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0. ’08 (고들빼기)

아침나절에

이웃분이고들빼기김치랑,쑥한웅큼,미나리한웅큼을들고왔다.

어제제방(堤防)에갔었노라고…

미나리도,쑥도아직어리다.

‘고마워서어쩌죠!’

인사로고들빼기김치를손으로집어먹는다.

별로쓰지않다.’쓰지않네요.’

‘요즘고들빼기는쓰지않아요.’

그녀가커피대접을마다하고바쁘다며가버린뒤

고들빼기김치로아침을배가뺑뺑하게먹는다.

난어려서부터고들빼기김치는안먹었다.

왜음식이써야하는지…그쓴맛때문에…그런데

그녀가가져다준고들빼기김치는쓰지도않을뿐더러입맛을확당기는무언가있다.

오늘도날씨가초여름이다.

아이는이제막배운보행기로좁은거실을종횡무진돌아다닌다.

손에닿을만한것들치우고올려놓고…

아이는오늘도…

우유를5번먹고이유식을2번먹고…

낮잠을3번자고(횟수만3번이지토끼잠이다)제시간에응가도했다.

(건방지기이를때없는…..)

아이가자는동안청소든빨래든설거지를해야하는데…

3번다커피타들고베란다로나가의자에파묻힌다.

오늘하루종일내가갇혀있다는생각을한다.

어딜걸어도통화중전자음만들리는…

세상과,식구들과소통이안되서안절부절하는시설에격리된알콜중독자같다는생각을한다.

자꾸만허기를느껴무엇이든자꾸먹는다.

고들빼기김치로밥을한번더먹는다.

아이를업고현관문열어놓고복도를한동안서성거리다들어온다.

나는가끔그런날이있다.

밤에엄마없이혼자자야하는무섬타는어린애처럼칭얼대고싶은날…

오늘이그런날인가보다.

그러나걱정할일은아니다.

난좀단순한편이라금방제자리로돌아올거라는걸

나도잘알고있다.

이런날주린배움켜쥐고잠들기란힘들것이다.

한번더고들배기김치에밥먹어야겠다고생각하며…

커피들고베란다의자에다시묻힌다.

극성스런제라늄은여전히극성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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