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슬픔의 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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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화단에는 입주하면서부터 함께 해온 모란이 있다.
수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원줄기는 잘못 관리하여 몹시 추운 어느 날 고사되었지만,
아래 둥지에서 여러 갈래의 새로운 줄기가 올라와서 자라기 시작하여
봄이 되면 해마다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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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을 정리하며 올라온 줄기를 3개로 나누어 심었다.
나누어 심은 모란에서도 해마다 경쟁하듯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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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무심코 지나치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관심을 받는다. 특히 나한테… 이렇게 저렇게 꽃 핀 모습을 담지요.
그리곤 지인들에게도 꽃 사진을 전송하고 블로그에도 자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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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가 없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모란
그러나 모란(목단, 함박꽃)에는 향기가 있다.
아주 진한 향기는 아니지만, 은근히 풍기는 향기가 참 좋다.

그런데, 왜 모란은 향기가 없다 전해지는지…
아마도 선덕여왕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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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평왕 때 당나라에서 온 모란꽃 그림과 꽃씨를 얻어
덕만(선덕여왕의 공주 시절 아명)에게 보인 적이 있다.

덕만은 “이 꽃은 곱기는 하지만 틀림없이 향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왕은 웃으면서 네가 어떻게 그것을 아느냐?”라고 물었다.
꽃을 그렸으나 나비가 없기에 이를 알았습니다.
무릇 여자로서 국색(國色)을 갖추고 있으면 남자가 따르는 법이고,
꽃에 향기가 있으면 벌과 나비가 따르는 법입니다.
이 꽃이 무척 고운데도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으니 이는 틀림없이
향기가 없는 꽃일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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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씨앗을 심었는데, 과연 그녀가 말한 것과 같았다.
그녀의 앞을 내다보는 식견은 이와 같았다.
하지만 이 기록과는 달리 일반적인 모란은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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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그림에는 꽃을 그릴 때 나비나 벌을 그리지 않는다.
꽃의 아름다움을 직접 표현하기 위해서라나?

그림 독법상 모란꽃은 부귀를 상징하는데, 여기에 나비를 덧붙일 경우
나비 蝶(접)의 발음이 팔십 늙은이 질(늙을 老+이를 至)과 같아서(중국음 die),
모란만 그리면 ‘부귀를 누리라’라는 뜻인데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리면
’80살이 되도록 부귀를 누리라’로 한정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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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게 되었나 보다.

그러나 蝶 diep과 耋 diet의 발음이 같아진 것은
굉장히 후대의 일이기 때문에, 선덕여왕 시대하곤 상관없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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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도 어김없이 꽃을 피워 기쁨을 주더니,
어느새 꽃이 뚝뚝 떨어져 김영랑 시인이 노래한 찬란한 봄을 보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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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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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라는 이름은 꽃색이 붉기 때문에 丹(단)이라 하였고,
종자를 생산하지만 굵은 뿌리 위에서 새싹이 돋아나므로 수컷의
형상이라고 하여 牡(목) 자를 붙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름으로는 ‘牧丹(목단)’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또는 커다란 꽃이 함지박만 하다 하여 함박꽃이라고도 부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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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은 전체적으로는 부귀, 화려.
적색은 나의 사랑은 당신을 감시한다.
백색은 당신은 사랑을 조심해야 한다.
연한 적색은 나만을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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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의 전설과 작약꽃
옛날 중국에 어느 나라에 공주님과 왕자가 서로 사랑했답니다.
전쟁이 나서 사랑하는 왕자는 전쟁터로 나갔답니다.
홀로 남은 공주는 외로움과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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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결국 공주가 기다리던 왕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전쟁터에서 죽은 왕자는 머나먼 이국땅에 묻힌 그 자리에서 한 송이 모란꽃이 피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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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빠진 공주는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다가 왕자가 죽은 그 자리를 찾게 되었대요.
모란꽃으로 변한 왕자 곁으로 다가가 자신과 함께 있어달라고 기도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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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공주를 작약꽃으로 변하게 했다고 해요.
꽃으로 환생하여 함께 있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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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여전히 작약꽃과 모란꽃을 함께 심어서 감상하고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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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이 부른 모란 동백도 모란이 필 때쯤이면
흥얼거려보는 모란 동백의 가사 조영남이 부른 모란 동백 가사로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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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동백 / 조영남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2 Comments

  1. 데레사

    2018년 4월 23일 at 9:03 오전

    예쁘게 피었네요.
    그러나 모란은 함박꽃이 아닙니다.
    모란이 질 무렵 피는 작약이 함박꽃이죠.
    어쨌건 참 예쁘게 피었어요.

    • 초아

      2018년 4월 23일 at 7:37 오후

      후훗 알아요.
      모란이 함박꽃이 아니라는것은
      그래도 어릴적부터 듣고 익혀왔기에 모란보다는
      함박꽃이 먼저 떠오른답니다.
      작약도 함박꽃은 아니에요.
      진짜 함박꽃은 따로 있어요.
      비슷비슷한 꽃과 부르는 이름도 지역마다 틀린것도 같구요.
      맞아요. 어쨌던 예쁘게 피어주면 되는거죠.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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