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나팔꽃

아이가늦잠을잔다.

나도같이늦잠을잔다.

이아이는될수있는대로늦게자고늦게일어난다.

아침엔함께늦장부리며좋은데

밤에는정말미치고폴짝뛰겠다.

나팔꽃이아주누추해져서잘라버리다가

밑둥에서새로싹이나길래한뼘쯤남겨놨었다.

여름같은가을탓일까

서너줄기가다투듯길이를키우더니꽃을피웠다.

인디안썸머라고도했다.

그짧은시간에꽃피우고씨방을만들고

나팔꽃나름대로서둘러댔을것이다.

그래서앉은뱅이나팔꽃이돼버렸다.

한정거장쯤되는은행을

유모차에아이를태우고다녀오다가주말농장으로돌아온다.

벼가다소곳하게머리를숙이고있다.

아직은물기를머금고있어싱싱하다.

김장배추는너불너불한채아직속이안들었고

무우는밑둥으로하얀속살을조금보이고있다.

수수는이삭마다파란색양파자루를뒤집어쓰고있다.

극성맞은참새떼때문이다.

길섶마다호박넝쿨이엉켜있고늙은호박이간혹보이기도한다.

따먹기딱좋은애호박앞에서서…

작년이맘때뒷산올라가다가…

길옆에심어놓은호박밭에내일따면딱좋을애호박이있었다.

산을내려올때도그호박은분명히있었는데…

다음날산을오르려그옆을지나노라니…

아주머니가머리끝까지약이올라

‘고놈의손목아지…똑뿌러져라.’

내일아침따야겠다고두었던그애호박을누군가따가버린것이다.

그냥올라가버리면될걸아는체를했다.

‘어머나!!!’그러면서…

아주머니가벌써몇번을했을그말을고스라니듣고있자니

내가범인인것같아안절부절했던기억

그까짓애호박하나에뭘그러냐구?

만약그아주머니에게그렇게말했다면’고놈의주댕이…’그랬을거다.

‘고놈의손목아지…’하는소리가

쟁쟁하게들리는것같아얼른유모차를밀고자리를뜬다.

작은절로이어지는길옆으로흰색분홍색과꽃이차고선명하게피어있다.

보라색쑥부쟁이도금잔화도가을것들이다.

자장면한그릇먹으려면번호표타고기다려야하는

손자장(수타)집뒷길에알밤이떨어지고있었다.

서너개줏어아이손에쥐어준다.

덥다덥다해도가을은가을이다.

평화로운모습으로…..

사람들은여러가지모습으로죽지만

웃으며죽는사람은없다고합니다.

그런데어느영안실에시체3구가들어왔는데

모두웃으며죽었더람니다.

첫번째시체는

복권에당첨되어너무좋아서소리를빽지르며웃다심장마비로…

두번째시체는

자식이그어려운S대학에합격이되서입이찢어지도록웃다가…

세번째시체는

쌩끗웃으며죽었는데…벼락에맞았다네요.

번개가뻔쩍하는순간을카메라후레쉬가터지는것인줄알고…

‘김치~~~’하며쌩끗웃었다네요.

어제이얘기듣고배아파서혼났어요.웃느라구요.ㅎ

험한세상힘들게사시다

나이지긋해져세상에미련하나없이순한얼굴로

평화롭게가시는분들계시잖아요.

나도그렇게죽었으면좋겠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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