쌍꺼풀수술을권하더군요.그러나미국친구들은절대로쌍꺼풀없는눈을건드리지말래요.”

―두각을나타내는30대초반의바이올리니스트라는점에서힐러리한,재닌얀센등이라이벌로거명되기도하죠.

“독주자들은스케줄이달라마주칠기회가드물어요.데뷔후한동안같은동양출신으로줄리아드,뉴욕필협연등이력이비슷한일본바이올리니스트미도리와저를많이들비교했어요.그러나라이벌이라기보다기획사,연주일정같은음악활동정보를주고받는친구사이예요.미도리는뉴욕서로스앤젤레스(LA)로옮겼어요.UCLA교수이며연주자로활동중인데가끔이메일로연락을주고받아요.얀센은그의옛남자친구인바이올리니스트와듀오무대를가졌을때얀센이사운드체크하러들어와본적이있어요.힐러리한과는만난적이없어요.다만힐러리한이2년단위로1년반활동하고나머지6개월을쉬는식으로연주일정을잡는다니그건참잘하는것같아요.”

한동안한국이름장영주와사라장을병기했지만서로다른연주자로착각하는경우도있고,요즘은사라장으로단일화했다.1997년선보인앨범제목이‘심플리사라’다.이달내한순회독주회때“다음연주장소로이동하는고속도로휴게소에서맛본어묵바와떡꼬치가너무맛있었다”는사라장.음악활동틈틈이연주도시의거리를산책하거나추억의명화부터최신작까지영화관람을즐기고드레스,구두등의쇼핑을즐긴다.

인터뷰=신세미부장(문화부)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