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이야기

지난겨울햋빛따스한베란다에앉아늙은호박하나손질했는데

그호박씨하나홈통옆화분위에떨어젔나보다.

쌩뚱맞은싹이트였길래

무슨싹인지알아나보자고그냥두었더니…호박이다.

다른것들보다10배는빨리자라는듯하다.

숫꽃도하나피었는데

아침에피었다저녁에지는나팔꽃보다도빨리져버렸다.

사진한장박아놀새도없이…

베란다화분에호박키워보기는처음이다.

얼마나멋있는지…ㅎ

그아이얘기의결말

비오는날시골학교의그남자애와나머지얘기가있으려니들하는데

사실은별로없다.

황순원님의’소나기’를연상하는분도계신데…

죽은사람이없으니싱거운결말이다.

그아이는그날이후며칠결석을했다.

비를오랫동안맞고있었기때문에몸살을알았을것같다.

그가다시학교에나오고도난여전히그를미워하기도하고좋아하기도하고그러면서도

새침떼기처럼그애하고는말도안했다.

결정적인이유는그아이집과우리집이정반대였다는것

학교가끝나면그아이주위에아이들이모여들고떼지어집으로가는데…

나는계집아이두어명과재잘거리며반대쪽으로갔다.

나는가끔뒤돌아보며여러아이들중에서그아이를찾아내곤했다.

그리고나는그이듬해도시학교로전학을했다.

그아이는오랫동안내마음속에자리잡고있었다.

내가중학생이되어내마음속에한남학생이들어오기전까지…

동네공터에서딱지치기하고,공차고,말뚝박기하는남자애들속에서

나는그아이를찾곤했다.

그아이는골목저쪽끝에서내게로달려오다정작내앞에서는사라젔다.

방학이되어그시골에사는외사촌들을만나서도그아이소식을물어보지않았다.

그아이는철저하게내마음속에만있었다.

그아이는언제나짖궂은미소를머금고나하고는조금사이를두고

무관심한냥내마음속에동그랗게자리잡고있었다.

중학생이되서야나는그아이에게서빠저나왔다.

교회중등부분반공부시간

의자가없는마루바닥에선생님을포함해서동그랗게앉아성경공부를한다.

다모여야봤자10명내외인학생들속에서…

한남학생이나의異性으로내마음속에들어왔다.

먼저아이처럼그냥마음으로만…

성경공부가끝나면탁구도치고장난치며놀기도하는데

나는빨리집에와야했다.

내가집에가야엄마가교회에가실수있어서…

그리고나중에그남학생도나와같은마음이었던것을알았지만

나는이미그런일로감동하는여린감성의소유자는아니었다.

내마음속엔차라리그시골의그아이가더든든히버티고있는듯했다.

그러나그아이를내마음속에서완전히내쫓을기회가왔다.

처음직장을잡던가을쯤

누가찾아왔다고해서복도로나가니

대학생복장에대학생가방을든남자가서있다.

‘누구?’

‘숙녀가됐네!나00야!’

그아이였다.

‘너!00이?’

정말멋있는남자가됐다.

작고예쁘장하던모습은찾아볼수가없었다.

왜그랬을까가슴이무너지는것같았다.

‘너는그때랑똑같해,얼굴이그대로야’

그아이는조금씩들떠가는데나는점점냉냉해젔다.

‘이건배신이야~~~’

나는속으로소리첬다.

그아이와로비에서작별하면서…

나는내마음속에도사리고있던유년의그남자아이와도작별했다.

작년국민학교뚱뗑이친구들과만났을때

그의소식을들었다.

오랜공직생활에서정년퇴직하고마누라와손주키우고있다는…인천에서…ㅎ

늙는모습은누구나거의비슷하구나하는생각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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