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2) – 둥근바위솔

넘늦게찾은둥근바위솔

잎은시들고꽃도시무룩하다.

뿌연안개속에대청봉도보이지않는다.

몸과마음의갈팡지팡이더욱갈라진다.

작년과올해너무도달라졌다.

어제와오늘처럼….

화려했던둥근바위솔,

황홀했던구실바위취,

아~

꿈이련가…

오해/오세영

무슨일로그렇게
노여움을사셨나요.
당신이다시찾아주지않는
나는
당신의서가에꽂혀잊혀진책속의
시행한줄,
당신의램프에켜진불을사랑하다가
일기장에끼어박제가되어버린
부나비처럼
이제굳어버린글자가되고말았습니다.
누가당신께모함했나요.
‘사랑이란멀리서지켜보는일’이라는시집속의
그말씀,
사실은당신곁에있고싶다는뜻이었던걸.
나여기있어요.
당신의서가두번째선반
왼쪽으로부터열한번째꽂힌
『꽃들은별을우러르며산다』.
노여움을풀고
다시나를펼쳐주세요.
나는당신의하얀원고지위를날으는
한마리파랑새가되고싶답니다.

오해/오세영

점심을먹고
소화시킬겸걷는다
대나무이쑤시게하나들고
하늘을쳐다보다가

처음엔히쭉히쭉
조금있다가싱글벙글
한참있다가박장대소로웃었다

때마침내머리위에
날아가던까치는기분나쁜듯
내주위를빙빙돌며위협한다

자기네들부끄러운곳
쳐다보고웃었다는식으로

아닌데…
그게아닌데
내서랍속에보관한추억을
만져보다너무행복해서웃었는데

아니야!
손을흔들어오해야!라고
말할려는순간앗!정통으로한방
내얼굴에갈기며시원하게복수를한다.


순간/문정희햇살처럼사랑은늘곁에있었지만나는그에게날개를달아주지못했다쳐다보면숨막히는어쩌지못하는순간처럼그렇게눈부시게보내버리고그리고오래오래그리워했다

BelleDeJour/SaintTropez

오해/법정

세상에서대인관계처럼복잡하고미묘한일이또있을까.까딱잘못하면남의입살에오르내려야하고,때로는이쪽생각과는엉뚱하게다른오해도받아야한다.그러면서도이웃에게자신을이해시키고자일상의우리는한가롭지못하다.

이해란정말가능한걸까.사랑하는사람들은서로가상대방을이해하노라고입술에침을바른다.그리고그러한순간에서영원을살고싶어한다.그러나그이해가진실한것이라면항상불변해야할텐데번번이오해의구렁으로떨어져버린다.

나는당신을이해합니다라는말은어디까지나언론자유에속한다.남이나를,또한내가남을어떻게온전히이해할수있단말인가.그저이해하고싶을뿐이지.그래서우리는모두가타인이다.

사람은저마다자기중심적인고정관념을지니고살게마련이다.그러기때문에어떤사물에대한이해도따지고보면그관념의신축작용에지나지않는다.하나의현상을가지고이러쿵저러쿵말이많은걸봐도저마다자기나름의이해를하고있기때문이다.

‘자기나름의이해’란곧오해의발판이다.하니까우리는하나의색명에불과한존재이다.그런데세상에는그색맹이또다른색맹을향해이해해주지않는다고안달이다.연인들은자기만이상대방을속속들이이해하려는맹목적인열기로하여오해의안개속을헤매게된다.

그러고보면사랑한다는것은이해가아니라상상의날개에편승한찬란한오해다."나는당신을죽도록사랑합니다"라는말의정체는"나는당신을죽도록오해합니다"일것이다.

언젠가이런일이있었다.종단기관지에무슨글을썼더니한사무승이내안면신경이간지럽도록할렐루야를연발하는것이었다.그때나는속으로이렇게뇌고있었다."자네는날오해하고있군.자네가날어떻게안단말인가.만약자네비위에거슬리는일이라도있게되면,지금칭찬하던바로그입으로나를또헐뜯을텐데,그만두게,그만둬."

아니나다를까,바로그다음호에실린글을보고서는입에개거품을물어가며죽일놈살릴놈이빨을드러냈다.속으로웃을수밖에없었다."거보라고,내가뭐랬어.그게오해라고하지않았어.그건말짱오해였다니까."

누가나를추켜세운다고해서우쭐댈것도없고헐뜯는다고해서화를낼일도못된다.그건모두가한쪽만을보고성급하게판단한오해이기때문이다.

오해란이해이전의상태아닌가.문제는내가지금어떻게살고있느냐에달린것이다.실상은말밖에있는것이고진리는누가뭐라하건흔들리지않는다.온전한이해는그어떤관념에서가아니라지혜의눈을통해서만가능할것이다.그이전에는모두가오해일뿐이다.

나는당신을사랑합니다.

무슨말씀,그건말짱오해라니까.1972

<출처:무소유pp31-33/법정>

(사진:2010-11-07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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