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에서(3) – “모항으로 가는 길 / 안도현”

일요일밤10시5분숙소에서본모항은추억의불빛을만들고있다.

아침에일어난모항은밤새의사연을접어두고조용히하루를시작하고있다.

디카를들고밖으로나왔다.

바닷가에내려가는길에게가땅으로올라와지천으로돌아다니고있다.

사진을찍으려는데어찌나빠른지도저히찍을수가없었다.

풀에숨고구멍을들어가고….

간신히한쪽발을잡고찍을수밖에없었다.

옛날에시골에서많이보았던거미가큰거미줄에있었다.

하지만거미이름은모른다

저거미줄을뜯어침을묻혀손가락으로만지작거리면껌처럼끈적끈적한젤리가되었었다.

그젤리를나무끝에붙여잠자리를잡았던것이다.

디카를갖다대니땅으로떨어져버린다.

만져도꼼짝을않는다.뒤로뒤집어도말이다.

거참!고놈,위장술치고는….

호랑거미한마리가거미줄에서먹이감을기다린다.

파리한마리가걸리자잽싸게나꿔채잡고즙을빨고있다.

달맞이꽃이모항을배경으로밤새사연을전해준다.

고추나물도방끗웃고

미국자리공도그열매를자랑한다.

도라지꽃과

엉겅퀴도일어나있고….

사초과의고랭이,방동사니도그다양함을알리고있다.

이름모를덩굴도자기를봐달라한다.계뇨등(鷄尿藤)

닭의장풀이라불리는달개비이다.

거미가아침부터사냥감을기다리고

꽃게는숲으로올라와카메라에놀라도망치고있다.

아침해가구름속에서얼굴을내밀었다.

갯강구도바위로무수히올라와있다가다가가면모두들흩어지기바쁘다.

물이나오는것은뭘까?

파들어가도끝이없다.

결국엔끊어지고만다.

아침의바닷모래에는경이가있다.

바닷물에해파리가떠있다.

물빠진모래위에있는해파리도있다.

어찌나큰놈인지조카가막대기로가리키고있다.

밤사이다리부분이가렵고붉게변했었다.

작은해파리에쏘였나보다.

허허산에는쐐기가있더니바다엔해파리가…..

……….

피리부는사나이
/송창식

모항으로가는길-안도현


너,문득떠나고싶을때있지?


마른코딱지같은생활따위눈딱감고떼어내고말이야

비로소여행이란,

인생의쓴맛본자들이떠나는것이니까

세상이우리를내버렸다는생각이들때

우리스스로세상을한번쯤내동댕이쳐보는거야

오른쪽옆구리에변산앞바다를끼고모항에가는거야


부안읍에서버스로삼십분쯤달리면

객지밥먹다가석삼년만에제집에드나드는한량처럼

거드럭거리는바다가보일거야

먼데서오신것같은데통성명이나하자고,

조용하고깨끗한방도있다고,

바다는너의옷자락을잡고놓아주지않을지도모르지

그러면대수롭지않은듯한마디던지면돼

모항에가는길이라고말이야

모항을아는것은

변산의똥구멍까지속속들이다안다는뜻이거든


모항에가는길은우리들생이그래왔듯이

구불구불하지,이길은말하자면

좌편향과우편향을극복하는길이기도한데

이세상에없는길을만드는싸움에나섰다가지친너는,

너는비록지쳤으나

승리하지못했으나그러나,지지는않았지

저잘난세상쯤이야수평선위에하늘한폭으로걸어두고

가는길에변산해수욕장이나채석강쪽에서잠시

바람속에마음을말려도좋을거야

그러나지체하지는말아야해

모항에도착하기전에풍경에취하는것은

그야말로촌스러우니까

조금만더가면훌륭한게나올거라는

믿기싫지만,그래도던져버릴수없는희망이

여기까지우리를데려온것처럼

모항도그렇게가는거야


모항에도착하면

바다를껴안고하룻밤잘수있을거야

어떻게그런일이가능하냐고물어오겠지

아니,몸에다마음을비벼넣어섞는그런것을

꼭누가시시콜콜가르쳐줘야아나?

걱정하지마,모항이보이는길위에서기만하면

이미모항이네몸속에들어와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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