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3) – 담쟁이 시(詩) 모음 / 댕댕이 전설(傳說) 하나

담쟁이덩굴

오헨리의마지막잎새가생각난다.

담쟁이덩굴은벽을타고자란다.

건물의벽에담쟁이덩굴이덮어건물을보호한단다.

그래서외국의고건축물에는담쟁이가많이덮여있다.

그빨간단풍의매력….

댕댕이덩굴

까만열매가아름답다.

옛날시골에서는댕댕이덩굴로바구니를만들었다.

그댕댕이바구니에담는추억의조각들….

1.담쟁이덩굴

당쟁이도종환/낭송김춘경

담쟁이/도종환

저것은벽
어쩔수없는벽이라고우리가느낄때
그때
담쟁이는말없이그벽을오른다.
물한방울없고씨앗한톨살아남을수없는
저것은절망의벽이라고말할때
담쟁이는서두르지않고앞으로나아간다
한뼘이라도꼭여럿이함께손을잡고올라간다
푸르게절망을다덮을때까지
바로그절망을잡고놓지않는다
저것은넘을수없는벽이라고고개를떨구고있을때
담쟁이잎하나는담쟁이잎수천개를이끌고
결국그벽을넘는다

담쟁이/정연복

온몸이
발이되어

보이지않게
들뜨지않게

밀고나아가는
저눈부신낮은포복

담쟁이/김상기

담쟁이는벽을평지로알고산다
담쟁이는벽을넘는것이아니라
평지끝절망의벼랑과만난다
벽을놓지못한채
제한몸던져
끝끝내매달려있는
담쟁이의벽
하늘에목숨을맡긴채
평지끝절망의벼랑에서
고공투쟁하는
벼랑끝절망이
담쟁이의희망이다

담쟁이덩굴/공재동

비좁은담벼락을
촘촘히메우고도
줄기끼리겹치는법이없다.

몸싸움한번없이
오순도순세상은
얼마나평화로운가.

진초록잎사귀로
눈물을닦아주고
서로에게믿음이되어주는
저초록의평화를

무서운태풍도
세찬바람도
어쩌지못한다.

담쟁이덩굴/조원

두손이바들거려요그렇다고허공을잡을수없잖아요
누치를끌어올리는그물처럼우리도서로를엮어보아요
뼈가없는것들은무엇이든잡아야일어선다는데
사흘밤낮찬바람에찧어낸풀실로맨몸을친친감아요
그나마담벼락이,그나마나무가,그나마바위가,그나마꽃이
그나마비빌언덕이니얼마나좋아요당신과내가맞잡은풀실이
나무의움막을짜고벽의이불을짜고꽃의치마를짜다
먼저랄것없이바늘코를놓을수도있겠지요
올실풀려나간구멍으로쫓아들던날실이숯덩이만한매듭을짓거나
이리저리흔들리며벌레먹힌이력을서로에게남기거나
바람이먼지를엎질러숭숭뜯기고얼룩지기도하겠지만
그래요,혼자서는팽팽할수없어엉켜사는거예요
찢긴구멍으로달빛이빠져나가도우리신경쓰지말아요
반듯하게깎아놓은계단도,숨고를의자도없는
매일한타래씩올을풀어벽을타고오르는일이
쉽지만은않겠지요오르다보면담벼락어딘가에
평지하나있을지모르잖아요.혹여,허공을붙잡고사는
마법이생길지누가알겠어요
따박따박날갯짓하는나비한마리등에앉았네요
자,손을잡고조심조심올라가요
한참을휘감다돌아설그때도곁에있을당신

담쟁이덩굴의독법/나혜경

손끝으로점자를읽는맹인이저랬던가
붉은벽돌을완독해보겠다고
지문이닳도록아픈독법으로기어오른다
한번에다읽지는못하고
지난해읽다만곳이어디였더라
매번초심으로돌아가
다시시작하다보면여러번손닿는곳은
달달외우기도하겠다
세상을등지고읽기에집중하는동안
내가그랬듯이등뒤세상은점점멀어져
올려다보기에도아찔한거리다
푸른손끝에피멍이들고시들어버릴때쯤엔
다음구절이궁금하여도
그쯤에선책을덮어야겠지
아픔도씻는듯가시는새봄이오면
지붕까지는독파해볼양으로
맨처음부터다시더듬어읽기시작하겠지

담쟁이넝쿨/권대웅

김과장이담벼락에붙어있다
이부장도담벼락에붙어있다
서상무도권이사도박대리도한주임도
모두담벼락에붙어있다

떨어지지않으려고악착같이
밀리지않으려고
납작엎드려사력을다해
견뎌내는저손
때로바람채찍이손등을때려도
무릎팍가슴팍깨져도
맨손으로암벽을타듯이
엉키고밀어내고파고들며
올라가는저생존력

모두가그렇게붙어있는것이다
이건물저건물
이빌딩저빌딩
수많은담벼락에빽빽하게붙어
눈물나게
발악을하고있는것이다

담쟁이사랑/이민화

끝없이타오르는
도벽같은탐욕으로

남몰래담을타며
밤마다모의한다

하늘이내린형벌이다
중독이다전염이다

그대집다메워도
그대맘곁에못가

혹독한추위에
몸이얼고생각이얼고

기어이
가슴하나남긴채
전설속에사라진다

여느해그러하듯
여름가고가을오면

움츠린몸뒤척이며
피가먼저나선다

그래도
그흔한사랑이라
차마말못한다

2.댕댕이덩굴

옛날,어느마을에약초를캐는한노인이살았다.이노인은중풍과관절염에좋은효과가있는약초를알고있어서그약초를캐서아픈사람들한테팔아살아가고있었다.약초꾼노인은나이가들면서아들을산에데리고다니며약초를캐는법을가르쳤다.그런데약초를캐는법과약초의효능에대해서는자세하게가르쳐주었으나가장중요한약초의이름은가르쳐주지않았다.이를이상하게여긴아들이물었다.

"아버지,제일중요한약초의이름은왜가르쳐주지않는겁니까?"

아버지는웃으면서대답했다.

"너는아직어려서잘모를것이다.이약초가네목숨이위태로워졌을때목숨을구해줄수도있기때문이다.이를테면나쁜사람이너를잡아서죽이려고할때아무도모르는약초를알려주면목숨을구할수있지않겠느냐?옛사람이’적량방황(積糧防荒),유약방기(留藥防己)곧식량을비축하여기근에대비하고약을남겨서스스로를돕는다’고한말을반드시기억하여야할것이다.너도언젠가는그뜻을알게될날이있을것이다."

아들은아버지가들려준말의뜻을잘몰랐지만가슴깊이새겨두었다.몇해뒤에약초꾼노인이수명이다하여죽었다.아들은아버지의대를이어서약초를캐서아픈사람들을돌보아주었다.

그런데어느날갑자기집에강도가들어왔다.강도는도둑질한물건들을아들집에맡겨놓으면서이것들중에하나라도없어지면돌아와서가족을모두죽이겠다고협박했다.약초꾼아들은겁이많았으므로강도가시키는대로할수밖에없었다.

그런데얼마지나나지않아강도는관가에붙잡혔다.강도는훔친물건과훔친물건을약초꾼집에감추어두었노라고자백하였다.관리가약초꾼을강도와공범으로여겨잡아감옥에가두었다.약초꾼은억울하다고하소연을했지만어떻게할방법이없었다.

강도는사형에처해지고약초꾼도사형을당하게되었다.약초꾼은관리를붙잡고억울하다고하소연을했다.

"나으리,저는억울합니다.저는강도와한패가아닙니다.저는강도를알지못합니다.강도가죽이겠다고협박을하는바람에훔친물건을맡았던것뿐입니다."

"이놈!증거가있는데거짓말을하느냐?네가강도와한패가아니면네집에서어찌강도가훔친물건이나왔느냐?네말을인정할수없다."

이때약초꾼은아버지가’약을남겨서스스로를구하라’고한말이생각났다.

"나으리,저는약초꾼으로약초를캐서아픈사람들을고쳐왔습니다.제가죽으면선조들한테물려받은비방이모두사라지게됩니다.약초로질병을고칠수있는비방을알려드릴것이니제발목숨을살려주십시오."

관리는약초꾼의말에일리가있다고생각하고이렇게말했다.

"오냐,너의목숨만은살려줄터이니네가알고있는그특별한약초의이름을말하라!"

"그것은조상대대로저희집안에서만알고있는약초인데이름을알지못합니다."

"이름을모르는데어떻게찾을수있는가?"

"저는그약초가어디에있는지잘압니다.저한테하루만시간을주신다면찾아드리겠습니다."

"그래?그렇다면그약초가어떤효능이있는가?"

"중풍과관절염을고치고방광에생긴습열을없애며대변과소변을잘나오게합니다."

"내가관절이몹시아프고대소변이잘나오지않는데그약초로고칠수있겠느냐?"

"고칠수있습니다."

"네가내병을고친다면내가너를풀어주어자유의몸이되게하리라."

관리는약초꾼한테감시인을붙여그약초를캐오게하였다.약초꾼이캐온약초를물로달여서보름동안을복용하였더니대소변이잘나오고관절의통증이사라졌다.관리는약초꾼을풀어주었다.

집으로돌아온약초꾼은아버지가전해준말씀을깊이새기는뜻에서이름을모르던그약초의이름을방기(防己)라고지었다.방기에는위급할때약초가스스로를지켜준다는듯이감추어져있는것이다.방기는곧댕댕이덩굴의뿌리다.

(사진:2010-11-07동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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