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4. ’07 (나팔꽃)

(나팔꽃)

나팔꽃의넝쿨을거두었다.

나팔꽃은여름내내베란다방범쇠기둥을빙글빙글돌아

칭칭감고예쁜꽃을마디마다피어주었다.

하루에6송이어느날은15송이까지…

작은베란다를화려하게장식했고

내마음에기쁨도주었고감동도주었다.

그러나이가을의끊임없는궂은비와안개와

화분에심기워젔다는척박함때문에

일찍암치탄소동화작용을포기하고말았다.

누렇게잎이뜨고

뿌리로부터너무멀리떠난끝으머리꽃송이는

마지막꽃을피우기에힘이겨워

첫번째꽃의반쪽만한작은꽃을피웠다.

내권한으로나팔꽃의삶을마감시킨다.

나팔꽃도어쩔수없이

계절의수레바퀴에치어버린피해자가된다.

계절은제마음대로4파트로나누어

순서도안바꾸고…

지루할줄도모르고…

지치지도않고수억년…독재자.

계절의독재에서의

이탈이자유라고는할수없겠다.

나는차라리

계절의독재에

옭매이는것이편안하겠다.

가을엔

가을의밧줄에옭매이자

기쁨과슬픔이함께돌아가는세월의바퀴처럼

참나무숲에물결처럼내려앉는가을햇살과

갈대를꺽지못하고흔들어대기만하는

순한가을바람처럼…

이가을!

가을에옭매어

행복을노래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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