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8) – 먹구름속에 바람이 분다

바람의언덕을지나선자령으로향한다.

하늘의먹구름이시간을무기삼아더이상가지말라붙잡는다.

그래도가고싶은곳.

그전망대라도보고싶었다.

선자령을바라보고어두운하늘에내마음을던진다.

흰진범이다.(16:45)

흰송이풀이다.

산비장이에앉은고추잠자리인데촛점이맞지않았다.

참좁쌀풀이다.

싱아이다.

대관령에서선자령쪽으로차로이동하면서차창밖으로스쳐지나가는싱아를보고흥분했다.

정작시골에서어린시절을보냈어도느낌만있고풀이름을몰랐기때문이다.

싱아는마디풀과의여러해살이풀로높이는1미터정도로줄기가곧으며,6~8월에흰꽃이핀다.

산기슭에서흔히자라고어린잎과줄기를생으로먹으면새콤달콤한맛이나예전에는시골아이들이즐겨먹었다.박완서는’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라는제목으로소싯적의아름다운삶에서부터6.25의암담한상황까지소설로그려냈다.

선자령가는갈림길이다.(16:55)

이리가도선자령,저리가도선자령…

갈림길숲속에서본잔대이다.

모두들열심이다.

잔대는암술이꽃잎밖으로길에뻗어나왔고끝이세갈래로갈라진다.

일행은돌아가는데난잠간전망대에갔다온다며혼자우측길로올라가니시야가트였다.(17:04)

하늘의먹구름은더욱짙어져어두컴컴하다.

바로앞이방금전에올랐던바람의언덕이다.

바위위에서살랑거리는잔대꽃을바람의언덕을배경으로담아보았다.

바위틈바구니에는산앵두도있었다.

갈대숲을헤치며더올라갔다.

어두컴컴한갈대숲속에마타리와잔대가다정하다.

하늘의뭉게구름이저녁햇살로환하다.

전망대에올랐다.(17:08)

멀리선자령이보인다.

현위치인전망대의이정표이다.

대관령터널을통과한영동고속도로가저멀리보인다.

전망대의바람속에도한마리의잠자리가날고있다.

먹구름속혼자올라온전망대에바람이게세다.

전망대의숲속에도잔대들은많았다.

TheThrillIsGone/B.B.king

선자령의풍차들이다.

바람의시/이해인

바람이부네
내혼에
불을놓으며부네

영원을약속하던
그대의푸른목소리도
바람으로감겨오네

바다안에탄생한
내이름을부르며
내목에감기는바람

이승의빛과어둠사이를
오늘도
바람이부네

당신을몰랐다면
너무막막해서
내가떠났을세상

이마음에
적막한불을붙이며
바람이부네

그대가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되는기쁨

꿈을꾸네바람으로
길을가네바람으로

어두워지는전망대,잔대와마타리가있는곳,바람이거센곳,한참이나더있고싶었다.(17:10)

(사진:2009-08-19선자령)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