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을 보내드리고 싶은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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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당대 제일가는 세도 대신 집에서 요샛말로 하면
朝贊會(조찬회) 같은 것을 한다고 모이라는 전갈 왔답니다.
월남 이상재선생을 비롯하여 고급 관료 10여 명이 아침 일찍 그 집 사랑에 모여들었다.

주인 대감은 그제야 사랑마루에 세숫대야를 놓고 막 세수를 하는 참이었다.
그런데, 당시로써는 희귀한 수입품인 서양비누로 얼굴을 씻는데
그 주인 얼굴에서 허옇게 일어나는 거품을 모두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을 때,
월남선생이 주인을 향해 물었답니다.

“대감님, 사향 냄새가 나는 이 물건이 대체 무엇입니까?”
“응…. ‘석감’이라고도 하고 ‘사분’이라고도 하는 물건인데,
이것을 물에 풀어서 이렇게 문지르면 얼굴의 때가 말끔히 씻긴다네.”

그러자 월남은 대뜸 그 비누를 집어들고는 좌중을 향해

“이거 참 신기한 물건이외다. 우리 모두 와서 이것을 한입씩만 떼어먹읍시다.”
했다. 주인 대감이 기겁을 하며

“이 사람아! 그것은 얼굴이나 몸의 때를 씻어 내는 것이지 먹는 것이 아니야!”
라고 했다. 마치 촌놈 타이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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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월남은 태연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비누를 한입 뚝 떼어먹으면서 말했데요.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侍生(시생)은 지금 우리 고관들이
얼굴의 때보다 뱃속, 마음속에 하도 많은 때가 끼어서 이 시커먼 속 때부터
씻어 내야만 나라가 바로 될 것 같아 그러는 겁니다.”

그의 뼈있는 한마디에 그날 주인 대감을 비롯한 여러 좌중은 차마
웃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였다는 이야길 어느 책에선가 읽었든 기억이 납니다.

이 비누를 요즘 먹어야 할 사람들이 곳곳에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예전에 읽었던 내용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정치하시는 분 경제 운운하시는 분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윗자리에 계시는 분들
공적자금 유용한 어르신님들….
각종 부정부패로 물든 어르신님들….
겉은 멀쩡한, 속이 시커먼 음흉한 어르신님들….

모두에게 이 사분을 보내드려서 잡숫게 하고,
시커멓게 낀 뱃속의 엉겨붙은 때부터 사분으로 깨끗이 씻겨드렸으면 합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2월 6일 at 8:44 오전

    옳소!
    모두 모두 마음청소 시킵시다!

    • 초아

      2016년 12월 6일 at 11:09 오후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사분 값은 제가 다 내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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